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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나눠준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
 유치원에서 나눠준 코로나 자가검사 키트
ⓒ 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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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에 무려 두 번이나, 집에서 아이 코에 면봉을 찔러 넣고 돌렸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원아와 교사가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자가진단키트를 해야 했을 땐 콧구멍 입구에 면봉이 진입하는 데만 '20분'이나 걸렸다. 소아과에서 콧물 흡입하는 기계만 봐도 질색팔색하는 아이라서 코 안에 무엇가 넣는다는 것에 꽤 큰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다행인 건지, 일단 면봉이 콧속으로 살짝 진입하자마자 생각보다 괜찮았는지 아니면 간지러워서였는지 그때부턴 깔깔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팍팍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히려 초긴장은 엄마인 내 몫이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저기~~ 안을 쑤실 수도 있어"라는 호통에 아이는 또 깔깔거리며 파닥거렸다. 결국 남편이 아이가 머리를 움직일 수 없도록 꽉 잡았고, 나는 아이 코에 면봉 머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넣고는 뱅글뱅글 열 번 돌리고는 혹시 몰라 두 번 더 돌렸다. 양쪽 콧구멍을 다 찔러야 했기에, "움직이면 코피 난다!"라고 협박한 뒤 다른 콧구멍에도 면봉을 쑥 넣었다. 아이는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꼭 감았다. 

이전에는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되면 보건당국에서 정해준 날짜까지, 며칠 동안 등원을 못했는데, 이제는 자가검사 키트(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다음날 등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음성이 나왔지만, 검사 결과가 정확한 걸까란 불안함과 동시에 아이와 단둘이 집안에 고립되지 않고 내 할 일도 할 수 있겠구나란, 조금은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등원 버스를 기다리는 틈에 보호자들 사이에 검사 경험담이 공유됐다. 대여섯 살 어린아이들이라 다들 쉽지 않았나 보다. 애가 도망 다니더라, 겁먹고 코 막아서 고생했다, 한 엄마는 애가 울고불고 자지러지는 바람에 등원도 못할 뻔했다고 이걸 매주 어떻게 하냐 분통을 터뜨렸다.

이야기는 새 학기 시작되면 일주일에 두 번 검사해야 등원할 수 있다니 '말도 안돼'와 '어쩔 수 없지'란 의견들이 나왔다. 지난 16일 교육부는 유치원, 초중고 학생들은 일주일에 두 번(일요일, 수요일) 집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하라고 '적극 권고'하며 검사키트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PCR검사 이후 면봉만 보면 기겁하는 아이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전면 전환된 3일 오전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코로나19 검사·진료체계가 전면 전환된 3일 오전 서울 광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마련된 신속항원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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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기보다는 너무 불쾌하다고 해야 하나? 눈물이 찍 나면서 뇌 속을 찌르는 기분?"

초등생과 유치원생인 아이 둘을 둔 한 엄마는 보건소 유리막 사이로 쑥 나온 손에 들린 '얇고 긴 것'이 코 안으로 들어온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움찔한다고 했다. "어른도 그런데 아이는 어땠겠어요." 옆에 있던 할머니는 자기 손주도 PCR(유전자 증폭)검사 이후로는 검사하려는 분위기만 풍겨도 울음을 터뜨린다고 난감해했다. PCR은 코와 목 뒤쪽 점막 부분까지 깊숙이 면봉이 들어가지만 자가검사는 콧속 1.5∼2㎝ 정도라 거부감이 없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PCR검사 경험이 있는 어린아이들은 면봉 자체에 기겁을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매주 두 번 아무 증상이 없는 아이의 코를 찌르겠지만, 만약 우리 아이도 강하게 거부하면 제대로 검사를 '못' 하지 않을까. 검사를 안 해도 등원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럴 때 유치원에 눈치가 보이지는 않을지 벌써 걱정이 된다. 

며칠 전 가족 모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지인에게 네 사람의 자가검사 키트와 PCR 검사 결과를 물어봤다. 7살 아이는 증상이 있었고 자가검사, 보건소 신속항원검사, PCR에서 모두 양성, 5살 아이는 증상이 있었고 자가검사 음성, 보건소 신속항원검사와 PCR은 양성, 엄마와 아빠는 자가검사, 보건소 신속항원검사 모두 음성이었고 아이들 확진 후 바로 PCR 검사를 받았는데, 둘 다 모두 양성이 나왔단다. 검사 당시 엄마는 무증상 아빠는 증상이 있었다.

지인은 자가검사 키트 덕분에 아이 상태를 빨리 체크할 수 있었고, 아이도 빨리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 나머지 셋은 여러 번 자가검사를 했지만 음성이어서 잠복기였던 건지 정확하지 않은 건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감염된 사람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올 확률)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 '특히 감염 초기에는 위음성(양성이어야 할 검사결과가 잘못되어 음성으로 나온 경우)의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누군가는 '정확하지도 않은데 증상도 없는 애들을 왜 괴롭히냐 차라리 등교를 거부하겠다' 했고,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게 낫지 않겠냐, 그렇게라도 등교할 수 있어 다행'이라 했다. 의무가 아닌 '적극권고'라지만 선생님이 권하면 하지 않을 수 없으니 강제나 다름없다는 사람도 있고, 의무가 아니기에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효과가 없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유치원 및 초등생 자가진단 키트검사 반대' 글에는 2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8만5426여 명이 동의했다.

이래도 저래도 불안,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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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않듯이 코로나 '증상'도, 받아들이는 '불안도'도 각자의 환경, 경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 입장에서 코로나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불안'과 '선택'이었다. 이래도 불안 저래도 불안한 가운데 어떤 선택이든 해야 했으니까.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오늘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던 날엔 이게 최선인지, 카페나 식당, 실내 놀이터에 가도 될지, 야외 놀이터에서는 마음 놓고 놀아도 될지, 이러다 아이가 감염되면 어떻게 하지? 이러다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등등...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달려 있는 선택의 무게는 너무 무겁기만 하다.

어느 날 점심시간을 피해서 간 음식점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엄마, 밥 먹으면서 말해도 돼요?" 유치원에서는 식사시간에 절대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미안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방역 수칙에 가장 잘 협조하고 있는 이들이 아이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현관에서부터 마스크를 찾고, 집에 들어오면 손 먼저 씻고, 건물에 들어가면 열 체크부터 챙긴다. 아무리 답답해도 땀이 차도 유치원에서는 마스크를 내리지 않고, 밥을 먹을 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렇게 애쓰는 만큼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장을 들여다보려고 애쓰고 있는 걸까. 주2회 등교 전 검사 논란이 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그거였다. 의무든 권고든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결정한 것인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육아, 코로나 교육 앞에서 아무도 답을 알지 못하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일단 참고 견디어 보라고 하기엔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걸 견디고 있다.

보호자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모르니 불안하다. 그러니까 일부 아이들의 신체적·정서적 고통을 감수할 만큼 필요한 검사라면 자세한 정보, 근거와 함께 설득의 과정이 먼저였어야 하지 않을까. 역시 어른들 말은 따르는 게 아니야, 라는 교훈만 주고 끝나지 않으려면 말이다.

집에서 검사하고 유치원에 갔다가 돌아온 아이의 마스크를 벗겨보니 코에 빨갛게 물든 휴지가 꽂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피 잘 나는 아이인데... 내가 아침부터 찔러댄 면봉 때문은 아닌지... 가뜩이나 미안한 거 많은 코로나 등원 시기에 나는 또 한 번 아이에게 미안해야 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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