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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정세 전망을 묻는 전화가 필자에게 자주 온다. 과연 정세는 변하고 있을까? 지난 20일 일요일 리얼미터, 21일 월요일 KSOI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재명의 '방역 완화' 주장, 먹혔나?

21일 KSOI는 2월 18~19일 조사(의뢰 tbs)해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격돌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줬다. '이 43.7% vs. 윤 42.2% 오차범위 내 박빙'이라는 보도자료 제목에서 알 수 있지만, 직전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KSOI 조사에서 최근 4번의 조사는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 vs. 윤석열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 TBS-KSOI 2월 17~18일 조사 대선후보 지지율 추이 KSOI 조사에서 최근 4번의 조사는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이재명 vs. 윤석열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다.
ⓒ KS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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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의 형태만을 보고 이재명 후보의 '골든크로스'와 윤석열 후보의 '데드크로스'가 아니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백중세'로 해석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1월 28~29일 조사 이후 네 번 동안 양강 두 후보의 격차는 모두 오차범위인 6.2%P 이내다.

이재명 후보는 2월 2주 대비 18~29세에서 10.5%P, 서울에서 9.6%P, 자영업자에서 7.9%P 상승했다. 윤석열 후보는 광주·전라에서 12.3%P 상승해 27.7%를 기록했다. 하지만 18~29세, 서울, 자영업자 중에서 하락했다. 윤석열 후보가 자영업자 중 8.9%P 하락한 것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런 미세한 흐름 속에서, 이재명 후보가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해 밤 12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업시간 연장은 방역피로감으로 지친 청년과 생계 위협에 직면한 자영업자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이 메시지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여기에 불법사채 발본색원과 신용불량 대사면도 자영업자 대상 영향력이 큰 공약으로 읽힌다.

결국 주요 후보의 민생 정책 경쟁이 이제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선거운동 기간에 유권자 투표 적극성이 높아질 것 같다.

세대포위론

필자가 보기에 <오마이뉴스>-리얼미터 대선후보 지지도 추이 조사는 성별과 연령대를 조합해 성별-연령대 변수를 교차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여러 다른 조사는 표본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같은 연령대 내의 남녀를 나눠서 제시할 경우에 인구 비례와 맞지 않게 될 우려 때문에 좀처럼 성별-연령대 변수 활용이 많지 않다.

필자의 궁금함은 윤석열 후보 측에서,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하는 '세대포위론'이 어떤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를 기반으로 아래와 같이 1개월 사이 바뀐 흐름을 성별-연령대별로 정리했다.
 
성별-연령대별 응답 분포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사가 오마이뉴스의 조사다(표 상 데이터는 필자가 재정리).
▲ 오마이뉴스 1월 3주와 2월 3주 양강 지지율 변동 및 상호 비교 성별-연령대별 응답 분포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사가 오마이뉴스의 조사다(표 상 데이터는 필자가 재정리).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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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1월 3주 대비 2월 3주의 변동폭을 후보별로 확인하고 그 변동폭이 2월 3주의 표본수에 따른 오차범위를 넘는지, 그리고 2월 3주를 기준으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난 우위를 보이고 있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2월 3주 성별-연령대별로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얻은 지지율 격차로 누가 우세한지 살펴봤다. 표 가장 좌측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윤 후보는 남녀 60세 이상에서 오차범위를 넘어선 격차로 앞서 있다.

또한 18~29세 남성 중에서도 18.9%P 우세해 오차범위를 넘었다. 이와는 달리 이재명 후보는 남녀 40대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우세를 점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이라는 대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느슨해진 세대포위망, 핵심엔 '청년'이 있다

지난 1월 7일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한 줄짜리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린 후에 남성 청년 중 지지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윤 후보는 설 연휴를 전후해 사드 추가 배치 등 안보 관련 메시지도 적극적으로 내놨다. 그 이후에 양강 후보들이 몇 가지 네거티브를 공방으로 상호 검증 과정을 거친 것 같다.

그렇게 세대포위망이 점차 더 강고하게 구축될 것 같았지만, 실제 위의 표를 본다면 1개월 동안 사실 포위망이 느슨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개월 동안 20대 남성에서 11.4%P 하락, 30대 남성에서는 5.8%P 하락했다. 청년 여성 중에서는 그보다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하락했다. 중장년과 고령자 중에서는 미세하지만 지지율을 좀 더 끌어올린 것처럼 보인다.

이와는 달리 이재명 후보는 남녀 2030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지지율을 올렸다. 모든 변동폭이 오차범위 내라서 해석이 조심스럽지만,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에서는 변동폭이 조금 상대적으로 크게 보인다. 윤 후보와는 대조적으로 중장년과 고령자 중에서 지지율이 일부 하락한 것도 볼 수 있다.

무엇이 청년을 움직인 것일까. 필자는 최근 윤 후보 측의 일부 관계자에 의해 '오또케' 등 여성 비하 표현이 나오는 등 주변 단속이 철저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여성가족부 폐지' 메시지 담당자가 불법촬영으로 입건됐다는 언론보도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필자는 전체 성별-연령대별 중 20대 남성에서 1개월 중 윤 후보 지지세가 가장 큰 수치로 낮아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같이 조정기를 맞은 것은 윤 후보 입장에선 치명적일 수 있다. 20대 여성과 20대 남성 동반 하락 현상이 발생한다면 세대포위망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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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공통 요구점 그리고 이재명의 접근법

미결정자와 스윙보터의 구성비가 가장 높다는 청년층, 생애 첫 투표자를 다수 포함한 20대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계층이다.

그렇지만 청년층이 조직된 대중이 아니며 흩어진 대중인 데다가 요구점도 다양하다. '이대남'이니 '이대녀'니 하는 집단 대상 선거캠페인을 한다면, 세밀한 목표 설정 전략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드루 웨스턴이 그의 저서 <감성의 정치학>에서 강조한 것처럼, 캠페인을 제대로 하려면 '인구 특성적 요인'이 아닌 '정서적 선거구'를 파악해야 하며, 이는 인구 특성을 넘나들며 공유하는 연상망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에 필자는 지난 1월 <중앙일보>와 정당학회가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청년 관련 이슈를 18~59세에게 조사한 결과에서 실마리를 찾아봤다. 먼저 방역이다. 아래는 백신패스와 개인 자유에 대한 설문 결과다.
 
지난 1월 중하순 방역패스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설문 결과는 흥미롭다.
▲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에스티아이 방역패스와 개인 자유 설문 결과 지난 1월 중하순 방역패스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설문 결과는 흥미롭다.
ⓒ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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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중 백신패스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니 폐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비율이 중장년 대비 높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최근 주장한 영업시간 완화 공약과 맥락이 매우 비슷해 보인다. 이 지표를 통해 이 후보가 청년 남녀 모두의 요구점에 접근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최저임금 인상 찬반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물었더니 모든 성별-연령대별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특히 청년 여성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최저임금제도를 흔든다든지 혹은 인상에 부정적인 후보는 청년에게 인기를 얻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찬반을 물었더니 찬성 비율이 모든 성별-연령대별에서 높았고, 특히 청년 여성 중 더 높았다.
▲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에스티아이 최저임금 인상 찬반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찬반을 물었더니 찬성 비율이 모든 성별-연령대별에서 높았고, 특히 청년 여성 중 더 높았다.
ⓒ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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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여성할당제에 대한 찬반 의견 분포다. 여성과 남성의 응답 분포가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 중에서도 나타난다. 청년 중에서는 그 격차가 더 큰 것처럼 보인다. 여성할당제 등 정책적으로 성별을 구별한다면 나타날 수 있는 남녀간 인식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같은 조사에서 여성할당제에 대한 찬반을 물었는데, 남성과 여성의 응답 분포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에스티아이 여성할당제 찬반 역시 같은 조사에서 여성할당제에 대한 찬반을 물었는데, 남성과 여성의 응답 분포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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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이 청년 중 남녀의 인식 차에 의존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젠더 특성을 타는 이슈는 세대포위론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여성가족부 해체와 같은 단순명료한 메시지가 발휘하는 응집력은 투입 대비 산출이 커서 중독성이 매우 강할 것 같다. 그래서 쉽게 버리기 어려운 메시지 전술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이 접근하는 청년의 요구점은 남녀가 공유하는 요구점일 수 있다. 가령, 방역과 관련해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요구점이 그렇다. 만일 윤석열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이 의존하는 청년 요구점이 갈등 유발적인 것이라면 절반 이하의 성공만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세대포위론, 투표일까지 계속 유효할까

이제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으로 돌입한 상황에서 세대포위론이 과연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작동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이 세대포위론의 한 축을 담당하던 청년 중에서 포위 스크럼에서 이탈하는 조짐이 감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공고하게 긴장감을 유지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더군다나, 이제 유권자의 '경제적 투표자(economic voter)화'가 촉진되는 시기다.  신학기 백투스쿨(back-to-school) 시즌은 민생 이슈를 유권자 인식에서 점화시킬 것으로 보이고, 방역 피로감은 저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위에서 살펴 본 이번 주 초반 여론조사 결과 자영업자의 미세한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결국, 세대포위론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면, 포위망을 구성한 세대 단위의 욕구가 각 세대 내 공통된 응집력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끝까지 그럴 것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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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KSOI(2월 18~19일) 조사 개요]
의뢰처: TBS / 조사기관: KSOI / 조사기간: 2월 18~19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 조사방식: 무선 ARS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 응답률: 9.4%

[오마이뉴스-리얼미터(2월 3주) 조사 개요]
의뢰처: 오마이뉴스 / 조사기관: 오마이뉴스 / 조사기간: 2월 13~18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43명 / 조사방식: 유선과 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p / 응답률: 10.3%

[오마이뉴스-리얼미터(1월 3주) 조사 개요]
의뢰처: 오마이뉴스 / 조사기관: 오마이뉴스 / 조사기간: 1월 16~21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3,046명 / 조사방식: 유선과 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p / 응답률: 8.7%

[중앙일보/정당학회-에스티아이(1월 19~25일) 조사 개요]
의뢰처: 중앙일보/정당학회 / 조사기관: 에스티아이 / 조사기간: 1월 19~25일 /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59세 이하 남녀 2,100명 / 조사방식: 스마트폰앱조사 /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1%p / 응답률: 91.6%

설문지 등 더 자세한 사항은 언론사/조사기관 및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naver.com/metavoice/ 에도 올라갑니다.


태그:#대통령선거, #세대포위론, #20대여성, #자영업자, #영업시간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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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보이스(주) 이사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정량조사뿐 아니라 정성조사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소셜빅데이터 분석과 서베이의 접목, 온라인 정성 분석의 고도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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