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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의 삶에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앞으로 5년간 우리 삶을 좌우할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이 어떤 공약을 원하는지, 지금 각 분야엔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대신 전달하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환영합니다. '2022 대선 정책오픈마켓', 지금부터 영업을 시작하겠습니다.[편집자말]
지난 2일 오전 8시 7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건물에 매달려 있던 25t 규모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29일 기울어진 채 매달려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의 모습(사진 왼쪽)과 이날 이 구조물이 떨어져 일부가 건물에 걸쳐 있는 모습(오른쪽).
 지난 2일 오전 8시 7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건물에 매달려 있던 25t 규모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은 지난 29일 기울어진 채 매달려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의 모습(사진 왼쪽)과 이날 이 구조물이 떨어져 일부가 건물에 걸쳐 있는 모습(오른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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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1일 새해 벽두부터 신축 중이던 광주 현대아이파크 39층 초고층아파트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무너져 내려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엔 광주 재개발 철거공사 중 발생한 전도붕괴 참사로 무려 17명의 시민들이 참화를 입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29일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는 발파 준비 작업 중 토사가 무너져 내리면서 천공기와 굴착기 작업 노동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지난 8일 성남시 수정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 신축 현장에서도 승강기 설치 작업 중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는 등 시민과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매일매일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만병통치약 될까?

지난 1월 27일 세간의 이목을 받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재해 참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좀처럼 줄지 않는 참사를 두고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처벌이 약해서다' vs. '고층 건물이 많고 빨리빨리 한국식 문화 때문'을 두고 설왕설래를 이어오고 있다. 노동계는 발의만 해놓고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실제 사장인 발주처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를 외치고 있다.

십수년간 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해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18년 12월, 경기도 한 지자체 노동국 내에 있는 노동권익센터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일할 기회를 우연히 얻었다. 지금부터는 산재상담 등 3년간 경험한 그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수주산업인 건설현장은 철저하게 다단계하도급 형태로 공사를 한다. 조그마한 현장들은 아침에 관리자가 나와서 작업 지시만 하고 떠난다. 모든 공정들이 팀반장 위주로 이뤄지므로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은 팀반장에게 있다. 물량 프로젝트 계약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모든 현장이 그런 것도, 모든 팀반장이 그렇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적지 않은 현장, 그리고 팀반장들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작업 속도를 높이곤 한다. 

문제는 이렇게 소규모 공사현장에서 중대재해사고의 80%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2020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수는 5인 미만 500명을 포함하여 총 1303명으로, 이는 전체 사망자 수의 63%(1303명 ÷ 2062명)에 달했다. 2021년 6월 기준으로는 그 비율이 66%(752명 ÷ 1137명)로 증가했다.

지자체가 나서니 더 커진 예방효과
 
지난해 6월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잠시 중단됐던 매몰자 수색이 재개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앞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6월 10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잠시 중단됐던 매몰자 수색이 재개되고 있다. 전날 오후 4시 22분께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이 무너지며 그 앞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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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동국에서는 산재예방팀 신설과 더불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동안전지킴이' 104명을 육성하여 이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경험들이 매우 풍부하므로 현장 공사 관리자들도 이 지킴이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꼼짝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진단 컨설팅'까지 지원했는데, 이런 것들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반기는 현장들도 늘어났다. 근로감독관의 지도·감독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공사 현장의 재해를 막아보고자 한 지자체의 극약처방이었다. 

지킴이 활동 결과, 점검이 한 번쯤 이뤄진 현장에서는 중대재해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중앙정부에는 고유의 근로감독 권한이 있지만 지자체는 '인·허가'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막강한 권한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에는 활용하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다. 심지어 산재예방팀조차도 없는 시·지자체가 대부분이다. 여러 차례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권한 부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비준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독립된 권한이다"라면서 "현재 근로감독관 1명이 무려 1440개 사업장을 점거해야 하는 상황이다"란 이유로 감독관 수 증원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1000여명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중대산업재해가 조금이라도 줄었나? 최근 3년간 산업재해 사망현황 (사업장 규모별)을 보면 2020년에는 2062명이 가족들의 품을 떠났다. 업종별 산재 사망자 수는 건설업이 2020년 567명(27%), 2021년 6월 기준 308명(27%)으로 가장 많았다.

중앙과 지자체의 '근로감독 병행'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중대재해 참사의 80%가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 근로감독 인원 부족을 핑계로 아예 손도 못 대고 자율점검 제도만 들이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공사 규모별로, 도급 순위별로 구분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근로감독병행'이라도 했으면 한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따른 생산인력 감소가 우리사회 최대 화두인데 이미 있는 생산인력 노동자들의 생명도 지켜주지 못한다면 국가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산업재해의 근원으로 지적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다단계하도급 문제다. 이를 단속해야 할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이를 단속할 권한을 더 부여한다면, 예방 효과도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조직에서 단속 권한을 행사한다면 사업주들의 긴장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재는 위험한 업무 때문에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방치하므로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20대 대선 후보들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근로감독 병행'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의 답을 듣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노동권익보호활동가입니다.


태그:#산재예방,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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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20년간의 안전보건 활동 및 일자리산업정책 등 경험을 살려 취약계층 귄익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전)경기도청 노동권익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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