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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모습
 지난 1월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SK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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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선수 학습권', '대회참석일수'에 관한 갑론을박으로 체육계가 시끄럽습니다. 우선 선수와 학생으로 살아왔고 현재 교수와 학부모로 살고 있는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3년간 수영선수, 11년간 농구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초·중·고·대학까지 총 14년간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운동만이 나의 길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뛰고 또 뛰었습니다. 청소년 국가대표에도 선발됐고, 명문대에 입학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팀의 주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훌륭한 농구선수, 농구를 해서 돈을 벌고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들이 되고 싶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가능한 꿈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2002년 11월 24일, 왼쪽 무릎에 부상을 입어 운동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총 16년간 학생으로 살아왔지만, 학생으로 수업을 듣는 것은 녹록한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의자는 차가웠고, 한국말로 하는 수업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날 잘 대변해주던 수식어 '농구선수'는 숨기고 싶은 과거가 되었습니다.

농구 이외에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선수로 살아온 11년. 난 농구만 할 수 있는,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학생선수'에서 '선수'란 단어만 뺐을 뿐인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것일까요?

다양한 선수 존재하는데... 육성 방식은 하나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학생선수 중도탈락, 운동부 문화, 학생선수 교육 등 다양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참여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학생선수, 은퇴선수, 운동부 중도탈락 학생, 부상선수, 여성선수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나와 유사한 학업적, 관계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선수, 초보선수, 경력선수, 남성, 여성선수, 학생선수...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선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규정하고 바라보고 육성하는 방식은 같습니다. 바로 '전문선수'입니다. 오직 전문선수 육성을 위해서만 나아갈 뿐, 이들이 지니는 다양성과 특이성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선수기 때문에 많을 것들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972년 체육특기생제도가 도입되면서 학생선수는 공부성적과 상관 없이 운동실적만으로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해졌습니다. 또 국군체육부대, 군 면제, 포상금 등의 제도와 혜택이 추가됐습니다. '운동만'하면 돈, 명예, 상급학교 진학, 군 혜택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학생선수 대부분이 제2의 김연아, 류현진, 손흥민을 꿈꾸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처럼 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학생선수 중 대부분은 운동을 그만둬야 합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운동만 합니다. 운동만 해야 합니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학업과 운동병행은 대비적 관계가 아닙니다.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도 아닙니다. 학생답게 교육받을 권리인 '학습권'과 선수답게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권' 모두 보장받아야 합니다.

지원과 대안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이틀째인 6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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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아래 혁신위는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합숙 훈련 폐지 등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혁신위 권고안의 취지와 학부모, 학생선수의 의견 모두 이해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학생선수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책임을 학생선수 개인에게 귀결되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운동실적으로 상급학교 진학이 대부분 결정되는 체육특기생 대입 현실에 비춰볼 때 학부모와 학생선수의 반발은 예상 가능한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혁신위의 권고안은 현장에서 운동시간을 축소하고, 대회 개최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동의할 수 없습니다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누적된 수업결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부를 해야하고(하지만 학업으로 상급학교 진학이 불가능하고), 운동도 해야 하는 상황(거의 유일한 상급학교 진학수단)입니다.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지원과 대안이 '주중대회금지', '주말대회개최' 권고와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첫째, 교육부의 역할입니다. 주중 대회 금지를 원칙으로 하더라도 일정 부분(이동 숙박 등으로 인한) 수업결손(학교에서 인정하지 않더라도)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맥락을 고려해서 권고안과 더불어, 정상적 시행을 위한 지원관련 내용을 추가했으면 좋겠습니다. e-school(이-스쿨)같이 관리도 없고, 연계성도 낮은 허울뿐인 제도 말고, 학생선수들의 수업결손을 보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력을 충원해야 합니다. 교육부는 학생선수를 관리의 대상이 아닌, 선수이자 학생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위한 인력과 예산을 마련해 학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둘째, 대한체육회, 대학스포츠협의회, 학교체육진흥회 등 관리, 유관 부서의 역할입니다. 다양한 학생선수의 특성을 고려한 규정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선수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령별, 학제별, 종목별 특성을 고려한 규정제정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스포츠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올바른 '운동권'에 대한 정의입니다.

이 모든 내용(용어와 시기의 차이가 있습니다만)이 혁신위의 권고안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어른으로, 선배로, 부모로, 지도자로 제시해야할 학생선수를 위한 길은 무엇일까요? 최근 20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마다 혁신위의 권고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각 후보들이 어떤 입장인지는 차지하고, 모두에게 당부할 것이 있습니다. 학생선수의 학업과 운동병행 문제를 절대 정치적 문제로, 단기적 안목으로 판단하고 선동하거나 왜곡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학생선수'에겐 '학생'과 '선수'란 역할과 그에 따른 학업과 운동이란 업이 있습니다. 이들은 두 가지 신분과 업이 있기에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국가는 이들이 공부도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단기적 이익(성과)보다 중요한 장기적 안목이 필요합니다. 절대다수의 학생선수는 운동을 할 날보다 하지 않고 살아갈 날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충북대 체육교육학과 교수입니다. 이 글은 체육시민연대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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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학교 체육교육과에 근무하는 임용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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