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누는 맏언니 맏형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30일 앞둔 1월 5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대표 김아랑, 곽윤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야기 나누는 맏언니 맏형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30일 앞둔 1월 5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대표 김아랑, 곽윤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하계 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동계올림픽에는 쇼트트랙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올림픽의 '절대적인 효자종목'이다. 실제로 한국은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체택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2018년 평창 대회까지 금메달 24개를 포함해 총 48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한국이 따낸 금메달 24개는 금메달 2, 3,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10개)과 캐나다(9개), 미국(4개)을 더한 것(23개)보다 많다.

하지만 한국 쇼트트랙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큰 위기에 빠졌다. 여자부에서는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심석희가 대표팀 동료선수들을 조롱 및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는 파문이 있었고 대한빙상연맹으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며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남자부에서는 동성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리는 장난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를 받았던 평창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중국으로 귀화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지만 한국쇼트트랙은 남녀부의 에이스 황대헌과 최민정을 중심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노리고 있다. 특히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와 맏언니 김아랑은 베이징 올림픽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나란히 한국의 기수로 선정된 곽윤기와 김아랑은 생애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 유력한 이번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유튜버 올림픽 메달리스트 탄생?
 
핑크빛 올림픽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가 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훈련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 핑크빛 올림픽 대한민국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가 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훈련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곽윤기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통산 7개의 금메달을 따냈을 정도로 세계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쇼트트랙 선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5000m계주 은메달이 유일한 입상기록이었다. 고등학생이던 2007년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된 곽윤기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5000m 계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곽윤기는 시상식에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춤을 추는 끼를 발산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곽윤기는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1500m 정상에 오르며 종합 2위를 기록했고 2012년에는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2014년 소치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곽윤기는 발목부상으로 대표 선발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남자 쇼트트랙 선수의 전성기가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찾아온다는 걸 고려하면 곽윤기는 그렇게 '비운의 스타'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곽윤기는 포기하지 않았고 2017-2018 시즌 선발전에서 최종 4위로 대표팀에 선발되며 만 29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한국은 평창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 결승 레이스에서 임효준이 넘어지는 바람에 4위에 그쳤다. 곽윤기는 올림픽 이후 2018-2019 시즌을 통째로 걸렀고 2019-2020 시즌에는 1, 2차 종합 10위에 그치며 대표팀 승선에 실패, 은퇴시기가 다가왔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곽윤기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21-2022 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4위에 오르며 베이징 올림픽 계주 멤버에 선발됐다. 만 32세, 한국나이로 34세라는 지도자에 어울릴 법한 나이에 당당히 현역으로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것이다. 곽윤기는 대표팀의 막내 이준서(2000년생)보다 11살이나 많고 2006 토리노 올림픽을 시작으로 통산 5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탈리아의 아리아나 폰타나(1990년생)보다도 한 살 많다. 

빙상전문 유튜브 채널 '꽉잡아윤기'를 운영하며 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곽윤기는 올림픽 기간에도 유튜브 촬영을 통해 팬들에게 생생한 올림픽 소식을 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곽윤기의 본업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다. 의지만 변하지 않고 노력하면 늦은 나이에도 충분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곽윤기가 마지막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3연속 올림픽 출전하는 쇼트트랙 미소천사
 
김아랑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2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실시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김아랑이 트랙을 돌고 있다.

▲ 김아랑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2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실시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공식 훈련에서 김아랑이 트랙을 돌고 있다. ⓒ 연합뉴스

 
곽윤기가 부상 때문에 다소 우여곡절을 겪으며 선수생활을 했다면 여자부의 맏언니 김아랑은 주니어 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출전하는 올림픽마다 모두 금메달을 하나씩 목에 걸었다. 2013년 바르샤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김아랑은 2013-2014 시즌 심석희와 박승희에 이어 종합 3위를 기록하며 소치 올림픽 개인전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김아랑은 소치 올림픽에서 주종목 1500m가 열리던 당일 급성 위염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고 힘들게 올라간 결승에서 레이스 초반에 넘어지며 실격을 당했다. 하지만 김아랑은 3000m 계주에서 한국의 4번 주자로 나서며 제 역할을 다했다. 한국 여자계주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아쉽게 놓쳤던 금메달을 되찾아오는 데 기여한 김아랑은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며 대표팀의 붙박이 멤버로 활약하던 김아랑은 2016-2017 시즌 시니어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3개의 메달을 따며 국가대표 탈락의 아쉬움을 달랜 김아랑은 2017-2018 시즌 종합 2위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조해리라는 든든한 언니가 있었던 4년 전과 달리 이번엔 대표팀의 맏언니가 된 것이다.

김아랑은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3000m 계주에서 동생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김아랑은 올림픽 이후에도 나태해지지 않고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며 대표팀에 선발됐고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1-2022 시즌 선발전에서도 최종 5위로 3회 연속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 중 올림픽에 3회 연속으로 출전한 선수는 전이경(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 이후 김아랑이 역대 두 번째다.

사실 김아랑은 이번 올림픽에서 3000m 계주에만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심석희가 징계, 김지유가 발목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면서 김아랑은 개인전 1000m와 1500m, 혼성계주까지 출전하게 됐다. 김아랑에게는 절호의 기회이자 맏언니로서 막중한 책임이 더해진 셈이다. 하지만 출전하는 올림픽마다 금메달을 하나씩 수확했던 김아랑의 경험과 노련미가 베이징에서도 발휘된다면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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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남녀부 최고참 곽윤기 김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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