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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인 한 명이 2022년 1월 10일 월요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과의 분리선상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 한 명이 2022년 1월 10일 월요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과의 분리선상에 서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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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가 심상찮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은, 냉전 종식 이후 중·동유럽 지역으로의 나토(NATO) 동진 정책과 이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과 대응에서 연유한다. 

나토는 동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안보 우려감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추진해 왔다. 1997년 5월 파리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토-러시아 상호관계, 협력, 안보에 관한 기본조약'을 체결하면서 나토는 러시아에게 신규 나토 회원국의 영토에 나토의 군사력이나 핵무기 배비(配備)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002년 5월 로마 나토 정상회담에서 나토와 러시아의 안보협력을 제도화한 '나토-러시아이사회(NRC)'가 창설됐다. 따라서 1999년의 폴란드·헝가리·체코, 2004년 불가리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반대보다는 러시아의 이해와 협조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나토와 러시아의 협력관계는 여기까지였다. 2008년 4월 부카레스트 나토 정상회담 계기,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 회원국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미국의 구상이 공개되면서 나토와 러시아의 갈등이 점화되고 본격화했다.

부카레스트 정상회담에서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은 나토-러시아 관계 악화를 우려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 2008년 8월 남오세티야 자치공화국내 민족 갈등을 계기로 러시아-조지아 전쟁,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 병합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발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나토의 동진정책에서 연유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 정책으로 자국의 안보가 위협받게 됐다고 판단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안전보장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가 강조하고 있는 자국의 안전보장 요구사항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중 러시아는 나토와 관련된 첫 번째와 두 번째 사항을 핵심 조건으로 간주한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포함하는 나토의 동진정책 금지, 둘째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신규 회원국 영토에 배치된 나토 군사력(미국의 중·단거리 미사일) 철수, 셋째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캄카스·중앙아시아에서 나토의 모든 군사 활동 전면 금지 그리고 넷째 러시아가 제시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조건(민스크 협정 내용)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것 등이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 러시아가 군사 행동을 감행할 경우 다양한 영역에서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에 미군 파병 등 나토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고 러시아의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 접근차단, 노드스트림 2 가스관 사업진행 중단, 친러 인사 자산 동결 등의 고강도 경제제재 등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관련 국가들이 지역적 전략지점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 테스트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19 팬데믹 심화와 확실한 국제적 지도국가가 부재한 'G-zero 시대'에 전략적 중요 지역에서 발생한 갈등이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이번 사태는 미국, 나토, 러시아 그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딜레마 게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은 동맹 갈등과 군비경쟁 심화라는 이중적 안보 딜레마 부각과 강대국 협조체제 작동에 따른 제한적 지역 안정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동맹에 대한 미국의 신뢰성 약화를 가져와 동맹 갈등과 안보 자율성을 추구하는 지역 국가들의 자강 논리로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의 강대국 협조체제가 작동되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불투명(연기 또는 금지)해지는 전략적 타협이 이뤄진다면, 이는 임시적·제한적 지역 안정이라는 현상유지 국면 지속이 연출될 수 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의 강대국 협조체제에 따른 안보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정책은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나토 가입은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안보 방파제가 될 수 있으나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자신의 사활적 안보위협으로 인식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보와 러시아의 안보가 상충되는 점을 고려해 러시아와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했어야 했다. 
 
러시아 장갑차 호송대가 지난 18일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서유럽에선 이를 침공의 전초전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장갑차 호송대가 지난 18일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서유럽에선 이를 침공의 전초전으로 우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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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주는 교훈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은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진 분단국가이자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구조적으로 이중적 안보 문제에 노출돼 있다. 분단에 따른 남북한 안보 문제와 해양(미국)과 대륙(중국)의 안보적 상호작용에 따른 안보 문제를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

이중적 안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안보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우리의 자주적 안보 능력이 한반도 평화 관리와 증진을 중추적 주변 외교가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반도 시사점은, 주변 강대국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에 대한 뚜렷한 자각 의식을 가지고 동맹과 주변국 협력안보를 균형있고 실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있다.

강대국 의존 지향의 안보와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진영 의식을 강조하는 가치지향의 편승외교는 주변국으로부터 정치·안보·경제 등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동아시아 미중 패권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지향해야 할 외교안보정책기조로 국익중심의 자주적 실용외교의 적합성을 방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우리 연구원 이슈브리프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우크라이나 사태, #나토 동진정책, #국익중심 실용외교,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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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학 박사 노무현 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 역임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현재) 민주평통기관지 통일+평화 편집위원(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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