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의 모습.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초구 일대의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최근 종합부동산세를 순자산 기준으로 과세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순자산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현재 종부세는 '순자산'이 아니라 '총자산' 기준으로 부과한다. 즉, 1세대 1주택자가 시가 약 20억원의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공시가격 약 14억원) 종부세액은 약 100만 원이다. 이때 20억원 주택을 자기 돈으로 샀는지 아니면 대출받아서 샀는지는 구별하지 않는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이를 구별하자고 한다. 현금 20억원이 있어서 대출 없이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제법 부자다. 그러나 대출을 많이 끼고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큰 부자가 아니다. 그러니 대출이 많아 순자산이 적은 사람은 세금을 덜 내게 하겠다는 의미다. 

언뜻 보면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고 대출이 많아 순자산이 적은 사람의 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되는 듯도 하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실질과 다르고 조세 원리적 측면에 맞지 않는다. 특히 현실 정책적 측면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적 실질 측면] 세테크용 담보대출이라는 편법이 가능해진다  

우선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는 자기 돈과 빌린 돈(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엄밀하게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등기부 등본에 적시된 형식적 부채만 부채가 아니다. 즉, 신용대출을 받아서 현금으로 구매한 주택과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서 구매한 주택은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 둘을 세법에서 달리 취급하면 안 된다. 

담보 대출 없이 멀쩡히 자기 돈 100%로 구입한 50억원짜리 주택이 있다. 그런데 이를 순자산으로 과세하면 납세자는 '세테크' 목적의 담보 대출을 받게 된다. 한도만큼 담보 대출을 받고 대출받은 돈을 적절히 투자하면, 손쉬운 방식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담보 대출이라는 법적 형식만 바꾸면 세금 액수가 달라진다. 법적 형식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세법에서 말하는 '실질 과세의 원칙'이다. 

[조세 원리적 측면] 부동산 과다 보유 억제 취지에 위배 

소득세나 법인세가 같은 소득에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인 것처럼, 종부세 같은 재산세제에는 같은 재산에 같은 세금을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일한 자산에 다른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면 조세체계가 조악해지고 조세 행정이 복잡해진다. 

종부세를 부과하는 세법적 목적을 다시 파악해보자. 토지와 주택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존재하는 세금이다. 그래서 상가·빌딩 같은 상업적 부동산은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상가와 빌딩은 모든 국민이 형평성 있게 보유해야 할 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자산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해 동일 자산에 차등을 두는 것은 한정된 자원의 과다 보유를 억제하려고 만든 종부세 존재 목적에 맞지 않는다.

[사회 정책적 측면] 대출 통한 부동산 투자(투기)에 혜택 주는 꼴 

부동산 세제는 조세 원칙적 측면도 있지만 사회 정책적 측면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양도소득세는 양도할 때 발생한 소득, 즉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소득세다. 같은 소득에는 같은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이 조세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 1세대 1주택에는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다주택자에게는 중과한다. 이는 조세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1세대 1주택자를 보호하려는 사회 정책적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실소유자보다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투기)자를 더 우대해야 한다는 사회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소수의 자기자본을 뻥튀기해서 레버리지(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을 세제상 더 우대해줄 필요는 없다. 순자산 과세는 빚을 많이 진 부동산 투자자가 세제상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종부세는 부유세가 아니다

결국 순자산 과세는 경제적 실질 측면, 조세 원리적 측면, 사회 정책적 측면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다. 순자산 과세는 현실 세상에서는 모든 자산을 총합한 '부유세' 형태로 가능할 뿐, 개별 자산을 순자산 과세할 수는 없다. 부유세란, 한 개인이 가진 모든 금융 자산, 부동산 자산을 통합하여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한 개인의 실질 부를 파악하고 세금을 부과한다면 총자산이 아니라 순자산에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부유세가 아니다. 금융자산이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상가나 빌딩 같은 상업적 부동산 자산도 종부세 부과 대상은 아니다. 즉 순자산 과세를 하게 될 경우 종부세 대상 자산에 본인이 가진 모든 부채를 기록하고 다른 형태의 자산을 보유한다면, 경제적 실질은 변화하지 않으면서도 세금 액수를 변동시킬 수 있다. 

윤석열 후보의 '순자산 과세 종부세'는 종부세를 부유세로 오해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종부세는 부유세가 아니다. 빚을 내 주택 및 토지를 구입한 투자자에게 실소유자보다 더 큰 혜택을 줄 필요는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민 님은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22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구독문의 02-6712-5243


태그:#종부세, #순자산과세, #윤석열
댓글4

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