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러 소재를 활용해 변주되어 온 케이퍼 장르가 경찰 조직 내부로 파고들었다. 오는 1월 5일 개봉할 영화 <경관의 피>는 언더커버, 즉 신분을 숨긴 채 내부 인원을 감시하는 경찰과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범죄소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베테랑 경찰 간의 긴장감을 동력 삼고 있다.

소재로 보면 흥미롭다. 언더커버라는 설정은 <무간도> <신세계> 등에서 유려하게 활용했는데 범죄 조직 안에 숨어든 경찰, 경찰 조직에 숨어든 범죄자가 주요한 설정이었다. <경관의 피>는 이를 살짝 비틀어 경찰 자체의 이중성을 암시하며 해당 조직의 폐부를 보다 깊이 찌르려고 했다. 동명의 소설 원작이 있기에 서로 비교하면서 봐도 흥미로운 지점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베테랑 형사 박강윤(조진웅)은 비선으로 활동비를 마련해 규모가 큰 범죄 사건을 해결해왔다. 이를 눈여겨보고 있던 감찰계장 황인호(박희순)는 신입 최민재(최우식)를 설득해 박강윤 팀으로 파견하고, 근거리에서 박강윤의 사건 해결 방식을 지켜보는 민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에 빠진다. 멀리서 보면 불법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일견 합리적이고, 심지어 실질적인 범죄 소탕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조직 내부의 썩은 뿌리를 없애려는 자와 자신의 소명의식을 다하려는 자의 대결로 볼 수 있다. 이 틀 안에서 민재의 내면 갈등, 그리고 강윤의 또다른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다양한 층위의 갈등이 영화와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한다. 관객 입장에선 민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기 쉽기에 그의 심리에 따라 강윤을 비판하다가도 묘하게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제법 영리한 영화적 선택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구조라면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리는 게 중요하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민재의 과거와 연관된 진실이 밝혀지는데 민재의 마음이 급변하는 계기 등이 다소 설명적으로 나열된다. 은유와 암시보다는 대중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긴장감이 반감되고, 캐릭터 간 관계성의 탄탄함도 다소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후반 작업 과정에서의 문제인지 영화의 일부 대사와 사운드 또한 뭉개진다. 개봉 전까지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순간에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아 몰입이 깨지는 경우가 생기기 쉽다. 이런 기술적 문제를 제외하고 배우들의 합은 좋은 편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박강윤 역의 조진웅은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탄탄하게 끌고 나가고, 신입답게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는 민재를 최우식이 무난하게 표현했다. 이들을 관찰하는 인호 역의 박희순 또한 그간의 연륜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영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한줄평: 장르적으로 충분히 즐길만한 선택
평점: ★★★☆(3.5/5)
 

영화 <경관의 피> 관련 정보

영제: The Policeman's Lineage 감독: 이규만 출연: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제공 및 배급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리양필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9분 개봉: 2022년 1월 5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