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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이 불법 성착취사이트 실태와 BDSM 내 성폭력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구조를 고발합니다.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를 <추적단 불꽃>은 그동안 끈질기게 추적해왔습니다. 또한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추적단 불꽃>의 기획 보도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자' 활동가들은 2020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를 검거하는 일까지 함께 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은 물론이고 가해자 신고·검거까지, 우리(추적단 불꽃)의 활동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 이들의 활동을 더욱 알리고자 인터뷰를 요청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이희정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디지털성범죄피해지원팀장은 본래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이 팀장은 "사람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장애인 피해자분들은 채팅앱을 통해서 피해가 주로 발생하더라"라며 "당시에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전문성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 지원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지지동반자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지동반자 사업은 서울시와 나무여성인권상담소가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구제 1대1 지원 서비스다. 

"누군가의 디지털 성범죄 '그 후' 조력"
 
2020년 4월 6일, 정의당이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제정 등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원을 촉구했다.
 2020년 4월 6일, 정의당이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방지-처벌법" 제정 등을 위한 원포인트 국회 개원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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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형사 사건 처리, 심리 상담 안내를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수사 법률 지원, 상담 지원, 증거 수집 안내, 기관 연계까지 네 가지 지원으로 나뉘어 있어요.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수사 법률 지원이 필요한데, 피해를 인지한 피해자가 상담소에 전화해서 형사 고소하겠다고 하시면 고소장 작성부터 함께 합니다. 저희가 동행해서 접수도 하고 있고요. 이후에는 피해 진술 관련해서 신뢰 관계인으로 동행도 하고요. 변호사분이 필요하시다고 하면 연결도 해드려요. 전반적으로 누군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이후를 조력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 n번방 사건을 비롯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지난해 3월이 되어서야 가시화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n번방 사건 전후로 되게 명백해진 것 같아요. 일단 디지털 성폭력이라고 말했을 때 못 알아듣는 사람은 없잖아요. 예전에는 '네? 디지털이요?' 이렇게 반문했거든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안 하니까 분명히 사람들의 뇌리에 디지털 성폭력의 개념이 자리 잡은 거죠.

다만 아쉬운 점은 있어요. 여성가족부에서 무료 법률 구조 사업비를 주고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서 사업비를 받아서 수행하는 사업을 (저희가) 하고 있어요. 법률 지원 기금이 올해는 8월이 되니까 떨어지더라고요. 기금이 떨어진다, 예산이 소진됐다는 얘기를 (활동가와 피해자가)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피해자분들이 지원을 받아야 할 때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항상 예산 문제가 존재하네요. 예산 규모는 사실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관심이 크면 없던 예산도 만들어내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아쉽죠."

- 활동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텐데요.
  
"동료 상담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는 피해자분들 이야기를 누구한테 말할 수가 없잖아요. 이 일들을 같이 해내고 있는 동료분들이 지원의 어려움을 서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죠.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또 심리 상담도 받아봤었거든요. 그런데 항상 비용이 문제잖아요.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영역에 있는 분들이 지속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금이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 2019년 9월부터 디지털성범죄 피해생존자지원팀을 운영하신 것으로 압니다. 몇 분의 활동가가 몇 분(건)의 피해생존자분들을 지원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168명을 지원했어요. 전체 상담이 3,081건이었고요. 2021년 상반기에는 총 109명을 지원 했어요. 전체 상담은 총 1,775건이고요. 지지동반자 팀은 총 4명입니다."

"피해자, 당연히 국가 지원 받아야... 지속 지원 방안 강구돼야"
 
나무여성인권상담소 홈페이지에 있는 디지털성범죄 증거자료 채증방법.
 나무여성인권상담소 홈페이지에 있는 디지털성범죄 증거자료 채증방법.
ⓒ 나무여성인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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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성범죄 피해생존자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무여성인권상담소의 '지지동반자'가 일상 회복에 정말 큰 도움이 됐다는 말을 여러 번 하시더라고요. 

"누구신지 알 것 같아요. 근데 사실 너무 과찬인 것 같고요. 저는 반대로 이 분을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까지 본인 사건을 주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디지털 성폭력 관련해서 조금 더 먼저 알았고 정보를 알아서 그 분한테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당사자가) 갈 길이 사실 멀잖아요.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싸움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피해자와 정말 협력하는 관계인 것 같아요. 저희가 같이 길을 걸어가다가, 아무리 지원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마주해 제가 지치거나 무력감이 찾아오면 오히려 피해자분들이 저를 지원해주신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무력감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슬기롭게 헤쳐나가서 그 당사자분과 (서로) 계속 든든한 지지자와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물론 그분의 피해가 종료되면 너무 좋겠지만요."

- 지난해 지지동반자 사업에 대한 서울시 지원이 중간에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생존자분들을 계속 지원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센터의 여건이 녹록지 않음에도 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누구도 아무 말도 안 했던 것 같아요. 해야 해? 말아야 해? 라고 질문하지도 않았고요. 사실 피해자에게 지원받던 중간에 '(서울시 지원) 사업 형태라 지원을 받을 수 없어요'라고 활동가들이 얘기하는 건,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정말 피눈물 나는 일이거든요. 피해자의 실망감이 엄청나게 클 거라고 예상합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보았다면 당연히 국가에서는 지원을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단기 사업 형태가 아닌 지속해서 지원할 방안이 반드시 강구돼야죠."

- 나무여성인권상담소의 향후 활동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가깝게는 2021년 하반기, 길게는 10년 후의 미래까지 센터 안팎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변화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10년 후에는 상담소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 말인즉, 성폭력 범죄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거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10년 후에는 국제적인 회의가 상시로 열려서 거대한 기업형 플랫폼들이 제대로 사건 해결에 협조했으면 좋겠어요. 피해자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간에요."

-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아동·청소년들이 얘기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같이 얘기 나눌 수 있고, 그럼 그 상황에 맞게 좀 더 적절하게 지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또 많이 나타날 거잖아요. 주변에 어떠한 사람이든 최소한 한 명만이라도 아동·청소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에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거나 아니면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을 때같이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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