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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이 불법 성착취사이트 실태와 BDSM 위험성을 고발합니다.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를 <추적단 불꽃>은 그동안 끈질기게 추적해왔습니다. 또한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 보도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 사이트 R은 가칭입니다. 사이트 이름이 노출될 경우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포털사이트에 불법 성착취 사이트 'R'을 검색하면 해당 주소가 검색창 바로 아래에 그대로 노출된다. <추적단 불꽃>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에 요청해 제공받은 <디지털성범죄정보 심의 및 시정요구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심의에 들어간 사이트 5912건 중, 접속 차단 및 삭제된 사이트는 5827건으로 85개의 사이트를 제외한 나머지는 심의에 걸려 시정되었다. 심의에 들어가면 대부분 접속이 차단되고 있긴 하지만, 사이트가 도메인을 변경하면 그마저도 소용이 없다.

방심위에 따르면 사이트 R의 접속을 올해 6월 말 막았으나, 7월 초부터 새로운 도메인으로 다시 개설됐다. 최승호 방심위 긴급대응팀장은 "사이트 R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트 R은 위원회 신고 계정에 대한 차단, 사이트 접속차단에 대한 회피(도메인 변경) 등 위원회 조치를 피하는 악성 사이트로 경찰에 해당 사이트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불법 성착취 사이트인 '소라넷' 역시 약 10년 동안 200회 이상 도메인 주소를 변경하며 위원회 접속차단을 회피한 바 있다.

1541명... 그리고 100만 명
 
사이트 R 운영진은 사이트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방송통신심위위원회 차단 조치를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운영진은 경찰청, 방심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본인들의 SNS 계정에 바뀐 사이트 주소를 홍보하고 있다. 사이트 R 접속 화면.
 사이트 R 운영진은 사이트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방송통신심위위원회 차단 조치를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운영진은 경찰청, 방심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본인들의 SNS 계정에 바뀐 사이트 주소를 홍보하고 있다. 사이트 R 접속 화면.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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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이트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물이 막무가내로 올라오는 만큼, 삭제 지원을 요청하는 피해자의 수도 나날이 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피해물 유포 피해로 센터에서 삭제 지원을 받은 내담자는 2018년 241명, 2019년 459명, 2020년 841명에 이른다. 3년 동안 지원을 받은 피해자의 수만 무려 1541명이다. 우리는 지원센터에 총 몇 개의 사이트에서 피해자들의 영상이 유포된 것인지 물어봤다. 센터 측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IP주소 기준(IP주소 변동에 따라 집계 건수 감소 가능함) 약 8000개의 사이트를 대상으로 삭제 지원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불법성착취사이트의 시초 격이라 볼 수 있는 소라넷은 1999년에 개설돼 무려 17년이 지난 2016년 6월에서야 폐쇄됐다. 소라넷에는 불법촬영물을 비롯한 강간, 폭행 성착취 영상이 수없이 올라왔다. 국내 최대 성착취 사이트인 소라넷이 사라져도, 그 뒤를 잇는 수많은 사이트는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재는 폐쇄됐지만 2013년 12월에 개설되어 최소 46만개가 넘는 성착취 영상이 업로드된 '에이브이스눕'(AV-SNOOP), 회원 수가 42만 명에 육박했던 '꿀밤'(현재 폐쇄), 2015년 6월에 개설되어 22만여건이 넘는 아동성착취물이 공유된 '웰컴투비디오' 등이 그 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100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했던 소라넷이 17년 만에 폐쇄됐지만, 그 사이트를 이용하던 사람들까지 같이 폐쇄 된 건 아니다"라며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이 장소만 옮겨 성폭력을 계속 이어오고 있음을 지적했다.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피해자 지원을 시작하던 2017년에도 불법성착취사이트 운영진들은 피해자에게 신분증을 보내라는 등의 본인 인증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효린 사무국장은 "애초에 불법성착취사이트 존재 자체가 불법인데 어떻게 당사자에게 본인 인증을 하라는 요청을 할 수 있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받아주지 않다가 피해자 남자친구가 삭제를 요청하자 그의 사정이 딱하다며 삭제해 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이트 운영자가 피해자 남자친구에게 모욕적이고 피해를 준다는 관점으로 접근해 삭제한 것"이라며 "그들이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공손하시라... 그럼 고민해볼게"
 
피해자가 불법 성착취사이트 'N'에 올라온 본인의 피해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자 운영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을 재가공한 것이다.
 피해자가 불법 성착취사이트 "N"에 올라온 본인의 피해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자 운영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을 재가공한 것이다.
ⓒ 추적단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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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유포 피해자 P씨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유포되는 자신의 피해물과 싸우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영상을 지우고자 사이트에 직접 본인이 피해자임을 밝히며 삭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 간절한 요청에 달린 댓글은 아래와 같았다. 

"(사진) 지워지고 싶으면 공손하게 말해요. 우리는 우리 회원들이 올린 소중한 자료를 함부로 지우지 않아요. 정 지우고 싶으면 셀카 찍어서 보내보든가요. 그럼 고민해볼게요."

2019년도에 P씨가 'N'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했을 때 운영진의 답이었다. 운영진은 피해자의 피해보단 회원들의 자료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당당하게 말했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삭제 요청 글을 남긴 P씨의 아이디를 탈퇴시키고 IP 주소를 차단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3년이 지난 지금, P씨는 더 이상 본인이 직접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하지 않는다. 지난 9월 말, 사이트 R에도 P씨의 피해물이 또 올라왔다. 삭제의 굴레는 도대체 언제쯤 끝날 수 있는 걸까. 수많은 피해자들은 오늘도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본인의 피해물을 삭제하기 위해 밤새 모니터링을 이어간다.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 두려운 마음에 얼굴과 이름을 바꾸고, 20년 넘게 살아온 인생을 잃은 피해자도 있다. 그럼에도 피해물을 가지고 있는 가해자는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있다.

'있잖아… 내가 너를 **사이트에서 본 것 같아...'
'누나, 이거 누나 맞아요?'


앞서 [디지털 성범죄, 지금 ①]에서 소개한 K씨와 P씨 모두 남성인 지인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삭제의 끝이 아득한 것처럼, 피해물 유포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또한 명확한 시점을 알 수 없다.

우리는 K씨와 P씨에게 각각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영상의 유포를 막을 수 없다면 가해자들에게 욕이라도 시원하게 내뱉었으면 하는 마음에 물어본 질문이었다. K씨는 "언젠간 세상이 바뀌어 가해자들이 죄책감 없이 했던 행동은 결국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P씨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이렇게 말했다.

"결국 그냥 내 옆에 있는, 내 옆을 지나가는 너무나도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성들 중 한 명일 것이라서요.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역시 예상 못한 답변에 할 말을 잃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저 남성이 내 피해물을 시청하거나 유포한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피해자의 심정을 감히 가늠할 수 없었다. 끊임없는 삭제의 굴레를 끊어 피해자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변화해야 할 것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불법 성착취 사이트 운영진 검거 및 처벌이 우선이겠지만, 그들이 잡혀서 처벌된다 한들 누군가 또 다른 사이트를 만들면 유포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R'의 고리부터 끊자
 
2020년 3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 진선미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아동성착취물이 포함된 불법촬영물 제작, 유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의 범죄를 규탄하며 재발금지법 통과와 해당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0년 3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박주민 최고위원, 진선미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아동성착취물이 포함된 불법촬영물 제작, 유포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의 범죄를 규탄하며 재발금지법 통과와 해당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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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꽃레터>(추적단불꽃의 디지털성범죄 전문 르포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11월 3일부터 3일 간 사이트 R 추적 내용을 보도했다. 그로부터 한 달간 추가 모니터링을 해보니 사이트 R 운영진은 피해물의 제목과 내용을 감추는 등 앞서보다 은밀하게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는 "최근 자료 신고가 빈번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니 불편해도 이해해달라"는 친절한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사이트 R은 모니터링과 수사가 어렵도록 끊임없이 장벽을 세우고 있다. 지금 이 굴레를 끊지 못한다면 '신작(새로운 디지털성범죄 피해물을 지칭하는 가해자들의 은어)'을 원하는 가해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 것이다.

사이트 R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국내 접속이 막혔었다. 방심위에서 심의를 거쳐 국내에서 시도하는 접속을 차단한 결과다. 그러나 이는 임시 조치일 뿐, VPN을 설치하면 사이트 R에 접속할 수 있었다. 즉, 사이트 주소만 알고 있으면 VPN으로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2월 23일 기준, VPN을 설치하지 않아도 사이트 R에 접속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이트 R 운영진은 사이트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며 방심위의 차단 조치를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운영진은 경찰청, 방심위,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본인들의 SNS 계정에 바뀐 사이트 주소를 홍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법 성착취 사이트 R을 폐쇄시키는 것이다. 사이트를 폐쇄시켜 가해자들이 한 곳에 뭉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그들이 뭉쳐 피해물을 재화로, 유희로 취급하는 문화를 이어가기 어렵도록 손을 써야 한다. 불법 성착취 사이트와 연루된 자들이 흩어지는 순간, 더디더라도 피해자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할 다른 방안을 강구할 여유가 생길 테다. <추적단 불꽃>은 불법 성착취 사이트가 폐쇄되고 운영진이 모두 검거되는 그 날까지 피해자와 연대하며 사이트 추적을 이어나갈 작정이다. 우리와 함께 할 많은 분들의 관심과 목소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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