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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성분을 현미경으로 봤다. 이상하게 생긴 게 머리와 꼬리 쪽에 털이 나 있다." (전국학부모연대 주최 '백신 패스 도입규탄집회'에 참석한 산부인과 전문의 A씨 발언)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 19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미접종자에 비해 질병이 더욱 악화되는 백신 강화 질환이 우려되고 있었는데..." (전국학부모연대 성명 중 일부)


'소아·청소년 방역패스' 논란 이후, 12~17세 백신 접종 반대 목소리와 함께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가 SNS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특히 일부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접종 반대 시위가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전면등교를 철회한 배경에는 늘어나는 학생 확진자수도 주요한 요인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학생 확진자는 최소 3928명으로 집계됐다.

"비타민 C와 D를 학생들에게 충분히 보급하고..."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청사 앞에서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방역패스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행정법원청사 앞에서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방역패스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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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방역패스가 위법하다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서 '청소년 백신 거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고 밝힌 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을 지지하기 위해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적이 있는 단체다. 김수진 전학연 상임대표는 지난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비타민 C와 D를 학생들에게 충분히 보급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정책을 할 것을 요구한다" 등의 성명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백신 반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지난 11월 30일 전학연 외 63개 단체가 주최한 소아 청소년 백신 접종 반대 집회에서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등장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다.

주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날 (기자회견에) 나간 게 맞고, 계속 (청소년 백신 접종 반대) 활동 하고 있다"라며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려는 엄마들과 같이 마음을 합쳐서 (활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본인은 백신을 접종했냐는 질문에 "나는 코로나 한 번 걸렸기 때문에 안 맞아도 된다"라고 답변했다.

집회 참석한 산문인과 전문의 발언에 의협 우려 성명 발표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방역패스 및 청소년 백신접종 반대 기자회견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및 학부모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방역패스 및 청소년 백신접종 규탄 기자회견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방역패스 및 청소년 백신접종 반대 기자회견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및 학부모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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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전학연의 '백신 패스 도입 규탄 집회'에 참석한 산부인과 전문의 A씨가 백신 배양액 속 괴생명체(다량의 미생물 확인체)가 발견됐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백신 속 괴생명체가 있다는 이야기는 괴담이다.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음모론과 가짜뉴스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제동을 걸었다. 의협 자율정화특별위원회는 "해당 회원(산부인과 의사)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왜곡된 여론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대국민 불신을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해당 회원에 대한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A씨는 "해외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마이크로 센서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학연은 "청소년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 "백신 접종 후 백혈병이 발병했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이 역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코로나19는 결코 청소년에게 안전한 질병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기저질환이 있던 10세 미만 아동 2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최영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8일 교육부 주최 온라인 포럼에서 "미국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사망했던 청소년이 지난주 기준으로 740명이었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어린이 사망 원인 10위 안에 코로나19가 들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백신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킨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미 대한혈액학회가 공식적으로 "백신 접종 이후 수일에서 수개월 이후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전학연의 황당 주장들

전학연은 청소년 백신패스를 반대하며 '살인적 강제접종', '백신 독재' 등의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질병청에 따르면 이스라엘·독일·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에스토니아·뉴질랜드·슬로바키아·포르투갈·그리스·미국(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이 청소년에게도 백신패스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전학연은 성명을 통해 "미국내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VAERS)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백신 12~17세중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학교 내 코로나19 백신의 집단 접종을 권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교묘한 사실 왜곡이다.

미국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은 일반인도 신고가 가능하며, 신고된 사망자 중 미국 보건당국이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한 경우는 없었다. 일본 또한 총리관저 홈페이지에 기록된 12~19세 접종률(12월 20일 기준)을 살펴보면 73.2%로, 청소년 접종률이 한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 우리나라는 23일 현재까지 12~17세 청소년의 1차접종률은 64.3%, 2차접종률은 45.1%다.

최근의 '청소년 백신 반대' 시위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학부모 단체들이 안티 벡서들과 정치적인 연대를 맺었는데, 평범한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라고 느낄 것 같다"라며 "백신 속에 이물질이 들어있다고 하면, 90% 이상 맞은 학부모는 뭐가 되겠냐"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방역패스가 적합한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살인패스' 운운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태그:#코로나19, #엄마부대, #백신, #백신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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