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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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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없는 윤석열 선대위'가 결국 닻을 올렸다. 그동안 '김종인 원톱'이 당연시 돼왔던 걸 생각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표현대로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시나리오"대로 가는 형국이다. 하지만 윤석열의 '김종인 포기'에는 나름의 계산법과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관련 기사: "총괄선대위원장 안하나?" 묻자 김종인 두번 '끄덕'). 갈등의 축이었던 김병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열심히 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힌 직후였다(관련 기사: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열심히 할 생각... 총괄? 바꿀 이유 있을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역시 이날 오전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선대위는 선거에 관한 중요한 협의와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니까 특별히 무슨 역할을 조정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나름의 중재안으로 내어놓은 '역할조정론'을 거부한 것이다. 또한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더 이상 그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이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진 않고 있지만(관련 기사: 국민의힘 "김종인, 하루속히 총괄선대위원장 맡아주길"), 김종인 전 위원장이나 윤석열 후보 둘 중 한명이 완전히 숙이지 않는 한, 가능성은 '0'으로 수렴중이다.

내부 동요

'김종인 없는 선대위'가 현실화되자 국민의힘 내부 동요가 감지된다. 한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이 메시지 관리 등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하시는 분"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없어서 선대위가 득을 볼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잘 안 보인다"라고 평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에 새롭게 합류한 이들 중 상당수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전과 방향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 없이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과, 김 전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이를 따라가는 건 차이가 크다. 아직 당내에는 그런 방향성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하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대선은 현실이다. 한 전직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리더십이 있고 민주당에 대한 선거 전략은 잘 짜시겠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지 않느냐"라며 "아쉬움은 남지만 그냥 뭐 끌고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중진들을 계속 구태로 몰고, '자리 사냥꾼' '파리 떼'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캠프 관계자는 "지금 이게 잘 봉합이 안 됐으니까, 싸우는 이유야 둘째 치고, 국민들로부터 싸우는 모습으로 비춰지니까 점수를 깎아 먹는 거 아니겠느냐"라며 "사실 그게 가장 아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결별의 배경 : 윤석열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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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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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과 결별 수순으로 간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이준석 대표 등이 '파리 떼' '하이에나' 등으로 부르며 저격했던 일부 중진들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견해도 있고, 추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등을 염두에 뒀을 때 안 대표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일부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윤석열 후보가 많이 양보하며 노력했는데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후보를 이기려고 하는 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오만한 자기고집의 발로"라면서 "윤 후보 입장에서는 향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이슈 등을 염두하고 저울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김한길 카드를 쓴 것도 거기까지 포석이 깔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의 발로로 보는 해석이 다수다. '김종인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굳이 주도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김종인 전 위원장을 모셔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정권 교체 열망이 높기 때문에, 뭘 해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아마 이미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오시면 좋지만, 원톱으로 전권을 줘가면서까지는 안 모시려고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추격을 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윤석열 후보는 20대와 60대 등 분명한 지지기반이 형성돼 있다"라며 "반면 민주당은 40대에 포위된 형국이라 '김종인 없이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이 중도층이나 고령층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20대나 30대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윤석열 후보가 '정계개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김병준과 김한길을 구상했는데, 직접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김종인과 충돌하는 게 근본적인 갈등 원인"이라고 짚으며 "윤석열의 '마이웨이'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숙이고 백의종군해서 돕겠다는 정도가 아니면 재결합은 힘들어 보인다"라며 "혹은 지지율이 요동치는 외부 조건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대타 체제... "김종인이나 김병준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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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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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원톱' 없이 국민의힘 선대위는 출발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내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돼 있지만, 내가 맡은 실무 분야가 따로 있으니 최대한 총괄 관리는 김병준 위원장께서 많은 부분을 하시도록 중간에 비워드릴 생각"이라며 "개입해야 할 지점이 있다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김병준 위원장이 상당한 주도권을 갖고 선대위를 운영하기를 바란다"라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공석인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어떻게든 '대타'로 끌고가야 한다는 뉘앙스였다.

이 배가 안정적으로 순항할까?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김종인이라는 네임밸류의 후광을 좀 잃을 뿐 큰 영향은 아니다"라며 "김병준이나 김종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어차피 선거야 각 조직에서 하는 거니까 상관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장성철 교수는 "김종인 전 위원장 없이 선대위가 잘 굴러갈지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는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다. 표를 구하기 위해 현장을 뛰어야 하는 사람"이라며 "캠프 안에 선거를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한데, 지금 선대위에는 구심점이 없다. 김종인의 경륜과 카리스마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지지율이 흔들리게 되면, 후보가 아니라도 당내에서 '김종인을 모셔와야 한다'라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라고도 덧붙였다.

대선까지는 이제 100여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