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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2017.5.10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2017.5.10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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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와 그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때문에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다 죽어가던 국민의힘에 뒤처진 것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홍준표 후보와 박빙의 양상을 보이는 것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 펼친 탓이 크다.

다수 국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선언했던 것을 기억했다.

세입자 처지에 있던 서민들은 약간의 돈을 더 합하면 주택을 살 수 있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리라고 철석같이 믿고는 주택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것을 믿고 희망에 부풀었다. 취업준비생들은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일자리 문제를 챙기는 것을 보고는 앞으로 취업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 모든 기대가 헛된 꿈이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으로 전락한 지는 벌써 오래됐고,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재조산하(再造山下: 나라를 다시 만들다)를 천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연히 부동산 공화국 혁파를 중심 정책 목표로 삼았어야 함에도, 기껏 시장을 마사지하는 정도의 정책을 펼치는 데 그쳤고(부동산값이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게 관리하려 했다는 뜻이다), 거기에 약간의 주거복지 정책을 추가할 뿐이었다.

부동산 투기의 근본 원인인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대책, 즉 보유세 강화 정책은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이를 지켜본 투기꾼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빨리 간파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 불고 있던 투기 바람이 광풍으로 발전한 것은 여기에 기인한 바가 컸다.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였으니, 이런 비극이 어디에 있겠는가.

부동산 불평등의 실상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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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OECD 15개 국가를 대상으로 GDP 대비 땅값 배율을 계산해서 그린 것이다. 한국이 2019년 4.6, 2020년 5.0으로 15개국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배율은 3 미만이고, 1 미만인 국가도 있다. 

2019년과 2020년의 수치는 2000년대 들어 최고치였던 2007년 수준(4.4)을 넘어선 값이라는 데 유의하라. 최근 몇 년 사이 이 배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점도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최근의 투기 광풍이 초래한 결과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GDP 대비 땅값 배율은 영국의 1.8배, 독일의 3.0배, 인구밀도가 비슷한 네덜란드의 2.6배, 핀란드의 5.6배, 멕시코의 15.3배 수준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땅값은 선진국 최고 수준이다.

해방 이후 농지개혁으로 평등지권 사회를 실현했던 대한민국은 수십 년이 지나는 사이에 부동산 불로소득의 천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8년 이후 매년 400조 원을 넘는 토지 자본이득이 발생했는데 2020년에는 그것이 772조 원으로 늘었다. 토지 자본이득에다 임대소득을 합한 토지 소득은 2020년에 무려 926조 원에 달했는데, 이는 그해 GDP의 48%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2016년의 GDP 대비 토지 소득 비율이 25%였으니, 4년 만에 무려 23% 포인트가 증가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불로소득은 누구의 손에 들어갔을까.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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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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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도표는 2012년 이후 '토지소유 지니계수의 추이'(위)와 '토지소유 상위 집중도 추이'(아래)를 보여준다(지니계수는 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고 해석한다).

2012년은 2000년 이후 토지소유 관련 지니계수들이 최고치에 달했던 해였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2012~2017년에 지니계수 값이 약간 하락한 것은 당연하다.

2017년 이후 개인의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값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전체 세대를 대상으로 할 때, 개인의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2019년 0.8115, 2020년 0.8114로 계산되는데, 2019년 총자산의 지니계수가 0.5836, 금융자산의 지니계수가 0.6402였음에 비추어 보면(이형찬 외, <사회통합을 위한 부동산자산의 불평등 완화방안 연구>, 2020), 개인 토지소유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법인의 경우에는 지니계수가 무려 0.9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2018년 이후 그 값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서 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를 주도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다.

가액 기준으로 토지 소유 상위 집중도를 보여주는 '토지소유 상위 집중도 추이'에 따르면, 1993년 이후 개인의 경우 상위 10%의 비중, 법인의 경우 상위 1%와 5%의 소유 비중이 증가했다. 개인의 경우 집중도 상승이 완만한 반면에, 법인의 경우 급격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법인 상위 1%의 소유 비중은 1993년 68.4%에서 2020년 75.1%로 급증했다. 이는 상위 법인들이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되고,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독점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마도 두 현상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 성싶다.

토지소유 상위 법인의 정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토지소유를 집중하고 있는 상위 법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하면 재벌·대기업을 떠올리게 되지만, 법인 소유 토지 중 주거지역 토지 가액의 비중이 44%나 되고, 그 연평균 증가율이 21%로 다른 용도 토지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투기꾼들이 법인을 설립해 대대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섰고, 그것이 상위 법인의 토지소유 집중에 일정한 정도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토지소유를 집중한 상위 법인 중에는 법인을 가장한 투기꾼들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2019년 이후 1년 9개월 동안 한 개 법인이 3억 원 이하 주택을 무려 1만 5326채 매입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머니투데이, 2021.10.14.).

투기 광풍이 부는 와중에 엄청난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고 토지소유의 불평등성이 극심한 가운데 상위 계층으로의 집중이 진행되었다면, 그 불로소득이 누구의 수중으로 들어갔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투기꾼들이 법률의 허점을 피해 마음 놓고 투기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득해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나라, 이를 '부동산 투기 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말 외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2021.9.27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2021.9.27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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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세대·지역, 총체적 양극화

부동산 과다 보유자와 투기꾼들이 불로소득의 향연을 벌이는 사이에 국민경제는 멍이 들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임대료 상승과 주거비 상승 때문에 눈물 흘린다. 가계부채는 늘어만 가고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은 증폭된다.

부동산으로 인한 계층 간 양극화는 세대 간 양극화와 지역 간 양극화를 수반한다. 최근 몇 년 사이 50대 이하의 토지소유 비중은 감소하고 있고, 60대 이상의 토지소유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의 근저에는 부동산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지역 간 분포를 보면, 갈수록 지방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지방 주민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상대적 가난을 경험하는 셈이다.

최근 한국 정치판을 뒤흔든 LH 사태와 대장동 게이트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치부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어디 이 둘 뿐이겠는가. 전국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고 또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불로소득 경제시스템이 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실을 등한히 한 채 소위 '핀셋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려고 했으니 참으로 나이브하기 짝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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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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