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미얀마 탄드란 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화재 현장.
  29일 미얀마 탄드란 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화재 현장.
ⓒ 미얀마 CDM

관련사진보기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예년 같으면 / 서리가 내려앉은 우리 도시는 / 무척 아름다웠다네 / 모두 불타버린 지금 / 나는 그들의 잔혹함에 / 고통스런 몸서리를 치네 / 불길이 번지는 소리 / 내 가슴에 금이 가는 소리 / 너에게 들리는가? / 탄드란이여."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가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에 앞서 소개한 시 한 구절이다. 미얀마 친주 탄드란(Thantlang) 지역에서 지난 29일 벌어진 상황을 담은 시다.

이철승 대표는 "탄드란 지역은 쿠데타 세력이 벌인 만행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쿠데타 세력이 가한 무차별 포격으로 발생한 화재가 이틀 밤낮으로 번지며 이미 130여 채가 넘는 가옥이 불타버리고, 주민들은 맨몸으로 도시를 떠나 피난 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10월 말 건기로 접어든 고산도시 탄드란의 기온은 꽤 쌀쌀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많은 무고한 시민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탄드란 초입에는 '비록 부유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합니다'라는 현판이 걸려있다고 한다"며 "탄드란 주민들이 잃어버린 평화와 행복을 위해, 그리고 그를 앗아간 쿠데타 반란 세력을 징벌하기 위해 민주시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철승 대표가 소개한 시 '탄드란'은 탄드란 출신의 시인(이름을 밝히지 않음)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시를 <미얀마 투데이>가 번역하여 올린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시를 먼저 읊은 뒤 "묵념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쿠데타 이후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며 참석자들은 다 같이 묵념했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273일째다.

경남이주민센터는 경남이주민연대, 한국미얀마연대, 경남미얀마교민회와 함께 지난 2월부터 매일 일요일마다 일요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날로 35번째 열렸다. 이날 일요시위에서는 김산 민중가수 겸 창원민예총 대표가 <광야에서>, <불나비>를 불렀고, 마지막에 보보와 맷민이 공연했다.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미얀마에서 쿠데타 후 군경의 총격에 의해 10월 30일까지 1222명 이상이 사망했고, 9490명 이상 체포, 1954명 이상이 수배 중이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군경의 야만적인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이번 주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속 시위를 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자 쿠데타 군경들은 대형 무기를 사용하여 지역에 있는 마을 사람들과 시민들을 불법으로 체포와 살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네옴 회장은 친주 민닥, 탄드란과 까야주 띠뭐소 , 마궤이주 강이거, 사가잉주 면 지역을 비롯한 곳곳에서 시민방위대(PDF)와 쿠데타군 사이에 전투가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상자와 사망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며 "집과 마을 떠나 피난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드란 상황에 대해 네옴 회장은 "29일 군부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집 100채 이상이 불에 탔다. 하지만 군부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을지지 않고 뻔뻔하게 모든 사건에 대한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네옴 회장은 "수많은 피난민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리고 있다. 옷, 물품, 식품, 약품과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우리가 도와주기 너무 힘들다. 그래서 아세안이나 국제사회에서 해결해 주시면 잘 되리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지금 미얀마는 모두가 아프고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 네옴 회장은 "미얀마는 인권이 완전히 유린되고 있다"며 "미얀마 민주주의 봄혁명을 승리하기 위해 시민들의 저항운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끝까지 함께하여 미얀마의 봄혁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도 연대사를 통해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나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빠지지 않고 연대집회가 벌어지고 있으니 참석자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사형 선고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한테까지 사형 선고를 내린다고 한다. 과연 그들이 사람이냐. 바로 악마다. 지금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저는 환경운동 하는 사람이다. 군부독재가 물러가라고 외치는 것도 환경운동과 목적이 같다"라며 "우리나라도 한때 나라를 빼앗기고 독재가 있었지만, 지금은 나라를 되찾고 민주화도 이루었다. 국제사회의 도움도 있었다. 지금 미얀마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 조레이(창원)씨는 "얼마 전 미얀마 친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많은 집들이 불에 타고 주민들은 숲속으로 피난을 갔다"며 "미얀마가 빨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일요시위는 이철승 대표와 아웅 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이 진행했고, 코로나19 예방접종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되었다.

한편 같은 날 울산, 부산 등지에서도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가 열렸다.
           
다음은 이철승 대표가 소개한 시 '탄드란' 전문이다.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31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35차 일요시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탄드란

오늘 오전 11시 반 / 아, 탄드란이여 / 눈물이 앞을 가리네

친구가 말하네 / 우리 집이 잿더미가 되었다고 / 우리 부모님이 / 밀림 속으로 숨어들었다고 /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 친구가 울먹이며 말하자 / 나는 왈칵 울고 말았네 탄드란이여

친구가 말을 이었다네 / 옆집에 사는 아낙이 / 해산한지 얼마되 지 않았는데 / 아직 성치 않은 몸으로 / 품 안에 갓난아이를 안은 채 / 피난을 떠나야만 했다고 / 꽤나 쌀쌀해진 고산의 바람에 / 덮을 이불 한 장 / 챙길 겨를이나 있었으려나 하는 생각에 / 나는 왈칵 울고 말았네 탄드란이여

예년 같으면 /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며 / 설레는 준비를 시작했었지 / 우리 교회도 불길에 휩싸였으니 / 눈물이 절로 앞을 가리며 / 나는 왈칵 울고 말았네 탄드란이여

예년 같으면 / 서리가 내려앉은 우리 도시는 / 무척 아름다웠다네 / 모두 불타버린 지금 / 나는 그들의 잔혹함에 / 고통스런 몸서리를 치네 / 불길이 번지는 소리 / 내 가슴에 금이 가는 소리 / 너에게 들리는가? / 탄드란이여

2021. 10. 29. 익명의 시인
 
 
29일 미얀마 탄드란 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화재 현장.
 29일 미얀마 탄드란 지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화재 현장.
ⓒ 미얀마 CDM

관련사진보기

  
31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집회'
 31일 오후 울산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집회"
ⓒ 한국미얀마연대

관련사진보기


태그:#미얀마, #한국미얀마연대, #경남이주민센터, #탄드란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