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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일자리의 지속성, 소득, 노동조건, 사회 보장이 모두 취약한 불안정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불안정 노동자는 법적 보호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는 불안정 노동자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말]
# 신속물류 강배달씨

퀵서비스 배송 기사 강배달씨는 '신속물류회사'에 등록된 배송기사입니다. 오전 7시부터 점심시간(12시) 전까지 하루 5시간씩 주 6일을 일합니다. 그러나 신속물류에서 받는 임금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오후에는 틈틈이 동네 음식점과 카페에서 배달 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씨는 오전 배달 업무 중 빗길에 사고를 당했습니다. 전치 12주 이상 큰 부상을 당해 일도 못하고 병원비로 많은 돈을 지출했습니다. '신속물류'에서 일을 시작할 때 산재보험에 가입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었고 회사는 위로금으로 강씨에게 50만 원을 지급했을 뿐입니다.

#대리운전 기사 이주행씨

대리운전 기사 이주행씨 역시 배달씨와 마찬가지로 휴대 단말기를 통해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대리운전 콜을 받아 일을 합니다. 어느 날 새벽, 주행씨는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대리운전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주행씨는 콜 업체에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배달씨는 되고, 주행씨는 안 되는 이유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퀵서비스 기사 강배달씨는 산재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으나 대리운전 기사 이주행씨는 보상이 어렵습니다. 이는 현행 산재보험이 '하나의 사업체의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을 시켜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전속성'을 중요한 보상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전속성 기준에 따르면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하나의 퀵서비스 업체에 소속되어 그 업체의 배송업무만 수행하거나 하나의 퀵서비스 업체에 소속되어 그 업체의 배송업무를 주로 수행하되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의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어야 산재보험의 대상이 됩니다. 2021년 기준으로 월 97시간 이상 하나의 업체에 소속되어 일하며 소득이 약 116만 원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퀵서비스 기사 전속성 기준에 관한 제2호 마목에 따른 소득 및 종사시간 기준(고용노동부)
21년 소득 및 종사시간의 기준
가. 소득: 월 1,164,000원
나. 종사시간: 월 97시간

배달씨는 '신속물류회사'에서 월 120시간 이상 일을 하고 월급도 130만 원 이상을 지급받기 때문에 해당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여 산재보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입사할 때는 사용자가 산재보험 피보험자 가입신청을 하였는지 확인하기 어렵더라도 그동안 근무한 기록들을 구비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피보험 자격이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 소급해서 산재보험 피보험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주행씨의 경우 하나의 대리기사 업체에 소속되어 일하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대리기사의 특성상 단말기를 통해 여러 회사의 콜을 받아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소속업체 이외에 다른 업체에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로 하는 문서상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만 산재보험을 적용한다고 고시했습니다.
 
대리운전기사의 전속성 기준

1. 서면 약정을 통해 소속(등록) 업체 이외의 다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
2. 하나의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등록)되어 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면서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가. 소속(등록)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우선적으로 수행하기로 약정한 사람
나.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등록)되어 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이란 대리운전 정보의 수집·저장·작성·검색 및 통신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을 말함

산재보험 사각지대, 도움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공약 불이행 규탄 집회에서 퀵서비스노동조합원 등이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18.5.9
 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공약 불이행 규탄 집회에서 퀵서비스노동조합원 등이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18.5.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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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행씨는 치료비용을 스스로 부담할 수밖에 없었고, 치료 기간 동안 대리기사 일을 할 수 없어 생계가 막막해졌습니다. 주행씨가 특별한 경우는 아닙니다.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의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 대리기사 중 산재보험 가입 대상자는 13명에 불과하고 실제 가입한 사람도 3명밖에 없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자 종사자(특고)의 산재보험 가입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고 산재보상법 적용대상을 '근로자'에서 '노무제공자'로 더 넓혀, 플랫폼 노동 등 특수고용형태의 종사자도 산재보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을 2021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지방자체단체에서도 특수형태 노동종사자들이 산재보험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고려한 지원정책을 계획 중입니다. 서울시는 약 25억 원을 지원하여 '플랫폼 배달라이더 서울형 안심상해보험 단체 가입 지원' 사업을 2021년 10월부터 시행합니다. 주민등록 주소지가 서울인 16살 이상 배달라이더가 배달 중 사고가 나면 상해사망·상해후유장애·수술비·골절진단금 등 보험금을 지급하는 단체보험 가입을 지원하게 됩니다.

2021년 서울시에서 진행한 서울지역 배달대행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 현황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산재보험을 몰랐거나(33.8%), 보험료 부담 때문에(24.5%)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법률 개정과 다양한 지원으로 좀 더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사회적 안전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목소리도 힘을 합치면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산재보험료 지원을 통해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보상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불안정 노동자 사례는 서남권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노동이 우리에게 와서: 불안정 노동 이야기>에도 실려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제공한 사례와 민주노총법률원의 감수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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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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