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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어 비정규직 철폐,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 노조활동 보장, 돌봄, 의료, 교통, 교육, 주택 공공성 쟁취, 산업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어 비정규직 철폐,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 노조활동 보장, 돌봄, 의료, 교통, 교육, 주택 공공성 쟁취, 산업전환기 일자리 국가책임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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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대선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누구의 비리가 더 작은가를 키재기하고 있는 와중에 노동 의제는 끼어들 틈이 없다. 아니, 전혀 없지는 않았다. 노동 관점은 1도 없는 어느 후보의 '120시간 노동', '손발 노동' 발언으로 인해 잠시 소동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소동은 해당 후보의 노동 감수성 제로를 확인하는데 그쳤을 뿐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고3 현장실습생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고, 아파트 경비 노동자에 대한 갑질은 멈출지를 모른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교섭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고, 돌봄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착취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유권자 다수가 일하는 노동자이고, 노동 현실은 여전히 팍팍한데도 대선 후보 간에 이에 대한 토론은 실종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후보 중 누군가가 당선될 것이고, 선거 과정에서 노동 의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차기 정부의 노동 정책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노동 문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치열한 토론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여전히 노동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의제를 점검하고, 제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그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며, 차기 정부에 대한 시사점은 무엇인지를 살펴야 하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공약은 화려했는데... 성과는?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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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공약은 말 그대로 화려했다. 비정규직 감축을 위해 공공부문 상시일자리 정규직 전환, 사용사유제한 도입,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제정,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80% 수준으로 축소, 원청 기업에 공동 사용자책임 부과 등 노동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고 평가된다. 민주노총의 대정부 요구안과 비교했을 때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 확대, 파견법 폐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요구안이 공약에 포함되었다.

한편 선거 공약과 달리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인수위원회)가 작성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대부분의 공약이 사라졌다. 사용사유제한 제도 도입 추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편, 도급인의 임금 지급 연대 책임 및 안전보건 조치 의무 강화, 파견·도급별 기준 재정립 정도만 살아남았다. 공약에서 매우 후퇴한 수준으로 국정운영계획이 수립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정운영계획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공약을 대폭 축소시키는 쪽으로만 작동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판만이 아니라 좀 더 평가가 필요하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예정에 없던 선거를 치르느라 공약을 섬세하게 다듬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이나, 정치인의 공약이 관료들의 검토를 통해 축소·삭제되는 과정은 이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일반적 현상이기도 하다. 시대정신에 기반을 둔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의제의 정교화 작업과 함께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잘 맞물리지 않으면 관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양적 지표(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로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실태를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보면, 대체로 '소폭 개선 및 정체'로 평가할 수 있다. 비정규직 비율1)을 비교해보면 노무현 정부(54~56%), 이명박 정부(48~52%), 박근혜 정부(44~ 46%), 문재인 정부(41~42%) 등 점차적인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소폭 축소 및 정체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 노동복지(퇴직급여, 상여금, 유급휴가 등), 노조 가입률은 문재인 정부 시기가 이전 정부와 비교해서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비정규직 관련 수치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수치의 변화량은 여전히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어서 비정규직 문제 자체가 개선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변화폭이 작은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이다. 취임 직후 인천공항에서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이전 정부와는 달리 간접고용까지 포함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2006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정책이 추진된 이래 모든 정부에서 비슷한 규모로 추진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7만여 명, 이명박 정부에서 6만여 명, 박근혜 정부에서 8만여 명의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7만여 명의 기간제 무기계약 전환이 이뤄졌다.

기간제 정규직화 과정에서는 광범위한 전환 예외가 문제된다. 이번 정부에서도 기간제 24만여 명 중 전환 결정 인원은 7만여 명으로 30% 수준이다. 이전 정부에서 배제했던 간접고용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문재인 정부의 차별적인 정책이었고, 이에 따라 파견용역 12만여 명이 전환되었다. 하지만 간접고용 전환 인원 중에서 64%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전환되었는데, 대부분 단순인력공급형 자회사로서 차별을 구조화하는 방식에 불과하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는 지속될 것이다. 이전 정부와 차별적인 정책이 민간위탁 정규직화인데, 3단계 대상으로 설정해놨지만 결과적으로는 해당 기관의 자율결정에 맡김으로써 시작도 못해 보고 유야무야 되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기관 정규직에서 시작해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세대로 확산되었다. 소위 '인국공 사태'라는 시절 용어까지 만들어낸 역차별 논란은 정규직 이기주의와 일부 청년세대의 부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과민반응, 보수언론의 딴지걸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공정'이 능력제일주의의 또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는 극단적 경쟁사회의 단면을 확인하는 것과 함께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성찰과 정상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정규직화 정책 취지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적 평가가 필요하다.

민간부문은 손도 못댔다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이렇다 할 것이 없다. 공공부문은 정부가 통제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 수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수 있지만 민간부문은 법적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취임 후 정부가 국정운영과제로 설정한 사용사유제한 제도 도입 추진,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편, 도급인의 임금 지급 연대 책임, 파견·도급 구별기준 재정립 등은 모두 입법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18년에는 고용노동부가 비정규직 정책TF를 만들어 입법 과제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정부 초기에는 민주당(123석)만으로 입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국회 구도였기에 입법에 소극적이었다고 이해하더라도 2020년 총선을 거친 후 21대 국회는 민주당 180석 정도로 입법을 미룰 핑계가 사라졌음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에 대해 부분적으로 사회보험이 확대됐지만 노동자성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했고, 오히려 하향평준화 기능만 할 것으로 평가되는 플랫폼종사자법안을 추진하다가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태이다.

'촛불'로 인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초기 모습은 많은 노동자에게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국민의 기대감은 정부 초기 현상에 국한되었고, 공약 이행에 대한 별다른 노력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공공부문을 제외하면 이전 보수정부와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노동권 보장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자 목표가 되어야 한다. 노동권 보장 문제는 경제 정책이나 일자리 정책의 하위범주일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간주되어서도 안 되며, 노동/자본 간 이익 분점의 흥정 대상이어서도 안 된다.

한국 사회 경제 성장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비정규직 문제를 집권 5년 안에 모두 해결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의 전환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현 정부가 내세운 '사회양극화 해소', '고용-복지-성장의 선순환', '공공부문의 모범사용자 역할' 등의 수사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올 법한 표현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노동권 보장이라는 관점의 전환이 아니라 '정책 수단적 접근'에 제한되었다는 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관점은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된다.

이번 정부에서 여러 오류를 겪었거나 제대로 손도 못 댄 개별 정책들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간다. 이번 글에서 차기 정부의 정책 과제를 일일이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노동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과잉되어 있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법의 사각지대나 경계선을 넘나드는 자본의 편법, 불법 행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문제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시각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2) 

1) 비정규직 분류 기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2020) 기준을 따름.
2) 사족 하나. 이 글은 남우근(2021), '문재인 정부 정책 평가–비정규직 정책', 민주노동연구원 이슈페이퍼(2021. 4.)에 터 잡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슈페이퍼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1, 12월호 ‘한울림’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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