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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54일이라는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강수량이 평년(371.2mm) 대비 1.8배나 많은 687mm를 기록했다. 춘천, 순창, 담양 등 일부 지역에서는 500년 빈도 이상의 강우가 발생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2020년은 전세계 곳곳에서 장마, 홍수, 폭염, 산불, 한파,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컸다. 최악의 기후위기 상황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북극권에 있는 러시아 베르호얀스크는 겨울이 극심한 추위와 연교차가 심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1월 평균 기온이 -45.3℃에 달하고, 최저 기온은 1892년 2월 5일과 7일의 -67.8℃였다. 이곳은 오이먀콘과 함께 북반구에서 가장 춥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런데 2020년 6월 20일 러시아 베르호얀스크는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베리아 지역의 2020년 6월 평균 기온도 전년보다 5도 이상 올랐다.

2020년, 전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 발생
 
지난 8월 8일 그리스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듯 바라보고 있다.
 지난 8월 8일 그리스 에비아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한 주민이 망연자실한 듯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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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전도사'로 불리는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2020년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의 '극단적인 날씨'에 대해 이같이 이야기를 했다.

"장마, 폭우, 태풍 하나하나를 두고 기후위기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그런 날씨 현상은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한번이면 자연의 변동성 안에서 나타나는 우연이지만, 한번 더 일어나면 반복이고, 세번 일어나면 경향이며, 네번 다섯번 일어나면 변화다. 기후변화, 기후위기라는 진단은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조 교수는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가뭄·폭염과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로 날씨에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고 말한다. 

"날씨는 계속해서 변화해야 하고, 반대로 기후는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그때그때 감정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품성은 유지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식주를 비롯해 인간의 모든 문명, 모든 생존 기반은 기후의 지속성에 맞춰져 있다. 기후의 지속성이 사라진 것이 바로 기후위기고, 그것이 곧 문명의 위기, 생존의 위기다. 변화해야 할 것은 지속되고, 지속돼야 할 것은 변화하고 있으니 '겹의 위기'인 셈이다."

이상기후는 지난해에만 발생한 게 아니다. 올해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서유럽 국가들은 이틀 동안 100년 만의 최대치 폭우가 쏟아졌다. 평균 한 달치에 해당하는 강우량인 100㎜ 이상의 비가 만 하루만에 퍼부은 것이다. 이로 인해 200명이 넘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과 캐나다는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다. 캐나다에서는 700명이 넘은 사람이 숨졌다.

지난 10월 24일에도 미국 캘리포니아는 하늘이 뚫린듯한 폭풍우가 쏟아졌다. 이날 강수량도 100mm를 훌쩍 넘겼고, 새크라멘토 서쪽지역에선 150mm 이상 내렸다. 샌프란시스코, 산타로사, 소노마 등의 거리와 주택도 물에 잠겼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일부 지역에선 최대 시속 112km의 강풍이 불었다.

"가뭄, 홍수, 폭염 등 최근 50년 사이 5배 늘었다"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바위와 초목이 70번 고속도로를 뒤덮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 카운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바위와 초목이 70번 고속도로를 뒤덮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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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 해수면이 상승하고 폭염, 폭우, 가뭄, 산불 등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생태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입을 모은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2℃ 상승하면 북극해 해빙(海氷)이 10년에 한 번 모두 녹으며, 산호초의 99%가 소멸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세계은행의 '국제 기후 난민 준비과정'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세계 기후난민이 1억43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8600만 명, 남아시아에서 4000만 명, 남미에서 170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국제경제평화연구소(IEP) 보고서는 '자연재해가 지난 수십 년과 같은 비율로 발생한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2억 인구가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기후 관련 재해에 따른 인명 및 경제적 피해 보고서'에서는 가뭄, 홍수, 폭염 등 재난이 발생하는 빈도는 최근 50년 사이 5배 늘었다고 밝혔다. 재난사고 가운데 가장 인명 피해를 많이 끼친 것은 가뭄인데, 이 기간 동안 65만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가뭄 다음으로는 폭풍, 홍수, 폭염·한파로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다.

이같은 기후위기는 한반도에도 심각한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다. 

환경부와 기상청의 '한국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반도 기온 상승폭은 지구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한반도의 기온이 계속 상승해 아열대 기후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리기후변화협약과 'RE100'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서 열린 '피포지(P4G) 탄소중립 기념숲 조성' 행사에서 최병암 산림청장(오른쪽 여섯 번째)과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탄소 1t을 의미하는 대형 풍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서 열린 "피포지(P4G) 탄소중립 기념숲 조성" 행사에서 최병암 산림청장(오른쪽 여섯 번째)과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탄소 1t을 의미하는 대형 풍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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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기후위기가 심각해지자 전세계의 공동 대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6년에 발효돼 올해 1월부터 적용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이다. 파리협약은 지난해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만들어진 '신(新) 기후체제'다. 이 협약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보편적 첫 기후 합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파리협약에서는 장기목표로 산업화시대 이전과 대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또한 각 나라별로 온실가스 감축량은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를 그대로 인정하되, 2020년부터 5년마다 상향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 환경단체로부터 '기후 깡패'라는 이야기를 듣는 우리나라 정부도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 선언을 한데 이어, 12월에는 정부에서 그린뉴딜의 연장선으로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2050 탄소중립위원회도 구성했다.

글로벌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도 기후위기에 대처하며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처음 제시했다.

올해 1월말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미국(51개), 유럽(77개), 아시아(24개) 등 280곳이 넘는다. 애플과 구글 등 30개 기업은 지난 2018년 기준으로 100% 목표를 달성했고, 95% 이상 달성한 기업도 45개에 달한다. 애플, BMW 등에서는 협력업체에도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도 RE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K-water, 기후위기 경영을 'ESG 경영'으로 확대
 
2021년 3월 16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의 'ESG 경영' 선언식.
 2021년 3월 16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의 "ESG 경영" 선언식.
ⓒ 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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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과 '신재생에너지'를 핵심 키워드로 하고 있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도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와 탄소중립을 위해 여러가지 실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K-water는 지난해 11월 공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기후위기 경영을 선언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디지털 역량을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사업 전반에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K-water는 지난해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캠페인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올해에는 노사가 기후위기 경영을 'ESG 경영'으로 확대하겠다고 손을 맞잡았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는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기업 또는 기업에 대한 투자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영향을 측정하는 요소다.

국내 재생에너지 1위 기업이자 물 종합 전문기관인 K-water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수상태양광과 수열에너지 등 청정 물에너지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청댐, 용담댐, 주암댐, 합천댐 등 4곳에 환경관리협동조합의 성격을 띠는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있다. 해당 지자체와 댐 주변 주민들과 함께 하는 환경정화사업을 통해 지역에는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면서 댐 주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윈윈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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