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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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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많은 관심을 끈 국정감사는 없었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과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감 말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접 수감하다 보니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국감 전 지사직을 사퇴할 것이란 세간의 예측을 뒤엎고 국감에 나선 이재명 지사에게 국감 자리는 '이재명 청문회'였다. 

국감 결과, 이재명 지사의 완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든 창은 무뎠고, 이재명 지사가 든 방패엔 허점이 보이지 않았다. 되레 이 지사는 "돈 받은 자 = 범인, 장물 나눈 자 = 도둑"이란 표어를 대중에 각인시키며 역공을 폈다.

결론적으로 이 지사는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이 민관합동사업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 공공이 개발이익을 사전확정형으로 환수하도록 설계한 배경과 경위, 사후 초과이익환수 장치가 삭제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협약서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 및 협약서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이유 등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장동 민관합동개발사업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에게 형사적·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그간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복습

이쯤에서 현재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전체적인 개요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 대장동 택지개발사업에 구 시가지(원도심)에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결합된 2개의 사업으로,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467㎡(약 27만8440평)의 택지를 개발하고 이와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22㎡(약 1만6946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1조5000억 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운명은 기구하기 짝이 없다. 2005년 LH가 공영개발사업을 확정지었다가,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압력 등으로 민간개발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이재명 지사가 2010년 6월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공영개발로 다시 방향을 튼다.

그 후에도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성남시의회 다수당이던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대장동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결사 반대했기 때문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은 난항을 겪다 가까스로 통과됐다..

한편 대장동 개발사업은 공영개발이 아닌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될 수 밖에 없었는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조5000억 원짜리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자금력과 조직과 개발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지분 50%+1주)와 하나은행컨소시엄(50%-1주)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성남의 뜰(SPC이자 PFV)이 시행했다. 성남의 뜰은 법인세법상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여서 직원을 둘 수 없었다. 자산관리 및 수탁업무를 수행할 자산관리회사(AMC)를 둬야 했고 그 회사가 바로 문제의 화천대유다.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은 간난신고 끝에 추진됐고 결과적으로 성남시는 5503억 원(성남도시개발공사 배당 1822억 원+공원조성비 2761억 원+북측 터널공사비 920억 원의 합계, 배당률 57.7%)을 이익으로 가져갔다.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577억 원)와 SK증권(3463억 원, 정확히 말하면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가 실질적 배당권자)은 4040억 원(배당률 42.3%)를 가져갔다. 여기까지가 대장동 민관합동개발사업의 대략적인 개요와 흐름이다.

대장동을 보는 두 개의 관점
 
지난 9월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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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장동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개가 돼야 할 것이다. 하나는 '범죄 척결'의 관점이다. 즉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부패와 비리에 대한 엄격한 단죄다. '50억 클럽'으로 대표되는 이들뿐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패와 비리에 연루된 자들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마땅하다.

다른 하나는 '개발방식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른바 대장동 사태의 표면은 부패카르텔의 부동산 불로소득 잔치다. 하지만 이면엔 그걸 가능케 한 개발방식이 존재한다. 대장동은 그나마 성남시가 1조 원에 달하는 개발이익 가운데 절반 이상을 공적으로 환수한 곳이다. 그럼에도 화천대유 등은 4000억 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가져갔다.

놀라운 건 대장동에는 고작 5903세대가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대장동은 도시개발사업치곤 소박한(?) 사이즈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개발이익은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물론 땅이다. 도시개발이 이뤄진 전과 후의 대장동의 땅값은 상전벽해 바로 그것이었다.

대장동은 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부패카르텔의 불로소득 잔치로 전락한 개발사업을 국민의 품으로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사회가 만든 토지 가치를 주권자들이 온전히 공유할 수 있다.

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개발사업시 발생하는 개발이익환수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발이익 환수는 크게 두 개의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

대장동 이전과 대장동 이후

먼저 공영개발은 법 등을 개정해서 공공이 수용·조성한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공공이 소유한 채 민간에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을 취해야 한다. 토지 매입비용은 공공이 채권을 발행한 후 경향적으로 상승하는 임대료로 채권의 원리금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이를 임대해 시장 가치에 가까운 임대료를 계속 받는다면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거의 온전히 공공이 환수하게 된다. 따라서 개발이익을 하이에나떼처럼 노리는 부패카르텔이 개발사업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공공이 수용·조성한 토지를 민간에 감정가에 매각하고 거기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하는 공영개발방식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민간매각방식의 공영개발은 토지 매각 후 불로소득의 발생과 이를 노린 투기의 창궐을 막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어 공영개발의 근간으로 채택하는 건 곤란하다.

그리고 민간개발의 경우, 현재 25% 내외에 머물고 있는 개발부담금의 실질부담률을 대거 상향해야 한다. 개발에 참여하는 민간이 투입비용을 제한 적정 이윤만 가져가게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용도전환 등을 통해 폭증하는 개발이익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거의 전적으로 사회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태는 우리에게 대장동 이전의 한국사회와 이후의 한국사회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혹여 우리가 대장동 사태를 정쟁의 범위에 가두거나, 정치적 셈법으로만 치환하거나, 부패와 비리의 깃털 몇 개를 뽑아내는 데 그친다면, 우리는 대장동 사태를 통해 개발사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기회를 상실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대장동 사태는 범죄 척결과 개발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두 개의 눈으로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이 관점을 잃지 말고 대장동 사태를 계속 따라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태경씨는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입니다.


태그:#대장동, #범죄척결, #개발이익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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