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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된 일본의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당선 확정 후 동료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기시다는 내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다. 2021.9.29
 9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된 일본의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당선 확정 후 동료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기시다는 내달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다. 2021.9.29
ⓒ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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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베 정권이 된 거나 마찬가집니다. 아베와 아소 등 극우라인이 승리했기 때문이죠. 반대로 개혁 성향의 고노를 지지한 스가와 니카이라인은 참패했습니다."

29일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의 승리로 끝난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 한일문제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1차투표에서 절반을 넘는 후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애초 기시다 후보를 미는 아베-아소라인은 결선투표에서 보수 후보 2명 중 1명에게 몰표를 줘 승부를 낸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은 1차에서 절반을 못 넘더라도 당원표를 최대한 끌어모아 1위를 하고, 그 여세를 몰아 결선투표에서는 한달 후 있을 중의원선거에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없게 1차투표에서 오히려 기시다 후보가 1표 차이로 승리해버렸다. 결선투표는 김이 새버렸고 고노는 257표 대 170표라는 큰 차이로 보기좋게 패배했다.

"아베의 승리... 다카이치 총무상 중용하면 한일관계 파탄"
 
17일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당 총재 선거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4명의 후보가 나란히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사나에, 노다 세이코.
 17일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당 총재 선거 후보 공동 기자회견에서 4명의 후보가 나란히 서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왼쪽부터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사나에, 노다 세이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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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의 패인은 무엇일까. 호사카 교수는 3가지 요인을 들었다.

첫째, 고노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강조 노선이 경제계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간 탈원전을 주장해왔던 고노가 아베파의 표를 의식해 신재생에너지를 우선하되 원자력발전으로 보완한다는 식으로 물러났으나 때는 이미 늦었고 이게 국회의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둘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압박이다. 아베 정권시절 당선된 젊은 국회의원들이 당풍 쇄신 모임을 만드는 등 세대 교체에 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은 파벌의 영향력 속에서 찻잔속 태풍으로 끝났다.

셋째, 자민당과 가까운 기업의 사원들이 상당수 '직역당원'이란 이름으로 당원이 돼있어 기업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고노는 당원표 180~200표 가량 얻어 1위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169표에 머물렀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 선거를 기시다의 승리라기보다는 '아베의 승리'로 봤다. 지역구 주민들을 도쿄에 초청해 전야제 참가회비를 보전해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의기소침했지만, 당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총리로 당선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덕분에 진행중이던 검찰 수사도 다 무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에 대패한 고노는 한동안 당내에서 큰 소리를 내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며 "기시다 내각에서 중용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대중적 인기는 있는 반면, 당내에 무시할 수 없는 반(反)고노 전선이 형성돼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오마이TV '일본저격'에 출연한 호사카 유지 교수.
 오마이TV "일본저격"에 출연한 호사카 유지 교수.
ⓒ 오마이TV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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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대로 이번에 3위로 낙선했지만 결선투표에서 기시다를 전격 지원해 당선을 도운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내각에 중용될 것을 우려했다.

다카이치는 후보 토론회에서 독도문제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독도에 더 이상 구조물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답하는 등 강경한 극우성향을 드러냈다. 일부 일본언론에서는 간사장에 다카이치의 기용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다카이치가 중용되면 고노담화나 무라야마담화부터 무효화하자고 할 것"이라며 "그럼 한일관계는 끝장나며 어떤 기대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중의원선거 결과에 따라 기시다정권 단명으로 끝날 수도"

호사카 교수는 그러나 "이번 선거가 아베에게 결코 영원한 승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야당들은 이번에 기시다가 당선돼서 좋아하고 있어요. 아베의 정치를 싫어하는 국민들이 여론조사상 60% 이상인 데다 원래 대중적인 인기가 없는 기시다를 '아베의 괴뢰(꼭두각시)'로 알고 있습니다. 한달 후 중의원선거에서 야당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호사카 교수는 나아가 중의원선거의 결과에 따라서는 기시다 정권이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그는 "기시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사람이 아니어서 아베-아소가 밀어붙일 경우 그 영향력하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그러면 사실상 허수아비 총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가 벌써 자신의 임기내 개헌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사실 아베가 한 얘기를 따라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호사카 교수는 마지막으로 기시다 정권에서의 한일관계에 대해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일 공조는 이대로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한일관계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로서는 지금까지 해온 대로 맞서 싸우면 되니까 정책을 세우기 복잡하지 않다"며 "먼저 유화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고 중의원선거 등 일본의 정세변화를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기시다 후미오, # 고노 다로, #자민당 총재, #총리, #호사카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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