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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0월말까지 성인 80%, 고령층 90% 접종이 완료되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각 분야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관심 있는 시민기자들의 적극적인 제안과 참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8월 17일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2학기 등교수업이 시작되었다. 마포구 성원초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8월 17일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2학기 등교수업이 시작되었다. 마포구 성원초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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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을 물고 온 까치처럼 아이는 "엄마, 엄마" 하고 나를 애타게 찾아댔다.

"왜 무슨 일 있어?"
"기쁜 소식. 기쁜 소식. 오늘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한 달 뒤쯤엔 위드 코로나가 될 거래"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럼~~ 이제 마스크를 안 써도 되잖아"
"응??? 아닐 걸? 위드 코로나라도 마스크는 써야지..."
"아니야. 마스크 벗는다고 그랬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이 불쑥 끼어들었다.  

"엄마 말이 맞지. 아직 위험한데 어떻게 마스크를 바로 벗냐?"

'그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재택근무로 집에 있던 남편이 확신에 찬 말투로 얘기했다

"위드 코로나는 해외처럼 마스크 벗고 경기장, 콘서트장 출입도 자유로워진다는 뜻이야."

뭐야? 더 헷갈리잖아. 위드 코로나. 듣고 보니 그 용어는 익숙한데 마스크 착용 여부에 관해서는 긴가민가, 알쏭달쏭, 애매모호하다. 때마침 전화 온 친구.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그 애는 또 이렇게 말했다.

"백신 맞았으면 벗고, 안 맞은 사람은 써야 하는 거 아니야?"

하아... 점입가경. 뭐가 맞는 거지? 코로나와 함께 간다는 건 알겠는데 대체 마스크를 어쩐다는 건지.... 생각할수록 헷갈렸다. 결국 궁금한 사람이 검색 창을 파는 수밖에. 열심히 정보의 늪을 파헤친 덕분에 알아낸 해답은.... 아직 정확하게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가 뭔데? 
 
2021년 9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2021년 9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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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확진자가 2천여 명이 넘어가고 있지만 정부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사적 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행 국가들에서 적용하고 있는 백신 패스를 적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28일 발표한 바 있다.

위드 코로나 공표는 바로 코앞이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위드 코로나의 정의는 우리 가족처럼 모두 다르다. 개인의 추측만 난무할 따름이다. 위드 코로나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코로나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선 충분히 통감하는 바이다. 폐업 푯말이 적힌 상가들, 줌 수업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캠퍼스의 낭만을 스킵하고 졸업하는 대학생들, 마스크를 쓴 무기력한 사람들... 빠른 시일 안에 일상의 정상화를 이뤄내고픈 염원은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코로나 종식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기에 위드 코로나라는 차선을 택할 수밖에 없다.

차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면밀하고 꼼꼼히 계획한 뒤 일상 복귀 신호탄을 올려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선례가 없던 우리 모두가 처음 겪는 고통이다. 이 고통을 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선택이 더 큰 고통으로 몰아갈까 두렵다. 나는 정부가 좀 더 구체적 대안과 기준점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이유를 들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사람들은 불안한 희망이 아닌, 선명한 희망을 그릴 수 있을 테니까.

지난 추석, 인원 제한에 대해서도 개인 간의 상당한 해석차가 있었다. 수도권, 비수도권, 장소, 백신 접종 여부에 따른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납득하기 쉽고 좀 더 알기 쉽게 공표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실제로 가족이 모였을 때 '이 인원이 규정에 맞는 건지 아닌지' 서로 '괜찮겠지...'라는 느슨한 검열만 했을 뿐, 누구도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한 9월 24일 오전 마스크를 쓴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지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2434명 늘어 누적 29만5천132명이라고 밝혔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한 9월 24일 오전 마스크를 쓴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지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2434명 늘어 누적 29만5천132명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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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자유로움에 기대를 품고 있고, 어떤 이는 전보다 더 큰 걱정을 하고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무턱대고 위드 코로나를 강행한다면 득보다 실은 물론, 서로 간의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다.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 여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 이후의 상황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마스크 착용 여부도, 학교생활도, 일상 모임도 모두 불투명하다. 방역당국은 일상 회복에 시동을 걸면 확진자가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부모된 입장에서 그 부분만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미 많은 것을 포기했고 어느 정도의 위험 또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점은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바로 어린이, 노약자, 질환자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 말이다. 위드 코로나 이전에 국민이 우선 되고 누구나 납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점이 제시됐을 때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한다는 합의점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위드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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