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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이 연일 화제다.

지난주만 해도 '화천대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와 관련된 이슈로 여겨졌지만, 이젠 아니다. 그것은 곽상도 의원, 더 나아가 국민의힘의 이슈가 돼 버렸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특별검사를 주장하고, '이재명의 설계 때문'이라고 외쳐도 영향력이 없어 보인다. 현재 대중들은 단 한 가지 사실에 꽂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퇴직금 50억 원.

심지어 내가 어제 하룻밤 만에 장안의 화제인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을 정주행한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을 정도다.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라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과연 그는 무슨 생각으로 퇴직금 50억 원에 대해 해명하면서 저런 얘기를 했을까. <오징어게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퇴직금 정산법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논란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사무실 앞에서 27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의원직 사퇴 촉구" 1인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논란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사무실 앞에서 27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의원직 사퇴 촉구" 1인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 대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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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민의힘의 '화천대유' 관련 의혹제기의 문제점은 '매우 복잡하다'는 데 있었다. 자본금, 특수목적 법인 SPC,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PFV 등 어려운 경제용어가 난무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화천대유에 뭔가 이상한 게 있는가 보다'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퇴직금 50억 원'은 그 무게감이 달랐다. 사람들은 쉽게 이해했고, 금액은 뇌리에 금세 꽂혔다. 퇴직금은 회사를 다니는 이라면 누구나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에 내가 다닌 햇수를 곱한 금액.

그런데 월급 250만 원으로 채 6년도 다니지 않았던 대리가 퇴직하면서 무려 50억 원을 받았다고? 사람들이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따라서 다른 해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는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행정기관들은 일자리를 늘린다며 사람들을 단기 고용하지만 계약기간을 11개월로 못 박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2개월이 지나면 퇴직금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모범이 되어야 하는 행정이 앞장서서 편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떤 기업은 직원들에게 퇴직금 중간정산을 강요한다. 가장 높은 월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린다. 직원들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승진 등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에 싫은 내색을 보이기도 어렵다.

아들의 어처구니없는 해명
 
화천대유로부터 퇴직, 상여금 50억 원을 받은 데 대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해명글. 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화천대유로부터 퇴직, 상여금 50억 원을 받은 데 대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해명글. 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다.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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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퇴직금 50억 원에 대한 곽 의원 아들의 해명 또한 문제가 됐다. 그는 비록 아버지가 회사를 소개해줬지만,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며 회사에서 책정 받은 성과급은 자신이 일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업무들을 열거했다. 헛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기업에 다니는 수많은 대리 중 그만큼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회사에 다니는 우리는 모두 목숨을 걸고 열심히 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낼 수 없는 것이 대한민국 경쟁 사회다. 그러나 우리는 그 대가로 퇴직금 50억 원은커녕 1억 원도 받을 수 없다.

그가 이야기한, 위로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건강 악화 사례 역시 설득력이 없긴 마찬가지다.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이 들렸으며,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생기곤 했습니다. 점차 심해지더니 한번은 운전 중에, 또 한 번은 회사에서 쓰러져 회사 동료가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을 하다가 그와 같은 병을 얻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산업재해를 신청해서 그만큼의 보상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연 보통 사람이었으면 50억 원이라는 금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미 우리는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위자료 1억 원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수도 없이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 사회에서 산재를 인정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는 과다하지만 산재의 범위는 협소하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기도 어렵다. 어떤 기업은 노동자의 사고를 산재 대신 다른 조건을 붙여 개인의 상해보험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우리의 노동현실이다. 그런데 위로금으로 50억 원이라니. 이 역시 부모를 국회의원 같은 고위층 인사로 두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겐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곽 의원의 아들은 스스로를 <오징어게임>의 '말'이라고 했다. '말'도 '말' 나름이다. 우리가 응원하는 것은 그 안에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말'이지, 아버지 때문에 과분한 대가를 받으면서도 그 사실이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당신은 '말'이라기보다 설계자 옆에서 이득을 보았던 이에 가까워 보인다. 부디 <오징어게임>을 다시 보시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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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곽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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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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