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모습.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모습.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나라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나는 이 사건이 잘 터졌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진정한 토지공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현재 1등을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 제기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어느새 그동안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개발사업의 비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이익을 누가 독차지했는지를 온 국민이 학습하는 기회가 됐다. 

대장동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005년부터 LH의 공영개발로 진행되고 있었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수상한 발언과 현재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 신영수 국회의원의 개입으로 2010년 6월에 민간개발로 전환된다. 그러던 이 사업이 같은 해 성남시장이 된 이재명 지사에 의해서 공영개발로 재전환되지만, 당시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고 대규모개발 경험도 없었던 성남시는 결국 위험 부담 없이 상당한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민관공동개발 방식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5503억 원의 개발이익을 회수한다. 물론 여기에 참여했던 민간사업자들도 4040억 원의 개발이익을 얻게 된다. 

민간사업자가 4000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누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나의 개발사업에서만 이렇게 많은 이익이 생겼다면, 그동안 숱하게 진행되었던 '대장동들'에서 발생한 이익의 규모는 대관절 얼마였고 그걸 대체 누가 가져갔는지 생각하면서, 절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열심히 직장을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며 일했던 평범한 사람들은 삶을 영위할 맛이 뚝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이 개발사업과 관련된 법조인들·정치인들·기업인들·언론인들의 부패 카르텔을 낱낱이 파헤쳐 범법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는 것에만 관심을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도대체 왜 토지개발사업은 천문학적인 이익이 날 뿐만 아니라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이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정당한지를 되물어야 한다. 

사건의 본질 : PFV? AMC? 우선주와 보통주?... 생소한 단어에 속지 말아야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이 A4용지로 가려져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이 A4용지로 가려져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대체 대장동 사업에서 만들어진 이익 9500억 원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토지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이다. 곽상도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받았다는 50억 원도 토지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이다. '화천대유'가 가져간 500억 원이 넘는 배당금 이익도 토지 불로소득이다.

농지나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대장동 땅을 주택과 상가를 지을 수 있는 택지로 전환하면, 그리고 그곳이 교통의 요충지로 변모하면 땅값은 수직 상승한다. 더구나 부동산 투기 바람이 거세게 불면 택지로 전환된 토지의 가격은 더 크게 상승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가 바로 대장동 개발사업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땅값 상승에 개발사업자가 어떤 기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땅값 상승의 원인은 정부가 토지 용도를 전환해준 것과 도로와 기반 시설을 통해 만든 위치 변화다. 그런 까닭에 개발이익을 토지 불로소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PFV(Project Financing Vehicle,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AMC(Asset Management Company, 자산관리회사), 컨소시엄, 자본금과 투자금, 우선협상대상자, 우선주와 보통주 등과 같은 금융조달방법과 개발회사의 의사결정 방식 등을 통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본질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다. 개발사업에 참여한 정체불명의 회사들과 거기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이 누린 천문학적 이익은 전부 토지에서 나온 것임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민간 토지를 수용해서 진행하는 개발사업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불로소득 환수형 공영개발'로 전환하면 된다.

개발로 인한 토지 가치 상승분, 즉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용·조성한 택지를 최대한 시장가격에 가깝게 붙여서 파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택지를 공공이 보유하면서 임대료를 적정하게 받고 임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첫 번째 방식은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을 한꺼번에 환수할 수는 있지만, 일단 택지를 건설사든 개인이든 민간에 팔게 되면 그 땅은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토지 불로소득을 개인이 사유화할 수 있는 길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두 번째 방식을 제대로 실행하면 토지 불로소득을 지속적으로 환수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투기도 사라진다.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회수를 걱정할 수 있는데, 그것은 해결 가능하다. 왜냐하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행한 채권과 같은 투자금의 이자보다 토지임대료가 높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상승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운영하면 원금 상환은 시간 문제고 나중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다. 개발을 둘러싼 부패와 비리가 끼어들 여지도 사라진다.

이렇게 조성한 택지에 엄청난 빚을 지지 않아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적은 돈으로도 자기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상가를 공급하면 된다.

헌법정신 : 민간에게서 수용·조성한 택지를 팔지 말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난 3월 9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난 3월 9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 LH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무엇보다 수용·조성한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해야 하는 이유는 매각이 헌법 정신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서 '수용'이지 수용의 본질은 민간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개발예정지구에 속한 토지는 재산권의 3종 세트인 사용권과 수익권과 처분권에 제약이 가해진다. 건물을 짓는 생산 활동을 하기 어렵고, 처분 시기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며, 공공에 팔아도 원하는 만큼의 값을 받지 못한다. 이와 같은 재산권 제한의 근거는 헌법 제23조 3항에 나오는 '공공의 필요'다. 토지수용에 있어서 '공공의 필요'란 무엇인가? 국민 전체가 이용하는 도로·학교·공원 등과 같은 공공시설 설치와 국민의 주거안정이 공공의 필요라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헌법은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그런데 수용해서 조성한 택지를 팔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공공의 필요'의 취지는 그 즉시 상실된다.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가 그 위에 집을 지어 팔든, 상가를 지어 팔든 간에 일단 그 토지는 투기의 대상이 되고 그 이익을 국민 일반이 아니라 건설사와 최초 분양자와 그 이후에 소유자만 누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잘 아는 토지 피수용자에게는, 이 개발사업이 공공이 자신의 땅을 싼값에 사서 결국 건설사와 최초 분양자만 떼돈을 벌게 해주는 사업으로 보일 뿐이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개발회사와 건설사는 뭘 먹고 사냐고. 답은 간단하다. 다른 일반회사처럼 부가가치 창출 기여분을 누리면 된다. 택지 조성에 참여한 회사는 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고 적정한 이익을 누리면 된다. 만약 개발회사가 공공을 대신해서 '수용' 작업을 하면 업무추진 비용을 회수하고 적정한 이익을 누리면 된다. 건설사는 지은 건물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면 된다. 자동차회사가 자동차를 팔아서 돈을 버는 것처럼 말이다. 건설사가 땅을 꼭 소유해야만 택지 조성을 하거나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오히려 건설사가 토지를 소유하지 않으면 건물로만 이익을 누려야 하므로 건물 잘 짓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건물의 질은 올라가고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아파트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
 
국민의힘 김은혜, 송석준 등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의원들이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현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송석준 등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의원들이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현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대장동 사건은 이 땅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형성되고 완성된 부동산 공화국을 타파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게다가 민간사업자가 가져간 개발이익도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데에 모든 국민이 동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온갖 금융기법이 동원되고 다양한 회사들이 참여해서 헛갈릴수 있는데, 어마어마한 이익은 토지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토지다. 건물은 낡아지고 시간이 지나가면 가치가 하락한다. 개발한 토지를 팔지 않고 임대하면 대장동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 민간의 재산권까지 제한해서 수용한 땅을 팔지 말고 임대를 통해서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자.

이런 사업을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할 수 있도록 금융조달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때로는 자금도 지원하자. 그리고 환수한 토지 불로소득은 전 국민을 위해서 사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더 나아가서 민간이 보유한 토지, 즉 주택과 건물이 깔고 있는 땅과 그 이외의 토지에서도 불로소득을 가장 잘 환수할 수 있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고 세수 순증분을 전 국민에게 배당하자. 이런 세제 정책과,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토지 불로소득을 온전히 환수해서 전 국민을 위해서 사용하는 불로소득 환수형 공영개발이 토지공개념의 길이자 부동산 공화국 혁파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입니다. 이재명 정책자문단인 <세상을바꾸는정책 2022>에서 부동산 TF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대장동, #곽상도, #공영개발, #이재명
댓글11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