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복

이인복 ⓒ 더위키


8위 롯데가 5위 키움의 덜미를 잡고 5강을 향한 꿈을 이어갔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5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8안타를 폭발시키며 12-6으로 승리했다. 순위싸움으로 갈 길 바쁜 키움의 마운드를 붕괴시키며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롯데는 5위 키움과의 승차를 4경기, 7위 NC 다이노스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히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을 이어갔다(53승4무60패).

롯데는 9월에 4할대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전준우가 6회 결승타를 포함해 5안타3타점2득점을 폭발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김재유와 배성근이 3안타, 신용수가 2안타1타점3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마운드에서는 양 팀 선발 투수의 버티기 싸움에서 롯데가 한 발 앞서면서 승리를 챙겼는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6이닝을 소화한 롯데 선발 이인복은 입단 8년 만에 첫 선발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하성-양석환보다 빨리 지명 받은 유망주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유망주들은 대학을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심지어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는 국가대표 핵심 선수들을 실업에 입단시켜 의도적으로 프로 데뷔를 늦추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고 최동원,김재박 등은 원년부터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지 못했고 88올림픽에 출전했던 송진우,조계현,강기웅 등도 실제 나이와 학번보다 늦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4년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시작으로 소위 '특급 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국내 잔류를 선택한 선수들은 대학 진학 대신 프로에 직행하는 빈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KBO리그에 고졸 선수들의 빈중이 커지면서 현재는 프로 지명을 받은 대부분의 고졸 선수들은 하위순번에 지명을 받더라도 대학진학이 아닌 프로 입단을 선택한다.

유망주들이 프로에 직행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언젠가부터 대학야구는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지로 전락했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대졸 선수는 키움의 1차지명 주승우를 포함해 17명 밖에 지명을 받지 못했다. 프로에 지명된 전체 110명의 선수들 가운데 대졸 선수의 비중은 15.5%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졸 선수가 상위 지명을 받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았다는 뜻이다.

이인복은 서울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2라운드 전체20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대졸선수였음에도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나 올 시즌 홈런 공동 3위 양석환(두산 베어스)보다 앞서 지명 됐을 정도로 인정 받는 유망주였다. 실제로 대학시절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연세대의 핵심투수로 활약하던 이인복은 '즉시 전력감'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이인복,그리고 롯데 구단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루키 시즌 1군에서 3경기에 등판해 4.2이닝 8자책으로 평균자책점 15.43을 기록한 이인복은 2년 차 시즌에도 9경기에서 20.1이닝을 던졌지만 평균자책점10.18에 머물렀다. 1군에서 활약하기엔 한계가 뚜렷했던 이인복은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낸 후 병역 의무를 마치기 위해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프로 8년- 한국나이 31세에 따낸 첫 선발승

이인복은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2년 연속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두 시즌 동안 202.2이닝을 소화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롯데 팬들도 내심 군복무를 마친 이인복이 2018년 롯데 마운드에 힘을 실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 달리 이인복은 2018 시즌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만 15경기에 등판해 4승5패1홀드5.63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인복은 2019년 1군에서 11경기에 등판했지만 평균자책점11.68을 기록하면서 다시 한 번 팬들을 실망시켰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서 6년을 보내는 동안 승리와 세이브는커녕 홀드기록조차 없었던 이인복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채 2020 시즌을 맞았다. 그리고 이인복은 작년 시즌 드디어 붙박이 1군 선수로 활약하며 47경기에서 1승4패2홀드3.97이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올렸다. 5월31일 두산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기도 했다.

작년 준수한 활약을 통해 3000만원이었던 연봉이 60% 인상된 4800만원으로 오른 이인복은 올 시즌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12경기에서 1홀드6.94에 그치면서 다시 1군과 2군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그 사이 롯데 마운드는 김진욱의 불펜전환과 최영환의 이탈 등으로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고 드디어 이인복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인복은 선발 전환 3경기 만에 드디어 감격적인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12일 키움전에서 5이닝2실점,1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2이닝 비자책1실점을 기록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이인복은 25일 키움전에서 6이닝 동안 홈런 1방을 포함해 안타 9개를 맞으며 6실점을 했다. 하지만 이인복은 제법 많은 실점을 하면서도 100개의 공을 던지며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팀 타선이 6회까지 8점을 올려 주면서 짜릿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낼 수 있었다.

롯데는 '특급 유망주' 김진욱이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변신할 확률이 높고 이승헌, 최영환,나균안 등 선발 자리를 노리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이인복이 선발 기회가 찾아온 시즌 후반 서튼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면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의 기쁨은 그저 '하룻밤의 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31세의 나이에 야구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이인복은 앞으로 꾸준한 투구를 통해 롯데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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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이인복 늦깎이 유망주 데뷔 첫 선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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