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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가 지난 13일 안동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안동대학교방송국AU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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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뭐 손발로 노동을 하는, 그렇게 해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손발 노동)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안동대학교 학생들과 간담회 중에 윤석열 전 총장이 아프리카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영화 <모가디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남한은 아프리카 54개국, 북한은 52개국과 수교하고 있고 지금도 남북이 외교적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륙이다. 그중 24개국 25곳에 대한민국 공관이 상주하고 있고, 아프리카에서는 20개국이 주한공관을 두고 있다.

비록 대한민국 전체 교역액 9801억 달러 중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율은 1.4%인 139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투자와 자원개발 협력 등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는 대륙이 아프리카다.

특별히 아프리카에는 한국전쟁 당시 황실근위대 3440명을 파병하여 253전 253승이라는 엄청난 전과를 올렸고, 유엔군 일원으로 1956년까지 평화유지업무를 맡았던 에티오피아가 있다. 윤 전 총장의 말은 육체노동자들을 비하하고 있다는 면에서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를 싸잡아 비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에티오피아 병사 124명이 전사했다. 그들에게 감사를 못 할망정 비하한다는 건 보수를 자처하는 정당 유력 대권주자가 할 말이 아니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으로 국제협력 가능한가? 

현재 대한민국에는 아프리카 유학생이 2600명(2020년)이 넘는다. 이들은 향후 대한민국과 교류 협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인재들이요, 아프리카를 변화시킬 미래 지도자들이다. 그들이 윤 전 총장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말할 필요도 없다.

아프리카는 55개국, 15억 5천만(2020년 기준), 지구 육지 면적의 20%를 차지할 만큼 넓은 대륙이다. 육체노동이나 한다고 쉽게 일반화해 버리기에는 아프리카는 다양한 정치, 종교, 경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말로 아프리카는 가난한 대륙이라는 편견을 드러냈다. 그에 앞서 인도까지 끌어들였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생산(GNP) 등 경제력만을 놓고 한 나라를 평가하고자 하는 인식에 기초했다고 봐야 한다. 인도나 아프리카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 대권을 꿈꾸는 이의 오만함과 무례함은 국제협력에 대한 인식의 미성숙함과 부족함도 드러냈다.

사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은 아프리카에만 있지 않다. 한 해에 설사나 영양실조로 죽는 아이들은 아프리카보다 아시아에 더 많다는 건 국제개발협력에서는 상식이다.

유감스럽게도 윤 전 총장의 아프리카 인식은 많은 국제개발협력 단체들이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일으키는 모금운동 방식인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와 닮아 있다. 어쩌면 윤 전 총장의 편견은 빈곤 포르노가 낳은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편견을 갖고서는 외교무대에서 국익과 국제사회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협력을 기대할 수 없다. 상호 비방과 경쟁만 있는 약육강식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무한경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공존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구로야나기 데쓰코는 "인간은 서로 증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국제개발협력 단체가 심어놓은 편견을 걷어내고 국제사회 공동과제에 머리를 맞댈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아프리카 최대 과제가 빈곤타파라 할지라도 그들을 육체노동이나 한다고 비하해서 안 되는 이유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사회가 끈끈한 공동체를 기반으로 수천 년을 이어 온 아프리카를 비하할 자격이나 있는지 먼저 살피는 것이 성숙한 지도자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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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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