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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이 지난해 17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장관이 지난해 17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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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기 총리가 될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전이 혼돈에 빠졌다.

일본 <교도통신>이 4~5일 일본 유권자(1071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묻자 7명의 후보 중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31.9%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26.6%의 선택을 받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위에 올랐고,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18.8%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이 4.4%로 4위,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4.0%로 5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1.2%로 6위, 시모무라 하쿠분 자민당 정조회장이 0.6%로 7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선두' 고노 장관, 그래도 불안한 이유는?

1위에 오른 고노 담당상은 그동안 치러진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왔고, 보통의 일본 정치인들과 달리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접종 담당상까지 겸임하면서 연일 신규 감염자가 쏟아지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능력을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까지 잡았다.

그러나 정작 고노 담당상이 속한 '아소파'의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만약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할 경우 단명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아소파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계심 때문이다.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임으로 치러진 총재 선거에서도 "아직 때가 이르다"라며 고노 담당상의 출마를 말렸던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번에는 "스스로 결정하라"라며 말리지는 않았지만, 공식적인 지지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방위상으로 일하던 지난해 6월 관계 부처와 사전 논의도 없이 일본의 육상 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돌연 중단한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던 경력 탓에 총리가 되면 (파벌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고노 담당상은 소속 파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라며 "이 때문에 다른 파벌의 젊은 의원들의 지지를 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대외적 인지도는 높지만, 자민당 주류인 아베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워온 탓에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자신의 파벌을 이끌고 있으나, 일부 젊은 의원들이 고노 담당상 쪽으로 기울고 있어 집안 단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베 등에 업은 다카이치 "총리 되도 야스쿠니 참배"
 
아베 전 일본 총리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지지를 보도하는 NHK 갈무리.
 아베 전 일본 총리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지지를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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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지를 받은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다.

5일 일본 언론은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정치 노선과 가까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덕분에 아베 전 총리가 속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서도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지하겠다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파벌이 없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총재 선거 입후보에 필요한 20명의 추천인을 모은 비결이기도 하다. 소속 파벌의 지지도 장담하지 못하는 고노 담당상이나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대비된다. 

아베 내각의 총무상을 지낸 다카이치 현직 각료 신분임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면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그는 지난 3일 위성방송 BS후지에 출연해 "총리가 되더라도 계속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할 것"이라며 "이는 개인적 신앙에 관한 것이지, 외교적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우익 본색'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과거에도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가 부적절하고, 일본 자위대도 선제 공격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민당 내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일본도 이제 여성 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내세우고 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공식 입후보하면 여성이 총재직에 도전한 것은 2008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당시 중의원) 이후 자민당 역사상 두 번째다. 고이케 지사는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아베 전 총리가 지지 의사를 밝힘으로써 자민당 내 보수파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이 총재 선거의 흐름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우익 성향이 워낙 강한 만큼 외연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새 총재를 앞세워 곧바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 자민당으로서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처럼 일반 유권자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인물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이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입헌민주당, 공산당, 국민민주당 등 일본 야권은 이날 회담을 열고 "코로나19 사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집권당이 국민을 돌보지 않고 당내 권력 투쟁에만 빠져 있다"라며 공세를 폈다.

태그:#일본 총리, #자민당, #고도 다로, #다카이치 사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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