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제사회 위기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조세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경제사회 위기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조세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뒤, 연일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급기야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들만이라도 보내려고 철조망 너머로 아이를 던지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포착됐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21일 페이스북에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아프간 시민들의 불안한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힌다"고 썼다. 이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우리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난민을 받아들이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더 나아가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최소한 임산부가 있는 가족, 아동과 그 가족만이라도 받아들임으로써 국제사회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22일 전화로 그에게 좀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르고 또 고른 785자... "선진국답게 논의하자"
 
20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경비하는 미국 해병대원이 아기를 품에 안고 달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경비하는 미국 해병대원이 아기를 품에 안고 달래고 있다.
ⓒ 연합뉴스=AP

관련사진보기

 
- 어제(21일) 페이스북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글을 올렸다.

"계속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엄청나게 혼란스럽고, 특히나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문제가 표면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심스럽지만, 명확하게 '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국회의원 중 누구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말을 고르고 골라서 썼다."

- '고르고 골라서' 쓴 785자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난민 이슈는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냐에 따라서 이미 형성돼 있는 반감이나 과거부터 누적되어온,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혐오 등으로 인한 논쟁이나 논란으로 가버릴 수 있다. 그게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 일부는 '아직은 그래도...'라고 반응한다.

"이 일이 '어떤 찬반의 문제인데, 반대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가 글에도 우리가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7년 전에 난민법을 제정했다고 썼다. 또 우리가 정부 수립 이후에 전쟁 등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을 겪을 때 국제사회에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았던 나라였는데, 올해에는 선진국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가 선진국이기 때문에 선진국다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진짜로 이제는 책임있게, 우리가 (선진국으로서) 해나가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 좀 합리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자. 저는 그런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외신에 따르면 주한미군기지로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와 별개로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지금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과거 국제사회 원조와 지원을 받아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역사를 돌이켜봐야 한다. 분명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그게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내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현지 협력업체, 국내 체류 아프간인... "우리 역할이 있다"
 
지난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미 공군 C-17 수송기가 활주로를 주행할 때 함께 달려가고 있다.
 지난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미 공군 C-17 수송기가 활주로를 주행할 때 함께 달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AP

관련사진보기

 
-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필요하다고 고민하고 있는가.

"예를 들면 현지 대사관에 계신 공무원 등은 일단 귀국했는데,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우리 정부 사업이나 관련 기관 등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이 있다. 이분들이 굉장히 두려움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타국 정부 등과 협력했던 사람들이 탈레반에 반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니까. 이분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우리하고 협력했기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것 아닌가.

또 국내 체류 아프가니스탄인들 중에 체류기간이 끝나가는 분들이 있다. 우리가 미얀마인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들의 특별체류를 더 늘려주거나 난민신청을 인정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제가 글에 썼던 내용인데, 어쨌든 가장 많은 수의 난민은 결국 아프가니스탄 주변국가로 유입된다. 그 나라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해볼 수 있다. UN 차원에서 이미 여러 제언을 던지니까 적극 응한다든가.

더 나아가 당장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많이, 명백하게 권리를 침해당하는 분들이 여성이고 또 아동이다. 적어도 아동이나 임신한 여성이 있는 가족들이라도 우리가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와 조건도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여야 대선주자들도 연대 메시지를 내는데 명확하게 '무엇을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진 않다. 

"저는 사람들이 입장을 발표하거나 '난민을 수용해야 된다-아니다'라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은 정말 실익이 없을 것 같다. 적어도 국회 차원에서라도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야 막론하고.

정치적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너무 끔찍한 일들이지 않은가. 철조망 너머로 아기를 던지는 사진 같은 걸... 우리가... 이렇게 눈 뜨고 보고 있으면서 '우리는 선진국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그렇게 있는 게 우리의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혜영의 큰 바람
 
17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 로스앤젤레스 연방빌딩 앞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지지 시위 중 아프가니스탄 국기 위에서 울고 있는 한 여성의 눈이 그려진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17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 로스앤젤레스 연방빌딩 앞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지지 시위 중 아프가니스탄 국기 위에서 울고 있는 한 여성의 눈이 그려진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 연합뉴스=EPA

관련사진보기

 
- 국회 차원에서 어떤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을까.

"얼마 전 김상희 부의장이 '개별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 상황 브리핑을 월요일(23일) 오후에 듣는데, 참석을 희망하면 알려달라'고 전체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런 종류의 모임 등은 굉장히 반갑다. 이미 결의안도 하나 발의돼 있다(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그런데 아주 원론적인 차원의 입장 표명이 아니라 실제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를 좀 더 논의했으면 좋겠다. 제가 너무 원론적 입장을 얘기하면 그것 때문에 반감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민을 받아야 한다-아니다'가 아니라 '이런 것을 해보자'고 다듬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 브리핑을 듣고 나면 그 고민을 좀더 다듬을 수 있을 듯하다.

"저도 그러길 희망한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론에서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큰 바람이 있다. 굉장히 기계적인 찬반양론이 아니라. 언론이 얼마나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다루냐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원론적 입장 차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처한 맥락들을 조명하며 다뤄주면 좋겠다. 언론의 역할이 크다."

태그:#장혜영, #정의당, #아프가니스탄, #난민, #인권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