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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오장환문학상 시상식 및 시노래콘서트의 모습.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으며 당시 위원장인 도종환(오른쪽)시인.
 제2회 오장환문학상 시상식 및 시노래콘서트의 모습.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으며 당시 위원장인 도종환(오른쪽)시인.
ⓒ 보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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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회째인 오장환(1918~1951) 문학상 공모를 앞두고 충북 보은군(군수 정상혁)이 응모 자격을 군민 및 출향인으로 한정하는 조례 제정을 추친하면서 오장환 문학상을 동네 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보은군은 지난 7월 22일 '보은군 오장환 문학상 운영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들은 응모 대상을 보은군내 거주자(1년 이상)와 출향인사에 한정한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충북 작가회의 등 문인들은 이 상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은군 출신인 충북작가회 유정환 시인은 보은군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오장환 시인을 기리는 이유는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돌파해 나간 문학정신을 잊지 않고, 그 작품을 후세에 전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수상 대상자를 보은군민과 출향인사로 한정한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유 시인은 "오장환이라는 이름 때문에 전국 각지의 문인 작가들이 보은을 기억하고 찾아오고 있다"라며 "훌륭한 시인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짓밟는 보은군의 입법 예고 조례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을 안에서 문학상을 돌려가며 주고받는다면 이미 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저 돈을 쓰는 일에 불과하다. 문학상을 없앤다면 안타까워도 이해할 수 있지만, 예산은 늘리고 수상 범위는 좁히는 이런 발상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보은군의 태도를 질타했다.

이종수 시인도 '보은문학상 조례를 거두십시오'라는 글에서 "오장환 시인의 문학성과 가치는 보은을 빛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문학사를 빛내고 있기도 한다. 보은군민에만 한정 지어 문학상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 요구에 뒤떨어지는 일"이라며 "조례안 개정을 거두고 미래지향적 사업에 몰두해달라"고 주문했다.

작가들도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오장환 시인을 보은군 안으로 제한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기려야 하는 시인을 좁은 고을 안에 가둬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은사람들>에서 운영하는 SNS 토론방인 '핫빵'에도 보은군의 입법 취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입법 예고 마감일인 지난 8월 11일 보은군 문화예술팀에서는 총 8건의 의견-을 접수했다. 핫빵의 의견도 확인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오장환 시인을 잘 몰라서 지역문학인을 발굴을 통해 지역에서 먼저 이를 활성하고 오장환 문학성을 홍보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의견 수렴을 취합해서 전체적으로 검토해 조례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오장환 문학상 관련 조례안에 대한 비판 의견이 이어지자 보은군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13년 동안 오장환 문학상은 외지인들이 주도해 개최해왔다. 행사를 주관한 운영위원회도, 심사위원도 5인도, 수상자도 모두 외지인이었다"며 "보은 군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오장환 문학제를 만들기 위해 기본 틀을 바꿀 때가 됐다는 여론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오장환 시인을 배출하기 위해 보은군내 거주자와 출향인사를 대상으로 초·중·고·대학생, 일반인들의 작품을 공모하고 심사해 시상하고, 수상작품을 책자로 발간해 군내 학교·학생·군민들에게 배부하는 등 보은 군민들에게 친근한 오장환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며 운영 조례안 입법 예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상혁 군수는 "보은 군민들이 다수 참여해 함께 즐기는 보은인들에 의한 오장환 문학제를 만들겠다는데 새로운 시도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진의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진정한 보은인이라면, 오장환 시인에 관심이 있다면 개선안을 비판하기 전에 그동안의 오장환 문학제를 돌아보고 더 뜻깊은 문학제를 만드는 데 좋은 의견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이 조례안을 8월 말 군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군의회는 8월 25∼26일 제359회 임시회를, 9월 7∼15일 360회 임시회를 열어 해당 사안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한편 오장환 문학상은 한국의 참여와 전위시의 선구자인 오장환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공동 제정했다. 2012년 신인상을 제정했고, 2018년엔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디카시 상도 제정해 운영하는 등 오장환 문학상의 지평을 넓혀왔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장환 시인 기념 논문집, 평전 등을 집대성한 오장환 전집도 발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보은사람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오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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