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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네트워크가 5일 환경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내건 손피켓.
 낙동강 네트워크가 5일 환경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내건 손피켓.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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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로 농사 지으까?"

'낙동강 네트워크' 활동가들은 5일 환경부 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와 같은 글자가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이들이 가져온 두 개의 물통에는 낙동강에서 퍼온 녹조물이 들었고, 두 개의 화분에는 벼가 심어져 있었다. 이들은 화분에 녹조물을 붓자 흘러넘친 물로 바닥이 녹색으로 얼룩졌다.

곽상수 농민(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마이크를 들고 "현재 낙동강 주변의 논에는 녹조물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이런 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외쳤다.

이날 낙동강 네트워크가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건 낙동강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 확보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낙동강 네트워크는 대구경북, 경남, 울산, 부산 등의 지역 40여개 단체의 연대체이다.

이들은 우선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녹조 문제 완화를 위한 수문 상시개방,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보 처리 방안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영남주민들은 녹조라떼, 즉 남세균(Cyanobacteria, 시아노박테리아)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독성 남세균 에어로졸 확산과 농작물 축적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관한 연구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낙동강 네트워크가 환경부 앞에서 낙동강 녹조물로 벼에 물을 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낙동강 네트워크가 환경부 앞에서 낙동강 녹조물로 벼에 물을 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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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이날 벼에 녹조물 붓기 퍼포먼스를 벌인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금 4대강 보 수문을 제대로 열지 못한 낙동강에는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이 물로 농사를 지은 농작물에는 간에 치명적인 맹독을 함유하고 있는 남세균이 축적된다는 경고이다. 이런 농작물은 영남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7월26일 낙동강 합천보의 유해 남조류는 188,054셀을 기록했다.

이들은 "올해 날씨는 지난 2018년과 비슷하다"면서 "2018년 당시 '물환경정보시스템'에 기록된 낙동강 합천보 유해남조류는 ㎖당 250,000셀(07.30), 221,500셀(08.13), 718.000셀(08.16), 1,264,052셀(08.22)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4대강사업 이후 올해 처음으로 함안보에 대한 전면 수문개방을 실시했지만 상류에는 7개의 보와 하류에는 하구둑이 있어 낙동강 녹조 대책에는 턱도 없는 미봉책일 뿐"이라면서 "2018년 낙동강 하류 취수원 시설이 가동중단 위기를 태풍 덕분에 모면했던 초유의 사태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동강 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3일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기획위원회는 간담회를 열고 2022년 낙동강‧한강 수문 상시개방 여건 조성을 위한 취‧양수 시설 개선 계획과 예산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낙동강‧한강 취‧양수 시설 개선 총사업비는 환경부 3,900억 원, 농림부 4,500억 원 등 대략 9,0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년 환경부가 책정한 예산은 223억 원이며, 농림부 확보계획인 353억이어서 합쳐도 576억 정도"라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한강‧낙동강 취‧양수장 개선에만 대략 18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어 "임기 내 국민약속이자 국정과제인 보 수문 개방과 자연성 회복을 일부 지자체 반대를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어왔던 게 문재인 정부였다"면서 "정부 임기 말년에 내놓은 계획이 다음 정부도 아니고 그 다음 정부 때인 2028년에 취·양수시설개선을 완료하겠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겠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직도 4대강 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환경부는 매년 3,500억 정도를 수자원공사 이자비용으로 국민의 혈세를 주고 있고 4대강 망초공원(둔치) 관리비용으로 1천 500억, 16개보 유지관리 비용으로 350억 정도의 국민혈세가 나가고 있다"면서 "4대강 16개 보의 하자 유지보수 기간이 끝나는 2022년 6월부터는 유지보수 비용으로 국민혈세가 투입된다"고 우려했다.
 
낙동강 네트워크는 5일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낙동강 네트워크는 5일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위한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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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들은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수공 지원금 3,400억 원을 삭감해서라도 취‧양수 시설 개선비 3,900억 원을 확보해야 하고 농어촌공사의 양수 시설 개선비 4,500억 원도 확보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인천 적수사태, 유충사태 이후 정부는 1조 예산을 올려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 표류수를 수돗물 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낙동강 유역 주민이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낙동강을 계속 독성 녹조라떼가 번성하게 둘 것인가? 낙동강 유역 주민은 대한민국 2등 국민인가?"

이들은 "수문 개방만으로도 유해남조류가 현격히 줄어든 금강‧영산강 사례를 봤을 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녹조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단 수문 상시개방"이라면서 "낙동강 녹조라떼 문제는 지금까지는 이명박 정권의 책임이었지만 앞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정권의 마지막 예산수립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국정과제 낙동강 보 수문 상시개방 여건 조성을 위한 취‧양수 시설(지자체와 농어촌공사 소관) 개선 사업비 100%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그:#낙동강네트워크, #녹조,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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