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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제19전투비행단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 추가 제보된 내용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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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를 지칭하며) 걔가 널 많이 좋아했다더라. 많이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 호의였겠지."
"(가해자를 지칭하며) 걔도 불쌍한 애야."
"그런 놈이랑 놀지 말고 차라리 나랑 놀지 그랬냐. 얼굴은 내가 더 괜찮지 않냐."

공군에서 여군을 대상으로 불법촬영한 성범죄가 발생한 후 군사경찰대가 피해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해자를 옹호하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피해자를 회유하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공군 제19전투비행단(아래 19비) 군사경찰대 소속 수사계장(계급 준위)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비 군사경찰대는 수사의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해당 사건 수사는 공군 중앙수사대가 아닌 국방부조사본부에서 진행하라"라고 요구했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군인들은 여군을 직장동료가 아니라 한낱 여자로 보고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수사계장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일 "공군 19비에서 다수의 여군을 불법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군사경찰대 소속으로 지난 5월 초 여군 숙소에 무단침입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5~10여명으로 군성폭력상담소는 "실제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 아직도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군사경찰대 전체가 가해자 옹호... 구속하지 않은 건 정말 문제" 

김숙경 소장은 "19비 군사경찰대 소속 인원들은 공공연히 가해자가 불쌍하다고 말하고 다녔다"면서 "군사경찰대 전체가 가해자를 옹호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민간과 달리 군사경찰은 계급과 소속 등이 있어 피해자가 하급자인 경우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사건 수사계장이 준위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다. 때문에 피해자들이 함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는 구속도 되지 않고 술도 마시며 자유롭게 활동했고, 그 동안 피해자들은 불안감에 시달렸다"라고 부연했다.

군사경찰대는 사건 당시 현장 적발된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소장은 "가해자 역시 군사경찰대 소속이기 때문에 부대원의 이름을 검색해 주거지나 연락처, 차량번호 등을 언제든 조회할 수 있었다"라면서 "피해자들은 추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인데도 군사경찰대는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지난해(2020년)에도 여군을 대상으로 유사한 성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된 적 있다. 당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주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군사경찰대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이후 가해자는 주거침입·불법 촬영 등 더 대담한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사실상 19비 군사경찰대가 가해자의 범죄를 방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성폭력 사건은 수사와 재판을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군에 뿌리박힌 가해자 중심의 문화를 해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