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장창우씨의 딸들과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쌍용C&B 본사 앞에 섰다. 유가족 요청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
 장창우씨의 딸들과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쌍용C&B 본사 앞에 섰다. 유가족 요청에 의해 모자이크 처리.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기사 보강 : 2일 오후 10시 35분] 

"아무도 빈소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직접적인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지난 5월 26일 세종시 조치원읍에 소재한 쌍용C&B 공장에서 300kg 가량의 파지더미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이튿날인 27일 사망한 화물노동자 고 장창우씨의 둘째 딸이 '회사에서 정말로 아무런 접촉이 없었느냐'라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을 받고 한 답이다.

2일 그는 서울시 동작구 쌍용C&B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쌍용C&B가 양심이 있다면 책임 있는 사람이 직접 와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친이 사고를 당한 후 현장이 훼손됐다'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게 정말로 사람이 사는 세상이 맞나 싶었다"면서 "어떻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지. 사람 목숨을 먼지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거 아니냐"면서 쌍용C&B를 향한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쌍용C&B는 장창우씨가 사고를 당하고 한 시간쯤 뒤인 5월 26일 오전 10시 15분께, 지게차를 이용해 장씨를 덮친 폐지 더미를 치우고 장씨가 몰았던 화물차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차량을 치운 뒤엔 다른 차량이 현장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가게 했다. 오후에는 장씨가 사고를 당한 하역장도 깨끗이 정리됐다. 

산업안전법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즉각 해당 작업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장씨가 사고를 당한 다음날인 5월 27일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말 잇지 못한 동료... "모나리자·쌍용 휴지 사용하지 말자"
 
장창우씨의 딸들과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쌍용C&B 본사 앞에 섰다.
 장창우씨의 딸들과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쌍용C&B 본사 앞에 섰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이날 쌍용C&B 본사 앞에 선 유가족 곁에는 장창우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동료도 함께 했다.

그는 "사고를 제일 먼저 목격한 동료"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장창우씨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다 이런 사고가 당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말을 잇기 위해 수차례 입을 뗐지만 마이크를 든 채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다. 옆에 있던 화물연대 이봉주 본부위원장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화물운송사업법에는 화물차 기사(운송사업자)의 업무가 '화물차를 이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일'로 정의됐다. 운송 이후에 행해지는 상하차 작업에 대해서는 화물노동자의 고유업무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장씨의 사고처럼 현장에선 비용절감을 위해 화물노동자에게 문 개방 및 상하차 업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화물노당자가 상하차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졌다.

2020년 9월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화물노동자가 스크루에 깔려 사망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남동발전 영흥화력에서 혼자 석탄재를 화물차에 싣던 화물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지난 12월에도 광주 현대기아차공장에서도 하차작업을 하던 화물차 기사가 적재공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 3월 한국보랄석고보드에서 석고보드를 하차하던 화물노동자도 적재물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최근 9개월 사이 화물노동자 5명이 본인 업무가 아닌 다른 작업을 하다 사망한 것이다.

현장에 모인 화물노동자들은 "쌍용C&B에서 만든 코디와 모나리자 휴지를 사용하지 말자"면서 "장창우 기사를 차가운 안치실에 모신지 8일째다. 하루하루 고통 속에 버티고 있는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사건이 해결돼야 한다"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장창우씨의 딸들과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쌍용C&B 본사 앞에 섰다.
 장창우씨의 딸들과 화물연대 소속 화물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쌍용C&B 본사 앞에 섰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쌍용C&B 측은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빈소에 왜 조문을 가지 않았냐'라는 질문에 "협상이 끝나야 공식장례가 시작된다고 알고 있다"면서 "저희가 최초에 사고가 났을 때 유가족 측을 접촉하려고 했지만 화물연대에서 삼가달라는 말을 했다. 그 이후로 시도를 했지만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측은 "충북대병원에 장례식장이 마련됐고, 고인이 사고를 당한 쌍용C&B 앞에도 작게나마 빈소가 마련됐다"면서 "쌍용C&B는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있다. 쌍용C&B는 노조에도 유가족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하거나 접촉을 한 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화물연대는 장창우씨 사망사건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18일 화물연대 차원의 경고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물연대 "유가족, 쌍용C&B가 합의서 체결"

한편 기사가 나간 뒤, 화물연대는 <오마이뉴스>에 "2일 오후 5시 40분께 화물연대와 유가족, 쌍용C&B가 합의서를 체결했다"라고 밝혀왔다.

합의서에는 "쌍용C&B가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보상, 책임인정,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며 운전 외 업무에 대해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장창우씨에 대한 산재 처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태그:#쌍용, #화물노동자, #쌍용C&B, #보라매, #세종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