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6월 4일 오전 9시 44분]

"A씨가 고인이 사망하는 데 개입했다라고 볼만한 정황 증거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타살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A씨가) 증거를 인멸하려는 행동은 없어요. 오히려 자기가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이어지는 심리적인 범죄자들의 특성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

"이게 범죄 사건이 되려면 정민이의 친구는 현장에 도로 나타나면 안 되는 일이었어요, 부모님과 함께(...). (A씨 어머니가 전화를 했던) 5시 반에 이 사건은 절대로 범죄사건이 될 수 없는 지점이 이미 발생한 거예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범죄 심리학자들은 '한강 대학생 사망사건'의 타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법의학자들도 사체에 타살이라고 볼 만한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전북대 법의학교실 이호 교수는 "음주와 익사는 굉장히 연관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자구력 상실이 빨라지기 때문에"라고 밝혔다.

29일 전 국민적 관심의 속에 11%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의 제작진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이날 <그알>은 지난달 25일 새벽 실종된 이후 닷새 만인 30일 오후 3시 50분쯤 실종 장소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22살 대학생 손정민씨 사건에 대해 다뤘다. "심증이나 의혹만으로 어떤 혐의도 성립되지 않는 상황"임을 강조한 제작진은 경찰 조사와 유족(부친 손씨) 및 술자리에 동석했던 친구 A씨 측 인터뷰, 목격자 및 제보자 증언과 CCTV 등 관련 자료 및 증거,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과 실험 등을 토대로 의혹들을 검증 한 끝에, 방송 후반 진행자 김상중의 입을 빌려 타살 의혹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었다.

"정민씨의 죽음이 타살이라면 범행을 저지를 동기와 방법과 기회가 필요했을 겁니다. 분명 새벽 2시 무렵까지 정민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A씨가 돌연 정민씨에 대한 충동적인 마음을 먹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가정을 해도 반포한방공원에는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한강공원 CCTV 자료를 근거로 사건 당일 사람들의 이동량을 3D 모델링으로 구현해 봤습니다. 날씨가 풀린 저녁 밤이라 한강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새벽 3시에서 4시 30분 사이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띔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문씨 일행을 비롯해 우리가 만난 목격자들은 물론 경찰에 신고한 사람들 중에도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누군가 사람을 끌고 가거나 싸움을 하거나 구조요청을 하는 소리를 듣거나 본 사람은 없습니다." (진행자 김상중)


<그알>이 밝힌 대로 지난 27일 경찰은 "변사자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A씨가 입었던 옷을 감정하고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포렌식 했으며, A씨를 상대로 네 차례 참고인 조사와 두 차례 법 최면 수사, 한 차례의 프로파일러 면담을 했던 경찰은 극히 이례적으로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23페이지짜리 사건 설명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경찰 자료를 직접 확인한 이들은 알 것이다. 이날 <그알>의 검증 내용이 경찰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관련 의혹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증해 나간 이날 <그알>은 손씨 사망 이후 한 달 간 커져만 갔던 의혹을 해소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만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 SBS

 
<그알>이 검증한 것들

경찰 자료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대로, 목격자들의 증언은 뚜렷했다. 손씨와 A씨가 만취한 정황 말이다. 경찰 또한 시간대별로 만취한 듯 보이는 둘의 행적을 목격했다는 이들의 증언을 시간대 별로 정리해 놓은 상태였고, <그알>의 검증 내용도 같았다.

이날 새벽 고속터미널 부근에서 A씨를 태운 택시기사도 A씨에게 "술 냄새가 좀 났다"는 것 외에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옷이 물에 젖어있었다는 증언도 없었다. 일관되게 '블랙아웃'으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주장하는 A씨. <그알>이 공개한 CCTV 속엔 A씨가 공원 바닥에 벌렁 드러눕거나 토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A씨 측 주장과 따르면, 이날 새벽 아파트 내 화재 신고로 인해 그의 부모는 잠이 들지 못했고, A씨가 귀가 후 손씨가 더 만취해 한강공원에 잠들어 있거나 귀갓길에 잠들었을 것이라 걱정해 손씨를 찾으러 나갔다고 한다. 모두 119나 CCTV를 통해 확인된 동선이었다.

A씨 측에 따르면, 술에 취해 쓰러진 친구 아들을 찾지 못했고 이후 손씨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이후 사건 당일 오후 8시 손씨 부모와 A씨 부모, A씨가 만났을 때만 해도 사건이 이렇게 커지리란 걸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그알>이 공개한 사건 발생일 당일 실제 대화 내용에서 시종일관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 중인 A씨의 설명은 이랬다.

"(제가 일어났을 때) 정민이는 확실히 없었을 거예요. 다른 친구 B는 옛날에 한 번 이렇게 뻗어가지고 되게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친구들을) 무조건 챙겨야겠다, 이런 생각이 취해도 좀 있었거든요."

한편 <그알>의 제작진이 더미와 스턴트맨 등을 통해 사건 현장에서 한 실험 결과와 부검의들의 소견 또한 일치했다. 타살이 실제 행해졌다면 손씨의 사체에 흔적이 남았어야 했다. 그러나 없었다. 경찰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범죄 심리학자들도 타인이 고인의 죽음에 개입한 흔적도, 범행 동기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경찰에 참고인 진술을 마친 목격자들인 '낚시꾼'들의 진술은 어땠을까. 그들은 사건 당일 누군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손씨가 최초 입수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장소와의 이들 목격자들과의 거리는 80미터. 제작진이 동일한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그 거리는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나 사람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 - 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편 ⓒ SBS

 
또 손씨가 입수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지점은 손씨의 시신이 발견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목격자의 진술과도 일치했다. 그러니까, 손씨가 최초 입수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지점도, 낚시꾼들이 목격한 지점도, 떠내려 온 손씨 시신 발견 장면을 촬영한 목격자가 처음 시신을 봤다는 지점 모두 동일했던 것이다.

하필 그 지점은 펄이 많고 유속이 느린 곳이었다. 또 5~10m 지점에서 급속하게 깊어진 지점에서 손씨의 신발이 벗겨졌을 가능성도, 닷새 만에 사체가 떠오른 상황 모두 실험과 이전 사건 사례를 통해 충분히 추정할 만한 것이었던 셈이다.

사건 당일 새벽,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 차량 6대가 동원됐다는 의혹 또한 오해였다. 실상은 같은 시각 한강공원에서 차량 접촉 사고가 났고, 경찰 신고 과정에서 최초 출동 차량에 음주 측정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경찰 차량 2대가 출동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부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의혹의 경우는 어땠을까.

또 다른 피해자

결론적으로, 수익을 추구한 유튜버들이 영상을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영상분석 전문가들은 유튜버의 의혹 제기 영상 중 일부에서 화면을 늘이거나 색을 보정한 흔적을 찾아냈다. 그게 아니면 단순한 오류였다. A씨가 한강공원 토끼굴에서 꼈다는 라텍스 장갑의 정체도, 편의점 화면 속 빨간 스마트폰도, A씨가 손씨를 업은 것 같은 화면 모두 그런 왜곡이나 오류의 산물이었다.

심지어 A씨가 한강공원에서 손씨에게 독극물을 주사했고, 이후 손씨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는 의혹 역시 어이없는 주장이었다. 실제 그 장면은 취한 A씨와 손씨가 배달음식을 받기 위해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간대 A씨와 손씨를 직접 만났던 배달원은 A씨와 손씨가 취해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모두를 검증한 제작진의 의도는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와의 인터뷰에 잘 드러났다.

"기본적으로는 유튜브는 출발점 자체가 돈과 연관돼 있어요. 본인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올리더라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이걸 올려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영상을 볼 거냐에 관심이 많다는 거죠."

실제 제작진과 만난 한 유튜버는 자신의 영상에서 주장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고, 어느 유튜버는 제작진의 취재를 아예 무시했다. 이미 지적돼 왔다시피, 언론도 문제였다. 일부 유튜버의 의혹 영상을 검증 없이 보도한 매체까지 존재했다. 도 넘은 속보, 단독 장사는 기본이었다.

"과잉 열기에 휩싸여 있다고 보이고요(...). 지금 이게 속보가 나올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거죠. 뭔가 경쟁을 하고 있는 언론의 그런 행태들이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광기 어린 상황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

"누군가에게는 그런 이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을 본인들의 흥미와 본인들의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서 이렇게 이용해도 되는 건지. 저는 그 부분은 오히려 이거는, 이거야말로 범죄다." (이수정 교수)


후반부, <그알>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손씨 사건에 대한 과도한 대중의 관심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억눌렸던 국가나 사회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라거나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 등이 그것이었다.

맞다. 아들을 찾아달라는, 진상을 알려달라는 아버지의 호소에 언론과 유튜버들이 달려들었다. 그 가운데 "우리는 유튜버만 믿는다"는 이들이 경찰을 불신하고 의혹을 키워 나간다. 누구는 돈이 목적이었다. 또 누구는 아버지의 눈물에 감정을 이입하며 이를 경찰과 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승화시켰다.

"정민이 부모님은 자식을 잃었다. 자식을 잃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냐. 여러 가지 오해가 나오고 이래도 우리가 최대한으로 경찰 조사하는 데 다 (협조)해서 그것이 밝혀지면 그게 더 낫지. 전부 다 절대 가만히 있어라. 속이 상하든 속이 상하지 않든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요." (A씨 가족)

가족 중 경찰 간부나 고위층은 "아무도 없다"는 A씨 가족은 그런 의혹이 어디서 나왔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A씨 가족은 한 달 동안 계속된 억측과 오해에도 손씨를 애도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A한테는 적어도 (정민이가) 굉장히 친한 친구였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이나 이런 데서 살인마 얘기하고. 같이 옆에 있었던 친구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그 옆에 있던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나요(...). 저희도 정민이 아버님만큼이나 간절하게 경찰 조사가 잘 이뤄지길 바라요. 잘 조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뿐이에요, 지금은." (A씨 가족)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쉬이 가실지는 의문이다. <그알> 방송 직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제작진과 A씨 측의 친분을 제기하고 나선 상태다. 그만큼 의혹이 깊고 널리 퍼져 있다는 방증일 터. 

22살 대학생의 죽음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렇게 그 사건의 진상을 검증한 <그알>이 가리키는 것은 분명했다. 손씨 사건을 둘러싼 과잉된 사회적 관심과 이를 견인한 과잉된 언론 보도 및 유튜버들이 자처한 '광기 어린 상황'과 그 열기가 일정정도 한국사회의 일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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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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