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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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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으로 22일 새벽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회담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상회담 후 여권은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높이 평가하지만 국민의힘은 '현금 주고 어음 받아온 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어떻게 평가할까.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을 지난 5월 26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왕 정책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한국의 달라진 위상 확인한 회담"

- 여권은 최고의 회담이었다고 평가하지만 국민의힘은 현금 주고 어음 받아온 꼴이라고 평가 절하했는데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성과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려운 조건에서 회담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의 정상회담이라는 평가에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에서 '현금 주고 어음 받아온 꼴'이라고 평가 절하를 했다는데 이건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입장 차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긍정 평가의 이유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굉장히 성과가 많았어요. 양적인 부분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미사일 지침 종료는 쉬운 게 아닙니다. 그리고 우주개발, 방역, 5세대 6세대 통신망 구축 등 양국의 협력 요소가 선진기술,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됐어요. 선도적인 국가로 나아가는 협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또 북한 핵 문제 관련해서도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를 보면 한국 정부가 요청한 것을 굉장히 많이 받아들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동북아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갈등이 있어서 우리나라 외교가 어떻게 보면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과 경제, 안보 측면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중국이 격렬하게 반발할 필요가 없는 정도로 적정선에서 공동성명을 처리했기 때문에 굉장히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죠.

질적인 차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과거에 한미정상회담을 보면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 무엇을 줄 것인가, 한국은 미국에서 무엇을 받아 올 것인가를 갖고 토론했거든요. 근데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보면 서로가 상호보완을 이루는 회담이 됐어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최상급 우방 국가로 격상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 미국이 한국을 일본과 동급으로 대접했다고 하셨는데, 이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유지되죠. 미국의 최상급 우방 국가 명단이 아마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았을 거고요. 아마 10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나라가 최상급으로 편입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된 것은 기분에 따라 그런 게 아니고 한국의 국가 역량이 최상등급의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미국에서 봤을 때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났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것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100점 만점에 85점, 나머지는..."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 왕선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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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중요했던 게 북한 문제예요. 공동성명에 보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에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하겠다가 아니라 재확인 했다고 했는데 의미가 있는 건가요?

"아주 의미가 크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미국에서는 정권교체로 새로운 행정부가 앞선 행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현상이 지난 20년 동안 반복됐어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외교를 아주 심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나마 만들어놨던 몇 가지 외교적 성과를 완전히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가 미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조차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 거예요. 이것은 미국의 신임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는 굴욕적인 측면이 있지만 한국 정부가 요청했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여준 것이에요. 미국 정부가 많이 배려해 준 거죠."

- 그럼 문재인 대통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인 건가요?

"충분히는 아니에요. 100점 만점에 85점 정도로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15점 정도는 빠진 게 있는데 그게 뭐냐면 북한이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복적으로 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미국의 고위 당국자 중 한두 명이 '미국은 북한을 적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죠.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서 바이든 대통령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면 북한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었을테고요. 그러면 북미대화 분위기라든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가 탄력을 좀 받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없었어요. 아쉬운 부분이죠."

- 바이든 대통령이 비핵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다른 맥락인가요?

"전혀 다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이라든가 미국의 네오콘 세력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선 비핵화 아니면 원샷딜, 빅딜 이런 개념들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면 그 뒤에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비핵화가 먼저 이뤄지고 상응 조치는 나중에 이뤄진다는 전제가 들어 있는 거죠.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입장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먼저 비핵화하라는 개념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용의 등을 밝힌다면 협상을 하게 될 것이고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 갈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거예요."

-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강조 했잖아요. 바이든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으로 방향을 옮긴 걸까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가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평가를 하는 것이고요.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지난 4월 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발표를 통해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유연하고 또 단계적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는 기본 윤곽이 확인됐습니다. 그런 것들은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나온 것이고, 또 한국 정부의 요청을 미국 정부가 많이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겠다"는 부분도 있잖아요. 남북대화 독자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좀 조심스럽게 봐야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남북 간의 대화, 남북 간의 협상, 또 남북 간의 합의사항 이런 것들에 대한 독자성은 미국이 보장하는 게 아닙니다. 남쪽하고 북쪽하고 대화하고 합의를 했는데 당연히 독자성은 남한과 북한이 해결할 문제지요. 왜 미국이 그것을 보장합니까?

결국, 우리나라와 북한의 합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서 독자성이 결정되는 것이죠. 다만 실제로 그렇게 안 된 게 좀 있어요. 그게 왜 그러냐면, 남북간의 대화 과정에서, 협상 과정에서, 또 합의 과정이 신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에요."

- 그럼 남북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있다고 보세요?

"외교라고 하는 것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오늘은 공간이 없지만, 내일은 공간이 나올 수 있어요. 경제적인 문제라든가 정치적인 차원이라든가 법적 차원이라든지 문화적인 차원이라든가 다양한 접근법과 다양한 가능성, 외교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공간은 나옵니다."

- 공동선언문 중 '북한 인권'을 넣은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매우 중시하는 가치고 또 북한에서는 또 인권 문제가 나오면 회담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를 지도하는 입장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문서인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외한다? 이것은 미국이 입장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굴욕적이라고 여겼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인 차원에서 포함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그 문장을 보면 북한을 자극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게 아니고 북한이든 어디든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가 될 필요가 있다는,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죠."

"성 김 대북 특별대표, 북미 관계 진전에 도움될 것"
 
최태원 SK 회장과 성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성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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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김 대사를 대북 특별대표로 임명했는데 북미 관계 진전에 도움 될까요?

"저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성 김 특별대표는 미국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북핵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 왔습니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도 제일 많고요. 북핵 문제 해결 의지도 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 의식을 갖고 있는 분은 미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근데 성 김 특별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는 특성 때문에 그런지 북핵 문제 해결 의지가 있어요. 그래서 대북정책특별대표라는 자리에서 본다면 최적의 인물이고 북한에서 봐도 성 김 대사를 미워하거나 불편해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안 남았죠. 9월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사실상 인 대통령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 8월까지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뭔가 나올 게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정치 일정을 보면 올해 9월부터는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예요. 그런데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혹시라도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활발하게 외교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 임기가 4개월 남은 2002년도 10월 에 제2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어요. 이때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일본 아니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제2차 북핵 위기에 대응을 했거든요. 또 노무현 대통령도 2017년 10월에 평양을 방문해서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지만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죠.

"맞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과거를 돌아볼 때 반성해야 될 점입니다. 교훈을 좀 얻어야 됩니다. 그런 중대한 일을 할 때는 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서, 야당의 협조를 얻는 조건에서, 외교활동을 하는 해야 차기 정부가 들어섰을 때 서로 부담이 적은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죠. 물론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는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외교를 해야 합니다. 다만 야당 협조를 얻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교훈을 꼭 염두에 두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계획은 아직 유효한 걸까요?

"그것은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부분인데 지금은 신뢰가 깨져 있는 상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던 모든 약속이 보류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류됐다가 어쩌면 폐기가 될 수도 있고, 두 정상 간 신뢰가 회복되면 다시 부활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유보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왕선택, #한미정상회담,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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