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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인플레이션 시대에 도시브랜드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도시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자 <오마이시티, 오마이브랜드> 기획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인천광역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시브랜딩 활동의 기획·진행·평가 등을 짚어보면서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재는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었던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획취재 선임기자가 함께 진행한다.[편집자말]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브랜드 상징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브랜드 상징들.
ⓒ 인터넷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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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란 판매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판매자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로부터 분명하게 구별 짓기 위한 이름이나 용어, 디자인, 상징 또는 기타 다른 요소들을 말한다."|미국 마케팅협회

도시는 제품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브랜드가 갖는 고유의 특성인 '차별성'과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다. 도시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꿔나가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시민들의 자긍심은 물론 정책 홍보와 경제적 이익도 맞물려 있다.

도시는 다양한 목적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공공성을 추구한다. 이윤 창출이라는 명확한 목적과 이해관계가 있는 제품이나 기업과는 다르다. 과연 도시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도시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은 제품이나 기업처럼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이번 연재는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

브랜드(brand)의 기원은 노르웨이의 고어 'brandr'로 추정된다. brandr는 '타다(burn)'는 뜻을 담고 있는데, 불에 달군 인두로 소, 말 등 가축에 낙인을 찍어 자신의 소유물임을 표기한 것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가설이다. 낙인 관습은 가축뿐만 아니라 와이너리의 화인 등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표시는 제조원이나 원산지 등 제품의 출처를 증명하는 방법이 되었고, 특정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로 작용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처음으로 개념화한 미국의 사회과학자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는 '브랜드는 판매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규정하고 경쟁자와 차별화하기 위한 이름, 기호, 상징, 디자인 혹은 이들의 결합'이라고 정의했다. 데이비드 아커, 케빈 레인 켈러와 함께 브랜드 분야 3대 석학인 장 노엘 케퍼러(Jean-Noel Kepferer)는 브랜드는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상품의 본질(Essence), 의미(Meaning), 지향점(Direction)을 담은 상품의 정체성(Identity)이라고 규정했다.
 
기업이 고객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브랜드의 약속에 대한 집합인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과 고객의 연상 작용에 의해 형성된 브랜드 인상의 집합인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가 일치할수록 브랜드 활동을 잘한 것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브랜드의 약속에 대한 집합인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과 고객의 연상 작용에 의해 형성된 브랜드 인상의 집합인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가 일치할수록 브랜드 활동을 잘한 것이다.
ⓒ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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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브랜드는 자기다움으로 다른 것과 차별화하는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브랜딩 혹은 브랜드 마케팅이라 한다. 브랜드는 단순히 다른 것과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이 고객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브랜드의 약속에 대한 집합인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과 고객의 연상 작용에 의해 형성된 브랜드 인상의 집합인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가 일치할수록 브랜드 활동을 잘한 것이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를 넘어 소비자가 공감하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담은 상징으로 작용해야 하는 까닭이다.

슬로건은 변화하지만, 브랜드는 정체성 유지

1993년 스위스. 20대 초반이었던 형제는 지나가는 트럭에 씌워진 방수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방 브랜드가 20년 후 업사이클링 패션의 선두주자 '프라이탁(FREITAG)'이다. 변덕스러운 취리히 날씨 때문에 가방 속의 물건이 눅눅해지기 십상이라 방수 기능의 가방은 실용성이 뛰어났다. 트럭 뒤를 덮은 단단하고 질긴 방수천을 소재로 한 가방, 그것이 프라이탁 브랜드의 출발점이었다.

2006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청년이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다가 먼 거리를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아르헨티나의 민속화 알파르가타의 착화감에 영감을 얻어 만든 심플한 신발 '탐스(TOMS)'.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맨발의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1789년 신장 결석을 앓던 레세르라는 후작이 프랑스 알프스 자락의 작은 마을 에비앙(Evian)에서 샘물을 마신 뒤 병이 나았다고 한다. 그 샘물에는 사람 몸에 유익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에비앙'이라는 생수가 탄생했다. 에비앙 브랜드는 생수뿐만 아니라 마을 자체를 관광지로 만들었고, 패션 아이콘으로 진화했다.

손님과 거래가 마무리되면 생선을 카운터로 던지는 이른바 플라잉 피시(Flying Fish)로 유명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1971년 탄생해 지금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벅스', 제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장갑차로 만들어진 오리 모양의 수륙양용 관광버스 '라이드덕' 등 다양한 브랜드가 모여 있는 도시. 손꼽히는 로맨틱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 과연 '도시 시애틀'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1993년 스위스. 20대 초반이었던 형제는 지나가는 트럭에 씌워진 방수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방 브랜드가 20년 후 업사이클링 패션의 선두주자 '프라이탁(FREITAG)'이다. 사진은 프라이탁의 랩탑 커버 제품.
 1993년 스위스. 20대 초반이었던 형제는 지나가는 트럭에 씌워진 방수천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방 브랜드가 20년 후 업사이클링 패션의 선두주자 "프라이탁(FREITAG)"이다. 사진은 프라이탁의 랩탑 커버 제품.
ⓒ FREI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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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청년이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다가 먼 거리를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아르헨티나의 민속화 알파르가타의 착화감에 영감을 얻어 만든 심플한 신발 '탐스(TOMS)'.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맨발의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06년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청년이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다가 먼 거리를 맨발로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만났다. 이를 계기로 아르헨티나의 민속화 알파르가타의 착화감에 영감을 얻어 만든 심플한 신발 "탐스(TOMS)".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맨발의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탐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 TO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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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이나 제품과는 다르지만 도시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업이나 제품보다 브랜딩 목적이나 브랜드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업의 비전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해관계자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모인 고용주, 투자자, 관계사, 피고용인 등으로 단순하다. 타깃 고객 역시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정의할 수 있다.

도시는 기업이나 제품과 달리 복잡한 관계망으로 얽혀 있다. 시민, 투자자, 정책관계자, 관광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으로 구성돼 있다. 판매하고자 하는 대상도 광범위하다. 목표 고객도 다양하다. 관광을 목적으로 할 때는 관광객이,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게 목표가 된다면 시민이 도시브랜드의 대상이 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소유주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소유주는 명확하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목표 설정이나 브랜드 활동을 일관되게 정의하고 추진하는 게 수월하다. 활동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반면에 도시의 소유주인 '시민(市民)'은 수적으로 많고, 각각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도시브랜드 주체로 보기도 어렵고, 도시브랜딩 활동에 대한 책임을 지기도 힘들다.

도시브랜드에서는 소유주보다 운영 주체에 주목해야 한다. 시민들의 직접 투표로 뽑힌 시장과 도시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운영 주체가 바뀌게 되고, 운영 주체에 따라 도시 정책이 바뀌게 된다. 이는 도시브랜드 활동이 일관성을 갖고 지속가능하게 추진되기 어려운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많은 곳에서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개발하고 그것이 도시브랜드라고 소통하고 있지만, 도시브랜드는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전, 춘천처럼 도시 이름 그 자체이다. 도시브랜드는 다양한 상징을 갖고 내·외부와 소통한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은 도시의 비전을 담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슬로건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상징요소이나 브랜드는 소멸하기 전까지는 정체성을 일관되게 유지한다.

도시다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
 
손꼽히는 로맨틱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 과연 '도시 시애틀'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손꼽히는 로맨틱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 과연 "도시 시애틀"도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 영화사 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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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브랜드 상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언어적 상징(Verbal Identity)과 시각적 상징(Visual Identity)이다. 언어적 상징은 도시 이름과 비전,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슬로건 등을 일컫는다. 시각적 상징은 도시브랜드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좀 더 명확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시각물로써 심벌마크, 로고타입, 캐릭터, 그래픽 모티브 등을 일컫는다. 

다만, '언어적 상징+시각적 상징=도시브랜드'는 아니다. 나이키가 단순히 'Just Do It'과 'NIKE'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듯이. 나이키가 나이키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의 시작은 나이키의 기업 비전을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어떤 기업이 되고자 하는가, 그러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 무슨 제품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언어적 상징, 시각적 상징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정신,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 브랜드가 전달하는 가치, 고객이 체험하는 다양한 경험 등이 모두 모아진 게 '나이키'다. 나이키는 자신의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다. 인종차별과 남녀평등에 관한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소통하는 게 그 가운데 하나다. 또한 최고의 브랜드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해나간다.

도시브랜드도 마찬가지이다. 도시 이름을 붙여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만들고 홍보하기에 앞서 도시 비전을 설정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뒤에 그 비전에 맞는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선택하고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도시다움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도시다움에 대한 실체를 만드는 것은 더욱 복잡하다. 경제, 문화, 사회, 복지 등 다양한 정책부서가 도시 비전 달성을 위한 목표 아래 일관된 정책을 지속성있게 펼쳐야 한다. 도시 비전 방향에 맞는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을 결집시키는 활동도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그러나 도시브랜드는 시민이 살고 싶은 도시, 관광객이 방문하고 싶은 도시,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꾸준히 해야 하는 활동이다.
 
인천시는 2019년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 TV CF 홍보영상으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드(IBA)' 금상을 수상했다. 박상희 교수(왼쪽)와 박남춘 인천시장. 박 교수는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브랜드전략팀장으로 활동했다.
 인천시는 2019년 "상반된 매력 공존의 도시, 인천" TV CF 홍보영상으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드(IBA)" 금상을 수상했다. 박상희 교수(왼쪽)와 박남춘 인천시장. 박 교수는 인천시 소통기획담당관실 브랜드전략팀장으로 활동했다.
ⓒ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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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시브랜드, #도시브랜딩, #기업브랜드, #브랜드,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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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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