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12 19:28최종 업데이트 21.05.1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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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7월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장면 ⓒ 연합뉴스

 
2022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재계에서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아시아 1위'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벌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에서 지난 11일 "한국 최저임금 인상률과 절대 수준 모두 아시아 1위"라며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은 "아시아 1위라는 주장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면서 "한국 최저임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재계는 그동안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 'OECD 상위권'이라고 주장했다.


매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마다 최저임금 국제비교는 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① 과연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을 OECD가 아닌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는 게 맞는지 ②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최저임금 수준은 상위권인지, 하위권인지 따져봤다.

[사실검증 ①] 지금까지 OECD와 비교하다가... 갑자기 아시아로 바꾼 전경련

전경련은 11일 '11~20년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변화 비교' 자료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이 9.2%로 아시아 18개국(동북아 5개국, 아세안 8개국, 서남아 3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포함) 가운데 1위였고, 2019년 기준 최저임금 절대 수준도 18개국 가운데 1위였다고 밝혔다.
 

전경련 '2019년 기준 아시아 18개국 월 최저임금 수준 비교' 도표.(* 표시 홍콩, 대만은 전경련 자체 계산 자료 : ILO [2020-21 세계 임금 보고서]) 전경련은 1, 2위를 차지한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한국이 사실상 1위라고 주장했다. ⓒ 전경련

 
ILO(국제노동기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절대 최저임금(구매력 기준과 달러 환산)은 아시아 18개국 가운데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어 3위였지만, 전경련은 제조업 비중이 낮은 두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이 '실질적 1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국의 최저임금 비교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해왔으며, 아시아 비교는 지금까지 주요하게 이용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 전경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지표를 만들려고 비교 대상에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하는 등 통계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노동계는 물론 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 등 재계와 최저임금위원회도 그동안 OECD 회원국들과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했다. 경총에서 지난 2019년 5월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과 상대적 수준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해 최상위권이라고 주장하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OECD 중위권'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출한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주요 노동·경제 지표 분석' 보고서 등에서 OECD 회원국들과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했다.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최저임금을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한 경우는 거의 못 봤고 주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한다"면서 "경제 상황은 OECD랑 비교하면서 임금 상황만 왜 굳이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봉호 전경련 지역협력팀 부장도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세계생산기지가 된 아시아 국가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최저임금이 쭉 올라 그 동향을 분석한 것"이라면서 "(OECD 국제비교처럼)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정작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절대 수준을 비교하면서 1·2위인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제조업 중심인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두 나라는 파트타임 비중이 높고 역사적 배경 등에도 차이가 있어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이날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전경련에서 여론전을 하려는 것"이라면서 "재계에서 그동안 OECD와 비교할 때마다 통계 왜곡이란 비판을 받았고 최근 2년간 최저임금도 거의 오르지 않자 '아시아 비교'라는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검증 ②] 한국은 OECD 상위권? 하위권?...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 차이

우리나라 최저임금 상대적 수준을 놓고 OECD 최상위권이라는 재계 주장과 최하위권이라는 노동계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경총은 지난 3월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및 시사점'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2020년 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62.4% 수준"이라면서 "콜롬비아, 터키, 칠레, 뉴질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6번째로 높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2019년 5인 이상 사업체 통상임금 기준으로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44.2%로 (연방 최저임금자료만 공개하는) 미국과 체코(42.9%), 에스토니아(43.3%), 일본(43.6%)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작성한 '2019년 OECD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단위 : %)' 주 : 대한민국(5인이상정액급여)와 대한민국(5인이상통상임금)은 5인이상 사업체 정규직 기준임. 자료 : Data extracted on 20 Apr 2021 07:57 UTC (GMT) from OECD.Stat.) ⓒ 민주노총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 일단 OECD는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의 풀타임 근로자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58.6%로,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OECD 29개국 가운데 9위였다고 밝혔다. 2019년에는 비중이 62.7%로 올랐기 때문에 경총 주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우리 정부가 OECD에 제출한 자료는 '1인 이상 사업체' 기준이고, 일본처럼 '5인 이상 사업체' 기준을 적용하면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49.1%, 통상임금 기준으로는 44.2%까지 떨어지고, 유럽처럼 '1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하면 비중이 더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통계 기준이 되는 사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분모에 해당하는 중위임금 액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최저임금 비중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지난 2019년 5월 당시 "2017년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 비율이 평균값(평균임금) 기준으로 41.4%(15위), 중위값(중위임금) 기준으로 52.8%(13위)인 것은, 정부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1인 이상 사업체 풀타임(비정규직 포함) 정액급여' 기준으로 작성한 최저임금 비율을 OECD에 보고하기 때문"이라면서 "(5인 이상 풀타임 정액급여/통상임금 기준으로 하면) 평균값 기준으로는 30.0~38.5%(20~28위), 중위값 기준으로는 43.5~48.5%(15~23위)로, 그 비율과 순위가 더 낮아진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도 우리나라가 OECD에 제출하는 통계 자료가 다른 회원국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강승복 전문위원은 "최저임금 국제비교는 참고자료일 뿐 국가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차이, 비교대상 임금자료의 조사대상 포괄범위 등) 구체적인 체계가 달라 일괄 비교는 어렵다"면서 "평균임금이나 중위소득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50~60% 정도면 적절하다고 보는 것이지, 국가 간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최저임금 절대 수준, 아시아 18개국 중 1위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1.05.11
  • 출처
    전경련 보도자료출처링크
  • 근거자료
    민주노총 보도자료, '한국 최저임금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 - 전경련 아시아 비교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은 아전인수격 해석'(2021.5.11)자료링크 국제노동기구, '2020-2021 세계임금보고서'(2020년 12월)자료링크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주요 노동경제지표 분석'(한국노동연구원, 2020년 6월 작성)자료링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및 시사점(2021.3.8)자료링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 보고서(2019.5.7)자료링크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1.5.12)자료링크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1.5.12)자료링크 정봉호 전경련 지역협력팀 부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1.5.12)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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