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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1.4.20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1.4.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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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제목만 보면 2022년부터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2022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을 고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과정이 중고등학교에 적용되는 것은 2025년 이후다.

아마 '2022 개정 교육과정'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뭔 소리인가 할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대학입시는 어떻게 된다는 거야?'로 수렴된다. 실제로 교육부 발표가 나면 가장 민감하게 분석에 들어가고 학부모 교육을 시작하는 곳이 사교육기관이다. 입시에 미칠 영향이나 대비책 등 온갖 검증되지 않은 설들이 쏟아져 나온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이에 비하여 학교 현장은 조용한 편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2025년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는 게 로드맵이기 때문에, 실제로 영향력이 미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교육부는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담임선생은 아침에 코로나19 자가진단 시스템에 입력 안 한 학생들에게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생리결석 등 온갖 사유의 출결을 정리하고, 다음 주에 있을 시험지의 오류는 없는지,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 중 빠진 것은 없나 점검하다 보면 4년 후 펼쳐질 교육과정까지 신경 쓸 시간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도 전혀 모른 척은 할 수 없기에 교육부 홈페이지에 가서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 추진 계획(안)'을 찾아봤다. '모두를 아우르는', '미래 역량을 갖춘', '혁신적 포용 인재', '미래지향적',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등등 온갖 미사여구와 거창한 구호가 난무한다. 쪽수를 보니 31페이지나 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을 스킵하게 된다. 관심 갖고 보는 건 적용 시기이다.

2025년에 고1부터 적용된다. 2025년에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은 2022개정 교육과정이 아니라 2015개정 교육과정으로 배울 것이다. 2025년에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진급하면서 고2, 고3으로 확장되어 2027년에 모든 학년에 적용되는 구조다. 따라서 대학입시 제도의 변화는 2028학년도 입시에서 이뤄지게 된다. 앞으로 7년 후에 대학입시의 틀이 크게 개정될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고교학점제 도입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번 칼럼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고교학점제 도입일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세월이 많이 흘렀을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교학점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관련기사 : 호들갑 떨 일 아닙니다, 초 6학년 부모는 꼭 보십시오 http://omn.kr/1s8cl)

미사여구로 보이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면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이란 구호가 눈에 들어오긴 한다. 그동안 교육과정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두루 듣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으로서 '숙의 토론' 같은 것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지난번 대학입시에서 상위 11개 대학 학종 비율 논란처럼 지도력을 방기하는 사태로 흘러갈 것이란 우려가 생긴다.

정부는 학종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대학입시의 비율을 공론화에 부쳐 결정한다는 사상 초유의 방법을 도입한 바 있다. 공론화 과정 자체도 논란이 많았지만, 공론화위에서 나온 결론이 어느 쪽 손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자 자의적 해석이 난무했다.

결국 정부는 원래는 국민의 뜻이 30%였다고 했다가 1년 만에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40%까지 늘리는 것으로 결론을 바꿔가는 무리수를 둬야 했다. 교육 리더십이 관철되지 않자 국민들 뜻을 제멋대로 바꾼 것이다.

다음으로 걱정되는 측면은 정치이다. 지금은 교육과정이 고시되는 해를 기준으로 교육과정 명에 연도를 붙이지만, 이전에는 차수를 붙였다. 대한민국 교육과정사를 살펴보면 해방 직후에 '교육에 대한 긴급 조치기', '교수요목기' 등이 나온다. 갑작스레 맞이한 해방이어서 일제가 만든 교육과정을 대치하여 급작스럽게 교육과정을 만든 시기이다. 6.25전쟁이 끝나고 1954년에 제1차 교육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1997년에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이 마지막으로 차수가 붙은 교육과정이었다.

이후로 10년에 한 번 정도씩 개정되던 교육과정을 '교육과정 수시 개정 체제'로 바꾸고 2007년에 2007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 교육과정은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7년은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진 해다. ABR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취임 초기 전임자인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뒤집으면서 'Anything but Clinton'(ABC) 정책을 폈다고 해서 나온 말을 따다가 우리나라에서 회자된 용어다. ABR은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영문 이름의 첫 글자를 클린턴의 C와 바꿔 넣어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채 2년도 되지 않아 국가교육과정이 개정되는 초유의 촌극을 벌이면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교과서가 없는 교육과정, 2년짜리 단명 교육과정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2007 개정 교육과정의 오명에는 이렇게 정치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대표되는 여러 정치적 부작용을 학교가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금성사 판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은 아주 조그만 일에 불과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명박 신임 대통령과 노무현 전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8.2.25
 이명박 신임 대통령과 노무현 전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08.2.25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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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ABR의 악몽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될 예정인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해이다. 과연 정치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교육과정이 지금 계획대로 진행이 될지 의심스럽다.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교육 내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끊임없이 간섭하려는 시도에서 아주 은밀하게 진행된다. 이념적 차원에서 가시적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분야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그 해악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 게다.

교육부 보도 자료를 보면 '교과서 자유발행제'까지 장기 추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교과서의 형식 다양화를 통해서 7차 교육과정 도입 이래 계속 되어온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분권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런 미사여구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바로 대학입시 때문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대학입시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교육과정 변경은 실상 대학입시와는 별개로 부수적 효과로만 인식되어야 하지만,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이 대학 입시 제도의 변동이다. 학부모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교육기관 설명회 역시 이런 쪽으로 초점을 맞춘다.

이미 교육부는 수능 위주의 전형을 확대하는 쪽으로 향후 몇 년 간 입시의 방향을 결정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다양성과 분권화의 제일 큰 저해 요소는 수능 시험 위주의 입시다. 대학 서열 구조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관문을 1회성 시험인 수능으로 회귀하게 강요하면서, 거시적인 교육과정은 정반대 방향으로 나갈 것을 천명한 것이다.

교육부의 난처한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수능 시험과 대학 서열화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 '개별 성장을 위한 맞춤형 교육'의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개별화와 수능 정시 확대는 정면으로 상충하는 가치 지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학생 개별 맞춤형'이나 '선택형 교육과정', '교육과정 유연화' 등 거창한 꿈을 좇는 듯한 제목들에 회의감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고등학교 과정이 끝나면 수능 응시의 한 길로 매진하는 입시 풍토에서 어떻게 다양한 과목이 선택이 되고 교육과정이 유연화될 수 있는 것인지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도 자료에 제시된 목표들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정부 발표 계획안에는 '알파세대'니 'Z세대'니 하는 유행을 타는 듯한 용어가 많이 들어가 있고, 온갖 좋은 말만 모아놓은 소문난 잔치 느낌이 묻어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과정에 필요한 것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실천적 방안들이다.

교육부가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실천 가능한 교육과정을 내놓을 때만이 곳곳에 들어가 있는 현란한 용어들이 실재화 될 수 있다.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 교육'을 대학 입시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면, 분권화와 자율화, 개별성과 다양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속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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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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