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진에 빠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조제 모리뉴 감독 경질이란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국내외 언론매체는 19일 오후 모리뉴 감독 경질을 보도했다. 앞서 경질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으로 2019년 11월 토트넘 감독으로 선임된 모리뉴는 재임기간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모리뉴 감독은 2015년 12월 첼시, 2018년 1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이어 한 리그에서 세 번 연속 경질되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명예회복 노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조제 모리뉴 감독

조제 모리뉴 감독 ⓒ AP/연합뉴스


최근 5년 사이 모리뉴 감독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0년대 초반까지 수비와 중원을 두텁게 하며 간격을 좁힌 뒤 강한 지역압박을 펼쳐 볼을 탈취해 빠른 역습 축구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전술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모리뉴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들을 자극하는 화술은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가 맡은 클럽팀들은 한 차례 이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티키타카, 게겐프레싱 등 그의 전술을 파훼하는 법이 등장하며 그도 자연스레 도태됐다. 더불어 패한 경기에 대해 선수를 탓하는 등의 발언을 하는 것이나 강압적인 선수단 관리는 결국 선수와 감독간 불화를 만들었다. 

결말은 항상 경질이었다. 2015년 12월 첼시의 감독직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도 경질된 모리뉴는 3년 동안 두 차례의 경질을 경험하며 '한물간 감독' 이라는 이미지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모리뉴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기회를 얻었다. 2019년 11월 4년 동안 토트넘을 이끌었던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한 다니엘 레비 회장이 그에게 손을 내밀면서 모리뉴는 다시 한 번 영국 무대로 복귀했다.

토트넘이 모리뉴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팀에 '우승'이라는 확실한 목표의식을 심어줄수 있는 감독이라는 점, 그가 부임한 팀에 모두 우승컵을 가져다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모리뉴는 하향세가 뚜렷했기에 어찌 보면 토트넘 입장에서도 우승컵을 위해 모험을 감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토트넘 감독으로 부임한 모리뉴는 1989년생 주앙 세크라멘투를 수석코치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듯했다. 부임 후에는 비록 부침을 겪긴 했지만 하위권이었던 팀을 6위로 끌어올리며 유로파 리그 진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올시즌 초반엔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앞세운 막강한 공격력으로 맨유를 6-1로 격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 속에 리그 선두로 올라서며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2020년 12월께부터 빡빡한 일정 속에 선수들의 체력 저하, 부상 등으로 승점을 잃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고 순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급기야 2021년 치러진 리그 16경기에서 7승 3무 6패의 성적을 기록해 선두권에서 멀어지면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은커녕 유로파 리그 출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었던 FA컵과 유로파 리그에서도 각각 에버턴, 디나모 자그레브에게 패하며 16강에서 탈락해 사실상 올시즌 무관이 확정된 상황이다.

특히 디나모 자그레브전 패배의 충격이 컸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2-0으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토트넘은 원정경기로 치러진 2차전에서 오르시치(K리그 시절 오르샤)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수모를 당한 끝에 0-3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이후 토트넘은 아스톤빌라전에서 승리해 급한 불을 껐지만 리그 16위 뉴캐슬(4월 4일)과 맞붙어 슈팅수 11-22로 밀리는 등 경기 내내 졸전을 펼친 끝에 마지막 10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에 그쳤다. 이어 맨유전 1-3패배와 에버턴전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4월 세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토트넘은 끝내 모리뉴 감독의 경질이란 초강수를 두게 됐다.

이 과정에서 모리뉴 감독은 과거의 실수를 그대로 답습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공격축구가 상대에 간파당했음에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이제는 하위권 팀에게도 통하지 않는 선수비 후역습 축구를 펼쳐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며 실망감만 안겼다. 

빅 리그에서 메리트 잃은 모리뉴... 카펠로의 전철 밟나?

모리뉴 감독에게 토트넘은 유럽 빅 리그 무대에서 반등을 도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도 과거 실수를 되풀이해 경질되면서 감독생활 초기시절 벤피카(3개월), UD라이리아(6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짧은기간(17개월)을 역임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첼시-맨유-토트넘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3연속 경질된 모리뉴 감독이기에 향후 빅 리그에서의 감독생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전술과 선수단 관리, 선수들과의 관계는 이미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진 데다, 이것이 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이제는 우승컵 하나만 믿고 그를 영입하기엔 껄끄러운 상황이 됐다.

모리뉴 감독의 행보를 보면 과거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연상케 한다. 1991년 AC밀란 감독을 시작으로 레알 마드리드, AS로마 등을 지휘한 카펠로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며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수비를 두텁게 한 뒤 역습을 펼치는 실리적인 축구로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며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간 카펠로 감독은 2006~2007시즌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을 끝으로 더이상 빅 리그 무대에서 감독직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이후 잉글랜드, 러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두 차례 월드컵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8년 중국 슈퍼리그(CSL) 장쑤 쑤닝 감독직을 끝으로 감독 경력을 마무리했다.

모리뉴 감독 역시 FC포르투-첼시-인테르 밀란-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한 것을 시작으로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른 역습을 구사하는 축구로 우승컵을 거머쥐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최근 5년 사이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며 도태되고 말았다. 

모리뉴 감독의 몰락이 특히 안타까움을 남기는 건 라이벌이었던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과 같은 감독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축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빅 리그 감독 경력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한 모리뉴 감독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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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토트넘 홋스퍼 모리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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