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7 18:11최종 업데이트 21.03.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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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확산 반대한다" 지난 2018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국민대회에 참가자들이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가정을 파괴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국민을 기만해 동성혼을 허용하려는 법이다."

대한예수장로회 합신 동성애대책위원회(위원장 허성철 목사, 아래 동성애대책위)에서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동성애대책위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2020년)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아래 건가법 개정안)을 두고 "대한민국 헌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동성 간 혼인을 실질적으로 합법화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개정안 가운데 가족 개념 규정을 삭제하고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조항을 문제삼았다.


이에 남인순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족 개념 규정 삭제는) 가족 형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가족 개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다양해 이를 법률로 규정하기 곤란하고, 정의 규정의 실익도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동성애 반대 단체 주장대로 남 의원이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이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일까?

[검증 내용] 건강가정기본법, 국가인권위가 먼저 '개정 권고'

결론부터 말하면 동성애 반대 단체 주장은 '거짓'이다. 건가법 개정만으로 한국에서 동성혼을 합법화할 수 없다. 동성혼 합법화를 위해서는 민법 개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필요하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 지원과 교육, 상담 등 가족 관련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이다. 건가법이 혼인과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가족 형태만을 가족으로 정의하고 가족의 해체를 예방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해 제정 당시부터 반발이 있었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심화하고 현대 사회 가족 형태의 변화 양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으로 구성된 가족연구모임은 지난 2005년 1월 건가법 시행을 앞두고 해당 법이 "혼인 여부, 가족 상황,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그해 10월 27일 "혼인, 혈연, 입양의 관계가 없는 다양한 가족 및 가정이 실재하고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동 법률상의 가족 및 가정에 대한 정의가 차별의식이나 차별행위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건가법 개정을 권고했다.

남인순 의원, 정춘숙 의원 등은 인권위 권고 이후 개정안을 발의했다. 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 내용은 ▲ "가족" 개념 삭제(제3조 제1호 삭제) ▲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가족지원", "가족정책" 등 중립적인 용어로 변경 ▲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족해체를 예방하고자 하는 제8조와 제9조 삭제 ▲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며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강조하는 제2조의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남인순 의원]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하고 차별 없애려는 것"

현행 건가법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구성된 가족만 가족으로 본다. 남인순 의원실 김은경 보좌관은 "(개정안은) 지금 건가법에서 정의하는 가족만 가족인 게 아니라 보다 더 다양한 가족들을 교육하고 지원하고 상담할 수 있는 근거법률이다"면서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가족의 개념이 바뀌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인권위 권고를 언급하며 "예전부터 '건강가정'이라는 개념이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개념을 도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현행법은 "한부모 가족이나 조손 가족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 쪽은 개정안의 핵심이 건가법의 명칭을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가족정책법'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성애 반대 단체]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없애면 동성혼 합법화" 주장
 

기독교 신도 ‘퀴어축제 결사반대’ 지난 2018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앞에서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하는 시민들이 동성애는 창조질서와 가정을 파괴한다며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건가법 개정안을 '동성혼 합법화 법안'으로 보는 이유는 ▲ "가족" 개념을 규정하는 제3조 1항 "'가족'이라 함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를 삭제한 점 ▲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제2조를 신설한 점 등 크게 2가지다.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지난해부터 건가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2월, 전국 500여 단체가 연합한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개정안이 동성혼 합법화의 문을 열 것이다"면서 "가족 형태를 차별 사유로 하는 차별금지법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총연합(아래 한교총)도 2월 15일, "'건가법 개정안'은 '가족'의 정의규정을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써 동성혼을 합법화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교총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이 막힌 뒤 비슷한 내용으로 건가법이라고 해서 나오는데 사실 이름만 바꿔서 계속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 의견] "건가법으로 동성혼 합법화 어려워"... 외국도 민법 개정 후 허용

전문가들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만으로 동성혼 합법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손명지 광운대학교 인제니움학부 교수는 "남 의원이 발의한 건가법 개정안은 동성혼 합법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라며 "혼인을 비롯한 가족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은 민법이다"라고 했다.

조은희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동성혼 합법화하려면) 건가법 개정만으로는 안 된다"라며 "혼인 관계를 인정받고 혼인에 따른 정부 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혼인 신고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규정하는 것은 민법 내 가족법과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이라고 말했다.

일부 동성애 반대 단체들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 정하는 가족 범위에 '사실혼'이 추가됐다며, 건가법 개정안이 이 '사실혼'을 근거로 사실혼 상태의 동성커플 지위를 여성과 남성간의 혼인과 동등하게 인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은희 교수는 현재 사실혼은 '판례상으로만' 인정되며, 해당 판례가 여성과 남성 간의 경우만 사실혼으로 인정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 교수는 "동성혼의 사실혼이 그런 식으로 해서 인정될 수는 없다"면서 "법원이 그 판례를 근거로 동성혼의 사실혼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은희 교수가 2020년 3월에 발행한 논문 '법제도의 다양한 가족의 수용을 위한 개선'에 따르면, 해외에서 동성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모두 29개 국이다. 대부분 동성 간의 동거가 법적으로 허용되고 헌법재판소가 동성혼 혹은 동성커플을 인정한 뒤에야 민법 개정 혹은 국민투표를 거쳐 동성혼이 합법화됐다.

[검증결과] 건강가족기본법 개정만으로 동성혼 합법화 못해
 

'2020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행동 선포 - 대세는 이미 차별금지법! 평등에 합류하라!' 기자회견이 지난 2020년 7월 2일 오전 여의도 국회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빈곤사회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건강가족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이 금지되는' 방향의 가족 정책이 수립된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동성혼이 합법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전문가들은 동성혼의 합법화를 위해선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민법 등 혼인을 규정하는 법령의 개정 등 별도의 입법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가법 개정안은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으로 동성혼 합법화는 불가하다. 동성애 반대 단체들의 주장은 '거짓'이다.

 
덧붙이는 글 임안젤 기자는 SNU 팩트체크 인턴입니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국민을 기만해 동성혼을 허용하려는 법이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주장일
    2021.06.21
  • 출처
  • 근거자료
    제주대학교 법과정책연구원, '법제도에서 다양한 가족의 수용을 위한 개선'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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