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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이다"며 "더 이상의 택배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이다"며 "더 이상의 택배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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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2일, 47세 택배노동자 배송 중 빌라계단에서 쓰러져 사망
2020년 5월 28일, 40대 노동자 쿠팡 물류센터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
2020년 6월 1일, 39세 노동자 쿠팡천안물류센터 조리실에서 심정지로 사망
2020년 10월 12일, 27세 노동자 야간근무 마친 뒤 새벽에 집에서 사망
2021년 1월 11일, 50대 노동자 쿠팡물류센터 동탄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


2020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 현황이다. 그리고 지난 6일,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숫자가 한 명 더 늘었다. 채 1년도 안 돼 '쿠팡'이라는 이름 아래 총 여섯 명이 사망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경남 창원에 가족을 두고 지난해(2020년)초 홀로 서울로 올라와 '쿠친(쿠팡 배송직원)'이 된 이아무개(48)씨는 지난 6일 정오께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일동안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의 아내가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이 이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라는 제목으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오전 부검결과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면서 이씨는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다. 이러한 사인은 과로사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이씨는 과로사가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정확한 부검결과는 3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사망한 이씨는 평소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무급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매일 10시간씩 주 5일 근무를 했다. 이씨는 비정규직 계약직 신분으로 일했고, 한 달 임금으로 280만 원대 급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간노동에 대해 임금 50%가 할증돼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은 셈이다.

"고인, 밤 9시부터-아침 7시까지 주5일 근무"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과로사 유발하는 로켓배송, 새벽배송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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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쿠팡은 8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고인의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력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예단이나 일방적인 주장이 보도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쿠팡은 "지난 12주간 고인의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이었으며, 근무기간은 약 40시간이었다"면서 "이는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가 권고한 주당 60시간 근무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스물일곱 청년 장덕준씨가 사망했을 당시에도 "죽기 전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3시간"이라며, 장씨의 사망에 대해 업무에 인과성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책위와 유족이 강하게 반발했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판정이 나온 뒤인 2월 10일 공식입장을 내고 "(공단의) 결정을 존중하며 애도와 사과의 말을 전한다"라고 뒤늦은 사과를 했다. 2월 22일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운송 및 물류창고 담당) 대표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고인(장덕준씨)과 유족분들께 깊은 사죄 말씀드린다. 깊은 위로의 말도 전한다. 상황이 정말로 끔찍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중대재해다발사업장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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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쿠팡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 대책위는 강경한 목소리로 쿠팡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심야노동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 대해 과로사 재발방지대책을 쿠팡에 여러차례 강력히 요구해왔다. 그러나 쿠팡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심지어 장덕준씨가 사망했을 때는 과로사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이아무개 노동자의 과로사는 쿠팡에 의한 간접 타살이다."

지난 2월 국회 청문회에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총 239건의 산업재해 신청이 있었다. 그러나 쿠팡은 68건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산업재해 불인정의견 비율이 28%를 넘긴 것인데, 전체 사업장 평균 8.5%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2016~2020년 5개 택배물류업체 산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에선 782건의 산재 신청 중 758건이 승인됐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도 239건의 산재 신청 중 224건이 승인됐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에서는 각각 26건, 4건의 산재 신청이 발생해 이중 24건과 4건이 산재로 승인됐다.

쿠팡 규탄 기자회견 말미 마이크를 잡은 김태완 대책위 공동대표는 "'새벽배송', '심야배송', '로켓배송', '총알배송' 등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노동환경의 실체를 낱낱이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 "▲쿠팡에 대한 중대재해다발사업장 지정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쿠팡 대표이사에 대한 사법절차 돌입 ▲시민사회·정부·국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쿠팡의 공식적인 사과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 재발방지대책 마련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는 당초 고인이 된 이씨의 부인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인의 부검 후 진행된 입관 등 장례절차로 인해 부득이하게 참석이 제한됐다. 고인의 빈소는 경남 창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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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쿠팡, #과로사, #택배, #쿠친, #심야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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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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