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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5일 정희준 부산관광공사 사장이 가덕신공항 건설을 찬성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실었습니다. 이에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위원장이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김 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춘-박인영-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2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후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춘-박인영-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2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후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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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 '가덕신공항 비난하는 정의당, 왜 이건 모릅니까'에서 글쓴이 정희준씨(부산관광공사 사장)는 가덕도특별법 논란의 본질이 '서울독점'과 '지방차별'이라고 했다. 정의당의 신공항 반대가 지방차별을 외면하는 '서울사람들' 시선이라는 것이다. 가덕신공항은 20년 부산시민의 숙원이었는데, 그 간절함을 외면한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같은 부산시민으로서 지역 발전을 향한 그의 절박감에 깊이 공감한다. 동시에 안타깝다. 차별에 대한 분노와 하소연 대신 '왜 가덕신공항이 부산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분노가 앞선 나머지 그의 글은 앞뒤가 맞지 않고, 사실관계조차 왜곡한다. 발전적인 토론을 위해서 팩트체크부터 하자.

김해공항이 서럽다 
 
김해공항 전경. 김해 신어산 정상에서 바라본 공항 모습으로, 멀리 낙동강 하구언도 보인다.(2017년 10월 촬영)
 김해공항 전경. 김해 신어산 정상에서 바라본 공항 모습으로, 멀리 낙동강 하구언도 보인다.(2017년 10월 촬영)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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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씨는 김해공항의 문제점을 길게 나열한다. 을숙도 철새도래지가 바로 밑에 있다, 김해주민 수만 명이 소음에 시달린다, 주변 산들 때문에 위험천만하다, 밤에는 이착륙이 금지된다, '간이공항' 수준의 청사는 도떼기시장이다 등등. 이것이 사실이면 김해공항은 진즉에 없어졌어야 할 '공항 아닌 공항'이다. 논리대로면 김해는 마땅히 문을 닫고 국제선뿐 아니라 국내선까지 가덕으로 옮겨야 한다.

① 가덕에는 국제선만 간다. 국내선은 김해에 남는다. 그 위험하고 시끄럽고 철새가 가까이 살고 밤에 이용도 못하는 공항을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가덕신공항은 김해공항의 문제점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다.

② (가덕신공항 건설비용) 28조 원은 '국토교통부의 마지막 저항'이라 한다. 가덕에는 활주로 1본만 짓는데 무슨 28조 원이냐는 거다. 활주로 1본으로는 방금 본인이 말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까맣게 잊었다. 지반 침하로 활주로가 꺼지거나 하면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활주로 1본이면 그 기간 동안에는 공항을 올스톱해야 하기도 한다.

③ 가덕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 2등급인 삵, 솔개, 수달, 매 등이 있다. 동백나무군락지, 사스레피군락지를 비롯한 산림유전자원보호지역이다. 대항은 숭어잡이로 유명하고 대구산란지다. 기암절벽 바위에는 다양한 새들이 살고, 최접근지역은 천연기념물 179호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이고 습지보호구역이다. 외해 쪽으로 활주로를 내려면 가덕에 있는 봉우리들뿐 아니라 주변 섬까지 모조리 깎아서 바다로 밀어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걸까? 그가 걱정하는 철새는 여전히 위험하고 덧붙여 수많은 식생들이 느닷없는 재난을 맞게 된다.

④ 그가 '도떼기시장'이라 한 김해국제공항은 지금 파리를 날리고 있다. 여객도 물류도 바닥이다. 신공항론자들은 코로나와 기후위기를 마치 예외 상황인 양 취급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수요 예측은 모두 2019년에 머물러 있다. 영국 히드로공항이나 프랑스 샤를 드 골 공항 등 세계적인 공항들이 기후위기를 근거로 새로운 공사를 전면 중단한 소식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그 외에도 그가 김해공항에 갖다 붙인 기준을 가덕에 대면 훨씬 심각한 문제들이 줄줄이 나온다. 2016년 76억 원을 들여 벌인 타당성 평가, 예타 조사,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가덕이 김해 발끝에도 못 미치고 밀양보다 못한 꼴찌였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각종 조사에서 일등을 하고도 졸지에 천덕꾸러기가 됐으니 김해공항이 애처롭고 서럽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나쁜 법? 
 
동남권 신공항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내용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의 투표 결과가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동남권 신공항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내용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의 투표 결과가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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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씨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지역차별을 조장, 강화, 영속화하는 대표적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의 국가자원 독점을 가능케 하는 자원독점법으로서 '아주 나쁜 법'이라 한다. 그런 나쁜 법이면 면제를 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법 자체를 없애자고 하는 것이 옳다. 악법을 그대로 둔 채 그걸 면제하겠다고 하니까 권력이 작용하고 온갖 이해관계자들이 들러붙어 특혜와 부정 시비가 생기는 것 아닌가.

사실관계를 따지자면, 지금의 예타는 지방에 크게 불리하지 않다. 2019년에 예타 22건 중 19건이 통과됐다. 비수도권의 경제성 평가비중을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평가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이 부산시민의 20년 숙원이고 당연히 건설돼야 할 사업이라면 예타를 피할 특별법 따위는 처음부터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다.

가덕신공항특별법은 예타만 면제한 것이 아니다. 사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자는 것도 포함됐다.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예 가덕으로 못박아놓고 활주로가 1본으로 적정한지 등을 따지지도 않고 법부터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동네 도로 건설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형식적인 절차는 밟았을지언정 실질적인 절차는 모두 유보 상태나 마찬가지다.
  
가덕공항은 곧 부산 발전?

정희준씨는 왜 가덕공항만이 부산 발전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말할까? 그의 '서울발전론'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GTX처럼 편하고 좋고 비싼 대규모 시설을 몽땅 서울에 집중하니 땅값, 아파트값이 자동으로 오르고 더 부자가 되고 서울 '일극주의'가 돼 '지속가능한 차별'이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그런 서울이 부산에 신공항 하나 짓는 것에 시비를 건다는 논리다.

이 논리는 너무나 단순명쾌하여 많은 걸 건너뛴다. 신공항처럼 편하고 좋고 비싼 대규모 시설을 부산에 지으면 절로 발전할 것만 같다. 여기서 우리는 묻고 싶다. 20년 부산시민 숙원이 '균형발전'인가 '가덕신공항'인가?

수도권 인구집중과 불균형발전, 청년유출은 수많은 문제들이 중첩한 결과다. 경제적 자원의 불균등 배분, 보육정책과 교육정책의 실패, 문화자원의 수도권 집중, 잘못된 부동산 정책 등 굵직한 정책 실패들이 겹쳐서 일어났고 오랫동안 구조화된 것이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한 건의 대규모 토목건설'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신의 한수'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사기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각 지방마다 20조 원짜리 토목공사를 하나씩 벌이면 된다. 10년 뒤 우리 국토는 균형적으로 발전할 것이고, 지방소멸이든 청년유출이든 걱정할 것이 없을 것 아닌가. 그런 마법 같은 일은 없다.

한때 400만을 내다보던 부산 인구는 작년 9월에 340만 선이 무너졌다. 젊은 인구가 해마다 1만5000명씩 빠져나가는데, 이전과 달리 경남으로도 가지 않고 수도권으로 향한다. 그나마 유입되던 대학신입생조차 학령인구 감소로 줄어들고 있다. 광역대도시 가운데 최고령 사회다.

결국 문제는 일자리다. 거기에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2050 탄소제로라는 목표가 얹힌 형국이다. 부산은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해야만 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그 길은 한 방이 아니라, 길고 고달픈 길일 것이다.
  
부산 비전에 신공항이 우선일 수 없다 
 
부산지역 진보정당, 환경단체로 이루어진 신공항반대부산행동이 지난 2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기후위기 역행" 부산지역 진보정당, 환경단체로 이루어진 신공항반대부산행동이 지난 2월 17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사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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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전제가 있다. 탄소배출 제로는 부산시민으로서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아가 인류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절대 기준이다.

코로나에도 공항 이용률이 바닥을 기는데, 그보다 더한 재난이 밀려올 것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새 공항을 짓는 것이 어찌 대안이겠는가. 더구나 부산에 특별법까지 만들어 공항을 지으면 연이어 제주제2, 대구, 울릉도, 새만금, 흑산도 등의 공항은 막을 도리가 없다. 없는 숲도 만들어야 할 판에, 있는 숲을 없애고 바다를 메우는 공사가 가당키나 한가. 그 모두가 탄소를 포집하는 소중한 우군임을 깨달아야 한다.

요즘 토목건설은 일자리 창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20조 원짜리 4대강 사업을 벌였지만, 건설부문 일자리는 오히려 186만 개에서 180만 개로 6만 개가 줄었다.

대안은 녹색전환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부산은 바다와 산과 강이 어울린 천혜의 고장이다. 그런데 산복도로에 올라 북항을 내려다보라. 수많은 아파트들이 조망권을 독점하고, 지금도 '북항 개발의 꿈'들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오륙도, 이기대 쪽은 그 높은 산을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해운대는 엘시티, 마린시티 들로 꽉 들어차 있다. 대체 누가 허락한 것인가. 이렇게 관광산업을 망친 자들이 지금 신공항 건설을 주창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이라도 부산을 부산답게 하는 데서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것을 탄식하기보다 어르신들이 높고 위험하고 불편한 산복도로에서 내려와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부산을 꿈꿔보자는 것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토박이 어르신들은 불편한 데 가둬놓고 무슨 아파트단지를 그렇게 조성하고, 텅 빈 산업단지를 그렇게나 만드는가. 각 구군마다 취약점을 찾아 보완하여 실제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학 등에서 연로한 청소노동자들이 쫓겨나고 구청 관할 복지관 직원들이 줄 해고를 당하고 있다. 이들 필수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가 시청 본연의 임무다. 지하철 구석구석, 버스 광고판까지 덕지덕지 가덕신공항 광고를 아로새긴 그 비용이면 진즉에 직접고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신공항을 그렇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시민 대다수가 '나도 해외여행 한번 가보자'고 나설 만큼 살게 하라.

우리 제안이 아직 여물지 않았고, 그런 만큼 비판과 대안에 열려 있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경상남도가 주창하는 초광역도시(메가시티) 구상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가덕신공항을 그 구상의 화룡점정처럼 앞세우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거점도시들을 연결하고 행여 생길 수 있는 소외지역을 방지할 방안에 대해 더 연구하고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모든 부산 문제를 '가덕신공항'이라는 부적 한 장으로 해결하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산업, 교육, 교통, 노동, 복지 등에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풀 건지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바란다.

태그:#가덕신공항, #정의당, #가덕도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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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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