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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에서 상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살피재라 부른다. '살피'의 어원은 토지의 경계선이나 어떤 물건이 접하는 부분을 나타내는데 책갈피라는 용례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이 고갯길의 서쪽에 있는 자그마한 산이 국사봉(상도근린공원)이며 사자암에서 바라보는 상도동 풍광이 볼 만하다. 오히려 정상부는 나무에 가려 탁 트인 조망이 어렵다. 이번 화는 국사봉(사자암)에서 신대방동 보라매공원까지의 산책기다. 국사봉은 높이가 겨우 180m에 불과한 동네 뒷산이므로 부담스럽지 않다.
 
높이가 겨우 180m에 불과하여 산책하기 좋은 코스.
▲ 상도역에서 출발하는 국사봉과 보라매공원 산책로. 높이가 겨우 180m에 불과하여 산책하기 좋은 코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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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선 상도역 1번 출구로 나와 200미터 정도 직진하여 횡단보도 앞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면 상도근린공원 초입이다. 조금만 올라가면 조망데크가 2군데 나오며 여기서 용산과 상도동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풍광은 아니더라도 답답한 아파트 숲을 벗어나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산마루에 오르면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둥그런 회색 건물이 있는데 이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봉현 배수지다. 이길로 내려가면 현충원 상도통문으로 갈 수 있다. 필자의 또 다른 산책기 '강남의 숨통, 현충원의 사계를 담았습니다'에서 소개했던 현충원 둘레길이다.

여기서 우측으로 계속 진행하면 국사봉중학교에 다다르며 이길로 잠깐 내려와서 '양녕대군 이제 묘역(지덕사)'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방문이 일시 중단된 상태이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을 봐서 일정을 잡으면 될 것이다. 
 
태종의 장남이자 세종대왕의 큰형인 양녕대군의 묘.
▲ 지덕사(양녕대군 이제 묘역) 태종의 장남이자 세종대왕의 큰형인 양녕대군의 묘.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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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녕대군은 태종 이방원의 맏아들이었으나 미움을 받아 세자 자리에서 쫓겨난다. 그 뒤를 이은 것이 3남인 세종대왕이다. 대저 권력에서 밀려나면 육신을 보전하기가 쉽지 않는데 양녕대군은 세종의 배려로 천수를 누렸다.

그리고 세조 때는 왕실의 어른이라는 입장에서 조카인 안평대군을 죽이는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불행한 현대사의 대통령 이승만이 양녕대군의 16대손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영등포와 여의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사자암의 조망지점.
▲ 사자암의 탁 트인 풍경. 영등포와 여의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사자암의 조망지점.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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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덕사를 우측에 끼고 행복유치원에서 다시 국사봉을 향해 오르면 동네 주민들의 체력단련 운동기구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정상부는 수목이 우거져서 시야를 가리지만 관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모습은 나름 볼 만하다. 그러나 사자암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더욱 훌륭하므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암자 뒷편에서 서면 상도동을 넘어 여의도 방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풍경소리가 들린다.
▲ 사자암의 풍경과 대웅전. 바람이 불 때마다 은은한 풍경소리가 들린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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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6년 무학대사가 창건한 사자암에는 이성계가 자주 찾아와서 국사를 의논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의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관악산의 호랑이 기운이 너무 드세서 이를 억누르기 위하여 사자암을 세웠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지금의 시흥 방면으로는 호압(虎壓)사를 지어서 범과 사자가 서로를 견제하게끔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국사봉(삼성산) 사자암의 전각들
▲ 삼성산 사자암 국사봉(삼성산) 사자암의 전각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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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압사 바로 뒷산이 호암산 정상인데 여기에 올라보면 산맥의 결을 확인할 수 있다. 쭉쭉 뻗어나온 바위들이 전부 북서쪽을 향해 있다. 다음편에서 호압사를 거쳐 불영암을 돌아오는 코스를 소개할 때 그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대방동 주민의 쉼터 보라매공원. 범종 소리를 뒤로하고 당곡중고 방면으로 내려와 한동안 걷다 보면 보라매공원이 나온다. 현충원에서 국사봉을 거쳐 동작구의 녹치축을 연결하는 공원으로서 1985년까지는 공군사관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 보라매공원 중앙바닥분수. 아이들이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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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는 민방위 훈련장으로서의 기억이 뚜렷하지만 중년세대라면 남한산성 민요가 생각날 것이다. "남한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모두 참매를 뜻하는 말인데 사람손에 길들여지면 수진이, 날진이는 송골매(참매)를 뜻하고 보라매는 아직 성체가 되지 않아서 체색이 보랏빛을 띠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참고로 가장 빠르게 보라매공원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7호선 보라매역에서 나오지말고) 2호선 신대방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뒤돌아서서 우측 골목길로 진행하는 길이다. 전철 교각(도림천)을 따라 제법 운치있는 길을 5분 정도 걸으면 음악분수에 도달한다. 이 도림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워킹을 즐기는 이들이 합류한다.

잔디광장을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걸으며 춤추는 물분수가 반겨주며 인라인 스케이트장, 생태연못 등으로 꾸며져 있다. 상당히 규모가 커서 기분전환하기에 훌륭한 편이다. 여름철의 옥만호에서는 연꽃이 뭉실뭉실 피어난다. 정자 옆의 늘어진 나무 그늘에 앉아서 노니는 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보라매공원 내부의 옥만호와 음악분수 사이의 쉼터.
▲ 정자 아래의 시원난 나무그늘. 보라매공원 내부의 옥만호와 음악분수 사이의 쉼터.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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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연잎이 한가득, 한 여름에는 연꽃이 화사하게 핀다.
▲ 보라매공원 옥만호의 연밭. 봄에는 연잎이 한가득, 한 여름에는 연꽃이 화사하게 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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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파크에는 공군 훈련기 몇 대와 헬리콥터, 수송기 등이 전시되어 있으니 어린이들 체험으로도 좋다. 대형 수송기 안으로 들여다보는 비행기 내부가 색다르다. 

음악분수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보라매법당이 나온다. 공사 시절의 군법당으로서 작은 암자라고 보면 된다. 그 뒤로 기상청과 상수도사업소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나 기상청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달 체험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자세한 내용은 '어린이 기상교실'을 참고하시라.(https://www.kma.go.kr/kma/exp/guide.jsp)

태그:#서울 여행, #보라매 공원, #국사봉, #사자암, #DAAN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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