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울산 현대 모비스의 경기. 현대 유재학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유재학 감독 ⓒ 연합뉴스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두 감독이 만났다. 3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농구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5라운드 대결은 올시즌 최고의 빅매치로 꼽히고 있다.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KCC는 28승 13패로 선두를 질주 중이고,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모비스가 4연승 행진을 달리며 2위(26승15패)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양팀의 격차는 단 2게임에 불과하다.

두 팀은 올시즌 정규리그는 물론 챔피언결정전에서 패권을 다툴 가능성이 유력한 라이벌로 꼽힌다. 두 팀은 올시즌 4라운드까지 2승2패로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유재학과 전창진, 두 감독의 라이벌 구도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둘은 63년생 동갑내기이자 상명초-용산중 동기동창이다. 나란히 부상으로 현역 시절을 일찍 마감했지만 지도자로서 더 대성한 케이스라는 점, 장수 감독으로서의 성공적인 커리어, 엄격한 지도스타일 등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두 감독은 현재 한국 프로농구 최고령-최장수-최다승 등 지도자 부문의 각종 타이틀을 양분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들이기도 하다.

유재학 감독은 1997년 대우 제우스(현 인천 전자랜드)에서 당시 최연소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2004년부터 지금까지 울산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2002년 TG 삼보(현 원주 DB)의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에 올랐고, 부산 KT와 안양 KGC 인삼공사를 거쳐 2019년부터 전주 KCC의 감독에 올랐다.

지도자 데뷔는 유재학 감독이 빨랐지만 우승은 전창진 감독이 먼저했다. 전 감독은 정식 감독 데뷔 첫해 2002-03시즌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끈데 이어 04-05시즌과 07-08시즌까지 원주에서만 3회나 정상에 오르며 단숨에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장 반열에 올랐다.

유재학 감독은 2006-07시즌 모비스에 첫 통합우승을 거머쥐며 감독 데뷔 10년만에 한을 풀었다. 이후 KBL 최초의 3연패(2012-14) 등 총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쥐며 KBL 최다우승 감독의 영광을 차지했다.
 
 10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CC와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KCC 전창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 ⓒ KBL

 
KBL 역사를 대표하는 두 감독이지만 의외로 전성기는 달랐다는 것도 특이한 부분이다. 전창진 감독이 원주에서 한창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유재학 감독이 이끌던 팀들이 아직 우승권과 거리가 있었고, 유 감독이 모비스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무렵에는 전창진 감독이 하위권의 KT를 맡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애를 먹던 시기였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경쟁했는데도 의외로 플레이오프에서 두 감독이 마주친 것은 플레이오프 초창기인 2003~04시즌 딱 한 번뿐이다. 당시 전 감독이 TG는 리그 1위팀이었고, 유 감독이 4위 전자랜드를 4강플레이오프에서 만나 3전 전승으로 완승한 바 있다.

유재학-전창진 감독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는 2009-2010시즌이다.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전창진 감독은 KT를 맡아 두 팀이 나란히 40승 14패로 동률을 이뤘으나 정규리그 맞대결 공방률에서 모비스가 근소하게 앞서며 정규리그 우승을 가져간 바 있다. 두 감독의 창단 첫 챔프전 맞대결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았으나 정작 KT가 그해 4강에서 KCC에게 덜미를 잡히며 재회는 성사되지 않았고, 유재학 감독의 모비스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두 감독의 격차가 다소 벌어졌다.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의 황금기를 이끌 것을 비롯하여 국가대표팀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견인하며 독보적인 국내 최고의 감독으로 올라섰다.

반면 전창진 감독은 KT에서 우승에 실패하고 결별한 이후 KGC 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승부조작 의혹에 휩쓸리며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한때 농구계에서 제명당하는 우여곡절까지 겪는 등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전 감독이 2019년 KCC의 지휘봉을 잡아 본격적으로 복귀하면서 두 감독의 라이벌전도 재개됐다. KCC와 현대모비스는 지난해도 이대성-라건아-김국찬 등 핵심선수들을 주고받는 4대 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두 팀은 올시즌 개막전만해도 서울 SK나 안양 KGC 등에 밀려 우승후보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유재학-전창진 두 감독의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지도력도 여전하다. 모비스는 양동근의 은퇴와 이대성-이종현의 이적 등으로 인하여 선수구성이 크게 변화하며 올시즌은 리빌딩의 시즌으로 꼽혔음에도 외국인 선수 숀 롱의 활약과 장재석-최진수-김민구 등 이적생들의 활약을 앞세워 단숨에 강팀의 면모를 회복했다. 전창진 감독도 지난 시즌 대형 트레이드 실패의 아픔을 극복하고 송교창-타일러 데이비스의 각성과 라건아-이정현의 부활을 앞세워 원주 동부 시절 이후 무려 13년만의 우승 꿈에 도전하고 있다.

유재학-전창진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 것은 무려 11년만이다. 한때 프로농구 40대 젊은 지도자 열풍을 선두주자였던 두 감독은 이제 어느덧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최고령 감독이 됐다. 두 감독의 정규리그 역대 통산 선적은 48승 41패로 유재학 감독이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3일 맞대결은 두 팀의 올시즌 정규리그 패권을 좌우할 분수령이자 미리보는 챔프전으로 불릴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랜 라이벌이자 동반자로서 두 감독이 보여줄 선의의 경쟁을 올시즌에는 챔프전에서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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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전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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