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언론 징벌적 손배 반대

"징벌적 손해배상제, 힘있는 사람의 무기가 될 것"

[창간21주년 기획 논쟁 /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 반대]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21.02.26 12:26최종 업데이트 21.02.2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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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금 하는 걸 보면 '닥쳐' 하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 임기 말이고, 권력이 떨어지고, 뭔가 '닥쳐'하고 싶은 상황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TPO'(시간·장소·경우)가 맞지 않는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하는 걸 보면 '닥쳐' 하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초선, 경남 창원 마산합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사에 적용하는 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언론사의 '위축 효과'를 걱정하며 "진실이 진실을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2~3월"이라는 시한을 제시하며 의욕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추진하고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발의된 법안이 기존 미디어도 포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배상금을 피해액의 3배까지 물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형법 개정안 등 6개 쟁점의 3개 법률 개정안이 '언론개혁입법' 패키지로 묶였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모처럼 우리(국민의힘)가 언론노조와 같은 입장이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기자협회는 물론,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노조위원장도 지냈다. 최 의원 역시 의도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사회적으로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국가권력·정치권력이 나서서 이를 규제하려는 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 및 신뢰도가 다소 떨어진 집권 후반기에, 여권이 이 제도를 밀어붙이려는 건 "'TPO'(시간·장소·경우)가 맞지 않는다"라고도 따져 물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힘 있는 사람들의 무기가 될 것"
 
-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배상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경우,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미국 영화를 보면 주로 정의를 보도하는 사람이 협박 받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너희 회사를 완전히 문 닫게 하고, 사주를 거지로 만들어 주겠다'라는 협박이다. 그게 바로 '징벌적 배상'이란 어마무시한 장치 때문에 그렇다. 손해배상 제도 자체가 언론사 그리고 기자에게는 큰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과도한 조치가 없어도 충분히 견제가 된다. 특히 불의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거악을 감추기 위해 언론사를 협박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나?"
 
-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가짜뉴스'가 지나치게 빨리,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누군가를 괴롭히는 보도도 많다. 신뢰할 수 없는 뉴스 혹은 누군가가 믿고 싶은 뉴스가 어떤 목적에 따라서 특정한 저의를 갖고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하는 건 정부와 여당이, 특히 180석에 가까운 거대한 의석을 가진 여당이 이처럼 일사분란하게 언론에 대해 강제적인 여러 법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의구심이 크다. 대체 왜 이러는 건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쓰던 '가짜뉴스'라는 말을 정부 당국자들이 입에 달고 산다. 여당 대표도 존경하는 언론계 선배인데, 민주당이 정말 언론의 가치와 표현의 자유를 안다면 트럼프가 쓰던 이런 무지막지한 표현은 굉장히 주의해야 한다. 대체 무엇이 가짜뉴스인가? 100% 가짜뉴스도 있지만, 10% 가짜뉴스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90%는 진짜인 뉴스라는 것이다. 그 뉴스의 고의성이나 악의적인 정도에 관계없이 전체를 싸잡아서 가짜뉴스라고 할 때엔, 대개 정부‧여당에 불리한 뉴스다.

예컨대 5.18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투입설은 명백한 음모론이다. 하지만 세월호 고의 침몰설이나 천안함 폭침은 어떤가? 민주당은 전자는 가짜뉴스라고 하면서 후자는 규제하지 않으려 한다. 트럼프도 그랬다."
 
- 권력을 쥔 여당이 가짜뉴스를 규정하는 게 문제라는 것인가?

"거대 여당이 언론에게 거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히려는 것이다. 언론사는 실수로 보도한 것 이상의, 3배 이상의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보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도는 의심 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거기에서부터 탐사가 시작되는데, 그 자체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나?

왜 힘 있는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정정보도의 크기부터 이를 강제하는 행정조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추진하는가. 1면에 난 가짜뉴스는 1면 전체로 정정보도를 하게 해야 한다든가 하는 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 실제 뉴스에 어느 부분이 얼마나 가짜이고 진짜인지, 이런 것에 관계 없이 말이다.
 
충분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이미 구제책이 입법돼 있고,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중재를 통해 당사자 간에 조율할 수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건 언론에 치명적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언론보고 일하지 말라는 것이다."
 
- 민주당은 해외에서는 피해액의 수십‧수백배를 손해배상하게 하는 데 비해 3배 배상은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사례들을 보면 1억 원짜리 소송도 있다. 지금 언론사 중에 흑자 보는 회사는 하나도 없지 않나? 경영상 수지 맞는 언론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몇천만 원도 크다. 내가 기자할 때, 한 10년 전에만 봐도 한 5000만 원짜리 손해배상만 들어와도 신문사가 진짜 긴장한다. 최선을 다해 보도하고, 반론을 제공하려고 충분히 노력했고, 고의가 아니었고,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등 형사적으로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사적으로는 또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생각보다 언론사가 당하는 소송이 굉장히 많다. 개별 한 건이 문제가 아니다. 웬만큼 위험한 보도를 할 수가 없어진다. 이 제도는 가짜뉴스에 취약한 약자들, 예컨대 법 울타리 밖에 있는 작은 노동조합이나 피해시민이 부당한 보도를 당할 때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언론사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힘 있는 사람들이다. 입법권력이든 행정권력이든 재력이든 권력을 쥔 이들이 큰 로펌을 쓰거나 해서 '당신들을 발가벗겨 놓겠다'라며 의혹보도를 굉장히 위축시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그 사건은 취재를 못하는 거다."
 
"언론사, 불충분하게나마 이미 시스템 갖추고 있다"
  

"이미 많은 언론사들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불충분하게나마 데스킹과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친다. 이 많은 규제들은 제법 구조화된, 훈련된 언론사를 상대로 압박하는 거다. 음모론을 검증해야 할 언론사에 오히려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 남소연

 
- 민주당은 공익적 목적 있거나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으면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실수로 인한 오보이거나 진실로 믿을 상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그런데도 실질적으로는 처벌이 남용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처벌이 남용될 수 있고, 거악이라든가 큰 대기업 등이 속한 권력형 문제에 대해서 한 언론사 기자나 데스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협박이 되는 것이다. 연쇄적으로 소송이 들어오거나 피해액 규모가 크면 추가취재를 할 수가 없다. 보도가 안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여당은 정부 비판이나 백신 관련한 야당의 대정부질문 자체도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느냐. 야당 의원들은 면책특권이라도 있지만, 여당의 힘있는 사람들이 가짜뉴스라고 규정한 걸 취재할 수 있겠나. 나중에 의도치 않은 위축효과를 반드시 불러낼 것이다."
 
- 민주당은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외부 기구에서 가짜뉴스를 판단하고 제제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중립적이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언중위와 방심위의 구성이 매우 중요한데 매번 그게 쟁점이지 않은가. 논란이 있는데도 굳이 어떤 진영의 사람을 쓰려고 하잖느냐. 그런데 엄정한 중립이 보장되겠는가. 구성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는 아시아 최상위권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국민들의 언론 신뢰도는 바닥이다. 언론이 높은 자유도에도 불구하고 자정능력이 없으니,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규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도 그렇고, 이미 많은 언론사들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불충분하게나마 데스킹과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포털을 통해서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없는 1인 미디어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포털이 없어서 쉽게 노출이 안 되던 것들이, 포털이 생긴 이후로는 검색을 통해 노출되며 피해가 더 커진다. 음모론, 예컨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투입설 같은 걸 큰 언론사에서 보도한 적 있나? 없다. 게이트키핑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연회나 이런 데서 나온 게 1인 미디어 등을 통해 수시로 출몰하는 거다.
 
정작 이 많은 규제들은 제법 구조화된, 훈련된 언론사를 상대로 압박하는 거다. 음모론을 검증해야 할 언론사에 오히려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민주당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법이 생긴 이후로 언론사가 서민이나 힘없는 소비자의 피해를 고발하려 할 때,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들이 '회사 한 번 거덜나 볼래? 감당할 수 있겠어?'라고 하면 누가 취재하겠나."
 
- 포털의 문제를 지적한 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서가 아니라 언론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인가?

"아무리 작은 매체라도 포털을 통해 증폭되고 실시간 검색어로 확대되는 게 있다. 책임 있는 언론은 하지 않지만, 이른바 '어뷰징'을 통해서 일부 언론이 검색어 장사를 하고, 이 과정에서 지금 정부‧여당이 걱정하는 가짜뉴스도 더 증폭된다. 가짜뉴스뿐만 아니라 인종, 성 등을 두고 차별하는 혐오표현도 어뷰징 장사 때문에 자극적 제목으로 확대된다. 자극적 제목, 지나친 비약, 이런 무책임한 언론환경을 고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이제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하니까 당장 그런 뉴스가 많이 사라질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지금의 국내 포털 환경을 바꿔야 한다. 이른바 인링크 시스템(검색를 기사도 포털 자체 페이지로 연결)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시점이다.

모든 뉴스 풀을 만들고 거기서 뉴스가 치열한 어뷰징 경쟁으로 페이지뷰를 올리고, 그 수익은 언론사에도 일부 돌아가지만 대부분 네이버에 떨어지는 포털 구조를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구글 같은 경우에는 아웃링크(검색된 기사를 언론사 페이지로 연결)를 하는데도 프랑스에서 뉴스 이용료를 낸다. 지금은 몽땅 포털이 차지하는 방식이고, 그 과정에서 댓글 시비가 일어나고, 뉴스를 진영 가르기 구조 속으로 몰아넣었다."
 
"진실이 진실을 이기게 해야 한다"
  

"특정한 유형의 미디어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만인 대 만인이, 진실이 진실을 이기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사상의 자유시장에서는 진리가 항상 이긴다." ⓒ 남소연


-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의 확산은 시대적 흐름이다. 거기에서 나오는 가짜뉴스도 꽤 있지 않나? 유통하는 포털만이 아니라 그걸 생산하는 당사자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실제로 규제당하고 있지 않나? 예컨대 음모론을 퍼트리는 유튜버는 광고매출을 올릴 수 없다. 노란딱지가 붙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오르는 순간 주시 받고, 실제로 구글에서 규제를 한다. 미성년자에게 적합한 내용인지 등을 확인해서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셧다운' 하지 않는가?
 
결국 진실이 진실을 이기게 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저널리스트이고 미디어다. 그런 사람들이 제도화된 언론보다 못하다는 것도 없다. 오히려 더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결국 특정한 유형의 미디어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만인 대 만인이, 진실이 진실을 이기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국가나 정부는 논란이 되면 반박할 수 있는 수단을 충분히 갖고 있다. 대변인 논평도 할 수 있고, 심지어 공익광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임기 말의 정부가,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진실을 알릴 수 있고 악의적 뉴스를 번복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 왜 이런 법을 만들어서 강요하려고 하느냐. 뭔가 '닥쳐'라고 하고 싶은 상황인 거다. 여론은 나빠지는데 180석에 가까운 거대 입법 권력은 밀어붙이기가 굉장히 좋지 않은가."
 
- 국가권력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자율규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지금만큼 언론이 힘이 없을 때조차도 토마스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라고 했다. 규제를 통해 강제할 수 없다는 게 자유 민주주의 사상의 근간이다. <자유론>의 존 밀턴이 1644년에 쓴 <아레오파지티카>를 보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는 진리가 항상 이긴다고 했다. 금서목록을 정하는 건 진리의 본질적 속성에 반한다는 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가 닉슨 행정부랑 맞설 때, 정부는 해당 보도가 국익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것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아닌 이상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례를 만들어냈다.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우리보다 더 심각하게 뉴스로 인한 폐해를 겪었던 나라들에서 쌓여온 거 아닌가. 우리 형법 중에는 선진국에서는 처벌하지 않는 것도 많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든가, 모욕죄도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허위라고 해도 악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 수위가 낮다. '징벌적'이란 말 자체가 형벌이란 이야기지 않느냐? 형사처벌만큼 고통스럽게 민사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니, 그 자체가 탄압이다."
 
-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 왜 그럴까?

"언론 전체가 짊어진 짐 같다. 언론 스스로 짊어져야 할 영원한 짐이다. 좋은 뉴스, 진짜 뉴스, 진짜 좋은 뉴스로 사회를 밝게 만들며 사람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아무리 욕해도 사람들은 결국 뉴스를 본다.

여전히 '신문에 났더라' '방송에 났더라'가 그냥 '카더라'보다 훨씬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다. 누군가 피해를 당했을 때는 당연히 구제돼야 한다는 사람들의 당위의식이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에는 맹점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이 제도가 힘없는 사람들의 구제보다 힘 있는 사람들이 언론에 '닥쳐라'라고 강압적 환경을 만드는 데 악용될 것이 걱정된다고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