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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LG 트윈타워(왼쪽 사진)와 종로구 서린동 SK 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SK빌딩(오른쪽 사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LG 트윈타워(왼쪽 사진)와 종로구 서린동 SK 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SK빌딩(오른쪽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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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김영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 넘게 벌여온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리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신청한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LG 측 주장을 인정하는 최종 심결(determination)을 내렸다.

ITC는 이날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을 적용, 영업비밀을 침해한 배터리와 부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이미 수입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ITC는 그러면서 SK가 미국에서 배터리를 공급할 포드,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SK의 포드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소재 수입은 4년간, 폭스바겐 전기차용 수입은 2년간 허용된다. 이미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됐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부품에 대해 전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리면서도 포드, 폭스바겐의 자동차 생산에는 차질이 없도록 한시적으로 SK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포드는 이번 ITC의 결정이 2022년 중반에 전기차 F-150을 출시하려는 자사의 계획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생산 차질 우려...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변수

앞서 LG 측은 전기차용 배터리로 활용되는 2차전지 기술과 관련,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19년 4월 ITC에 조사를 신청했다.

ITC는 지난해 2월 예비 심결에서 SK 측에 대해 LG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 최종 결정은 그 연장선에 있다.

일각에서는 ITC가 SK이노베이션 패소 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을 반영하는 절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으나, ITC는 예비 결정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ITC 절차는 한국의 행정심판과 유사하며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거친다. 대통령은 60일의 검토 기간을 가지며 정책적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생산 차질을 우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일단 양사가 벌이는 '배터리 전쟁'의 본사건 격인 ITC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리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포드와 폭스바겐 물량에 대해 일정기간 수입금지가 유예됐지만, SK이노베이션이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1·2 공장이 완공 및 가동되는 시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일시적인 허용 조처가 큰 실효성은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양사가 서로를 특허침해로 제소한 ITC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영업비밀 침해 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리한 만큼, 특허침해 등 파생 분쟁도 LG 에너지솔루션에 유리한 결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ITC 최종 결정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영업비밀·기술을 탈취한 부정행위가 명백히 인정됐다"며 "SK는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해서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해 아쉽다"면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심의 기간에 자사의 배터리 사업이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부합하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공익성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날 ITC 최종 결정으로 절박해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사업 정상화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ITC 결정에 불복할 수도 있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최종 결정일 또는 대통령의 검토 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항소하면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심리하고 연방대법원이 확정한다. 다만 항소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안팎이 소요되며 항소 기간에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실효성이 큰 카드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LG화학,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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