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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 유튜브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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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매춘부일뿐"
"나쁜 것은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아닌 모집업자들"
"위안부들은 돈을 많이 벌어 귀국할 수 있었다"

 
일본 우익이나 '반일종족주의'류의 신친일파들이 또 한마디 했나보다 했더니, 이번엔 무려 '하버드대' 교수다.
 
최근 언론들이 일제히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냈다'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어떤 신문은 이 주장의 진위에 대한 검증이나 평가는 하나 없이 논문을 충실하게 번역해 실어놨다.
 
논문의 저자는 하버드대 로스쿨의 존 마크 램지어 교수. 그는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학술지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제목부터 위안부들이 마치 '계약'이라도 맺고 돈벌이를 나섰다는 이미지를 풍긴다.
 
화제가 된 것은 그를 설명하는 직함이다. 'Mitsubishi Professor of Japanese Legal Studies'. 그는 '미쓰비시 교수'였던 것이다.
 
미쓰비시는 지난 2018년 한국 법원으로부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받은 제국주의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이다. 그는 왜 이런 기업의 이름을 자신의 직함앞에 붙일 수밖에 없었을까.
 
2일 한일관계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 논문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없이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상당 부분이 근거가 없이 일본 우익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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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모집업자 책임? 그들을 만든게 일본 정부인데"
 
-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은 일본 우익세력들이 늘상 해오던 주장이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면?
"맞다.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1920년대 일본에 공창이 되려고 하는 여성들이 많았으나 그 가운데 약 60%밖에 되지 못했을 정도로 넘쳐났다고 주장한다. 위안부제도가 처음 시작됐을 때 그런 여성들을 주로 해외 위안소로 보냈고, 한국 여성들도 거의 그러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인 여성에 대해서는 그런 증거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은 몰라도 한국에는 그런 자료가 현재까지 나온 게 없다. 일본의 상황을 한국에 유추해놓았을 뿐이다."
 
-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하나 하나 뜯어보자. 그는 기본적으로 위안부들을 '매춘부(prostitute)'라고 부른다.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이고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라는 것이다.
"1944년 8월 10일에 나온 미군에 의한 '포로심문보고서'를 보자. 연합국쪽에서 낸 위안부에 대한 보고서이다. 미얀마를 공격한 연합군이 20명의 조선인 위안부를 생포한다. 그들을 심문한 결과 1~2명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원래는 매춘부가 아니었다고 결론냈다. 나머지는 '동남아로 가면 신세계가 있다', '아주 쉽고 편한 일을 1년만 하면 굉장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사실상 유괴당한 것이다. 일종의 취업사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이 원래 매춘부였다고 하는 것은 미군의 보고서만 봐도 거짓이다."
 
- 일본 정부나 일본군은 책임없고 모두 여성들을 속인 모집업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위안부 모집의 배후에는 다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있는데, 이를 부인하는 이들은 항상 정부와 업자를 분리해서 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대표적인 패턴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일본군과 관련 없이 자발적으로 위안부를 모집한 업자들은 단속했다. 그러나 일본군의 증명서를 가진 모집업자들은 단속하지 않고 모집된 여성들이 중국남쪽이나 동남아로 갈 때 군용선을 탈 수 있게 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그리고 군의 증명서를 가진 업자들은 일 정부가 극비리에 선정했다. 비밀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모집업자로 끝나지 않고 여성들을 전쟁터 현지 위안소까지 인솔했고, 일본군이 준비한 위안소의 책임자(포주)가 됐다. 모집부터 관리까지 모두 일본 정부가 선정한 사람이 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모집업자가 위안소를 경영하는 사람에게 팔아넘긴 게 아니었다. 일본군과 정부가 만들어놓은 위안부 동원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책임은 업자에게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모집업자 자체를 일본 정부가 만들었다. 온통 거짓 투성이다."
 
- 위안부들이 위험이 큰 전쟁터에서 일하므로 계약기간을 1~2년으로 짧게 배려해줬다는 식으로 말한다.
"램지어 교수는 일본 내 자료에 일본 안에서 매춘부를 할 땐 6년이 보통으로 되어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자료에 그렇게 돼있는지 모르겠다. 그에 비해 1~2년은 짧다는 것 같다. 그의 주장일 뿐이고 내 해석은 조금 다르다. 여러 문서를 보면 당시 위안부 1명당 병사가 100명씩 배정돼 있었다. 물론 매일 100명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휴일이나 다음날 전투가 있는 날은 50~70명 많으면 80명 이상이 위안부 한 명에 몰려왔다고 한다. 일본 내 매춘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여성들의 몸이 감당 못하고 망가지게 된다. 그러니 1~2년만 했으니 기간이 짧았다기보다는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그의 주장 가운데 계약기간이 끝나면 바로 귀국시켰다는 건 바로 그런 얘기다. 위안부 기간은 그야말로 성'노예'였다.
 
- 위안부들이 높은 급여와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주장은?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포로심문보고서에 월 1500엔을 받아 그 중 50% 정도를 상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것을 근거로 램지어 교수는 고액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 이야기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만약의 경우를 가정으로 든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였다면 위안부들은 월 750엔이나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 금액은 현재 한국돈으로 1500만원이다. 매달 위안부가 15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다. 그 보고서도 다음 문장에서 바로 '위안부들의 생활은 어려웠다'고 기술하고 있다. 램지어 교수는 가정에 불과한 사례인데다 전쟁으로 엔화 가치가 폭락한 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위안부들이 고액을 받았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도 일본의 우익세력과 한국 내 신친일파들과 같다."
  
미 하버드대 로스쿨 홈페이지의 마크 램지어 교수 프로필. 자신을 '미쓰비시 일본 법학부 교수'로 소개하고 있다.
 미 하버드대 로스쿨 홈페이지의 마크 램지어 교수 프로필. 자신을 "미쓰비시 일본 법학부 교수"로 소개하고 있다.
ⓒ 하버드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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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우익세력, 미국내 친일세력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
 
- 논문의 내용보다는 일본인 우익이 아닌 하버드대학교 교수라는 사람의 주장이라 관심을 끄는 것 같다. 이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인가.
"처음 듣는 사람이다. 하버드대 교수도 여러 가지 아닌가. 아주 유명한 교수같으면 이런 편향된 논문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알아보니 미국에서 태어나자마자 일본으로 이주해 18세까지 일본 규슈지방 동쪽의 미야자키현에서 살아 일본말도 잘한다고 한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중수장'도 받았더라."
 
- 대학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자신의 직함이 '미쓰비시 교수'라고 돼있다.
"한국으로 말하면 일종의 '석좌교수'인 것 같다. 석좌교수란 것은 보통 대형프로젝트를 따거나 기업이 대주는 돈으로 월급이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특히 미쓰비시는 일제 때 강제징용 사실을 다 부정하는 전범기업 아닌가. 그런 데서 돈을 받으면 일본 극우의 주장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미쓰비시 그룹은 지난 1972년 석좌교수 신설을 위해 써달라며 하버드대학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 기자 주)"
 
- 일본의 로비단체들이 이런 식으로 해외 언론인이나 학자들을 돈으로 포섭하고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유명하다.
"미국안에 친일세력을 만드는게 일 극우세력의 첫 번째 목적이다. 그래야만 일본이 당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패전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놔두면 미국이 일본을 노예 취급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본재단(Nippon Foundation)이 된 사사카와 재단이 대표적이다. 요새는 '나데시코액션'이라는 그룹의 해외활동이 활발하다. 위안부를 부정하기 위한 여성들의 단체이다. 그들은 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내용의 심포지엄도 연다. 왜곡되어 있지만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이나 글에 접하면 자칫 동조하게 된다."
 
- 최근에 한국에도 노골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소위 '신친일파'들이 많아졌다.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가 있었지만, 이듬해에는 이에 불복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재판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평화의 소녀상이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본이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극우, 한국 신친일파, 미국 내 친일파를 만들어 세계적인 연대로 역사의 진실을 완전히 묻어버리려고 하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본다."
 
- 우리는 어떻게 대항해야 하나.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노예가 맞다, 매춘부 논리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국제적 논문에도 많이 싣고 언론활동도 많이 해야 한다. 감정적이 아니라 세계를 좀 더 설득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한국이 그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본이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배후에 뭐가 있는지를 확실히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느리더라도 착실하게 하면 이길 수 있다."
 

태그:#호사카, #램지어, #위안부, #하버드, #신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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