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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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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20%가 각 지표의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이 10년 동안 더 악화됐습니다. 교육 사다리가 더 좁아진 형국입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보고서를 살폈습니다. 제목은 '교육 분야 양극화 추이 분석 연구'입니다. 교육양극화를 명확히 규정하고, 진단 방법을 개발하며, 추이와 원인을 분석하여 정책개발에 도움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에 걸친 연구이며, 이번 보고서는 첫 해의 결과를 담았습니다.

교육양극화 지수와 지표가 그것입니다. 첫 개발입니다. 앞선 연구들을 검토, 국민 인식조사, 전문가 협의 등을 거치고 다양한 조사결과와 통계자료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공을 들인 만큼 의미도 남다릅니다.

하위층이 상위층 될 가능성 더 없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분야 양극화 추이 분석 연구>, 교육양극화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추진되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 분야 양극화 추이 분석 연구>, 교육양극화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추진되었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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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첫 번째 줄은 2020년 교육양극화 지수입니다. 한 해의 양극화 정도를 보여줍니다. 집단간 차이, 즉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차이는 157.1입니다. 100을 훌쩍 넘습니다. 상위층과 하위층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입니다. 이동성 감소도 155.5로 상당합니다. 하위층이 각각의 지표(학업성취 등 10개)에서 상위에 속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계층 이동이 거의 어려워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두 번째 줄은 변동지수입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의 변화입니다. 집단간 차이(상위층과 하위층의 간극)는 101.8입니다. 100에 근접한 만큼 변동이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암울한 수치입니다. 2010년에도 차이 크고 2020년에도 차이 크기 때문에 변동이 적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동성 감소(교육 사다리 축소)는 117.3으로 100을 꽤 넘었습니다. 하위층의 상위층 되는 길이 10년사이에 더 좁아진 것을 의미합니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의 일입니다.

어찌보면 이 결과는 우리나라 교육양극화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상위층과 하위층의 간극이 계속 큰 상태에서 사다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상하위 소득계층 간에 해당 지표의 차이는 이미 큰 상태로 거의 변동이 없지만, 하위 소득계층이 해당 지표의 상위 20%에 속할 가능성이 급속히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육정책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세부 지표별로 보면 사교육비와 학업성취 양극화가 큽니다. 다들 경험으로 알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위안이 되는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패널조사를 통해 교사의 열의는 측정한 결과 100을 살짝 넘어 양극화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사의 열의는 공교육을 상징하는 지표입니다. 양극화 속에서 공교육이 버팀목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 번째 위안은 서울 4년제 대학 진학 지표입니다. 양극화 지수는 높지만, 변동지수는 낮습니다. 상위층이 많이 진학하는 양극화가 존재하나, 그나마 지난 10년 동안 줄었다는 뜻입니다. 보고서는 기회균형 선발에 주목합니다. "소외계층을 별도 선발하는 기회균형전형이 확대된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높은 대학입학 단계에서 나타나는 소득계층 간 양극화 수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강화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교육개발원의 양극화 지수는 확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5개년 계획 동안 수정되고 보완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보고서는 이번 지수를 두고 "예시적으로 산출"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양극화 지수가 산출됐다는 점에서 미덕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가지수가 있으면 제대로 된 물가정책이나 경제정책이 가능한 것처럼, 교육양극화 지수는 좋은 교육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충분하고 안정적인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마땅한 데이터가 없어서 여기저기 찾아헤매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남은 4년, "교육양극화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추진"된 연구가 소기의 성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참고로 교육부는 교육 양극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교육 형평성 지표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교육양극화, #양극화 지수, #교육 사다리, #한국교육개발원, #사교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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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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