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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지 꼭 1년째 되는 날인 1월 20일 ,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지 꼭 1년째 되는 날인 1월 20일 ,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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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선별진료소로 출근하세요."

지난 2020년 2월, 성진희(가명·40대)씨는 보건소로부터 선별진료소로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구체적인 업무 지시는 없었다. 보건소 담당자는 유튜브 동영상에 있는 '방호복 입는 법'을 참고하라고 했다. 2016년부터 서울의 한 보건소 소속으로 방문간호사로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업무를 맡아온 성씨는 지난 1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1개월여째, 선별진료소로 출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면봉 닿기라도 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년째가 되는 1월 20일 오후 광주 북구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1년째가 되는 1월 20일 오후 광주 북구선별진료소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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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업무'를 맡았다. 현재 코로나 검체 채취는 의사와 간호사만 할 수 있다. 의사가 피검사자의 코·목구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면, 성씨가 면봉을 받아 통에 넣고 피검사자의 인적사항을 적었다.

"업무가 복잡해서 어려운 게 아니라 조심해야 해서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면봉이 통에 딱 맞는 사이즈가 아니라 면봉을 잘라야 하거든요. 처음에는 이것도 어려워서 부러뜨린 적도 있어요. 또 면봉이 오염돼도 안되죠. 면봉을 건네주는 의사와 손발이 안 맞으면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까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한 번은 의사의 실수로 면봉을 제 손에 묻힌 적도 있어요. 환자가 음성인지 양성인지도 모르는데 어찌나 찝찝하던지..."

검사 후 면봉을 통에 넣고 닫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하루에 수백 개의 뚜껑을 여닫는 건 보통일이 아니었다. 특히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지난 2020년 8월에는 검사 대상자가 급증했다.

성씨는 "오후에 출근하는 날이었는데, 사람들이 보건소를 둘러싸고 두 세 겹씩 줄을 서서 검사를 기다리더라고요. 그날 하루에만 200여 개의 통을 여닫았어요, 결국 손목에 염증이 생겨서 아직도 병원에 다녀요"라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업무는 날씨와 씨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 업무를 시작한 2월에는 추위가 겹쳤다. 성씨는 핫팩을 붙이지 않고 방호복을 입은 날, 업무 후 몸살 기운을 느꼈다. '추위에 얼어죽는 게 이런거구나', 성씨가 파랗게 차가워진 손가락과 발을 보며 생각했다. 해가 바뀌어 올해 1월, 다시 추위가 찾아왔다. 성씨는 "양손에 핫팩을 들고, 등에 두 세개 핫팩을 붙여도 추위에 몸을 떨었다"라고 말했다. 

여름도 지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방호복을 벗고 그대로 옷을 쥐어짜면 땀이 뚝뚝 떨어졌다.
선별진료소에는 마땅히 씻을 곳이 없다. 성씨는 여벌의 옷을 챙겨다녔다. 방문간호사 몇몇이 항의하니 8월이 지나서 '샤워실 한 개'가 만들어졌다.

끊임없이 불특정 다수를 만나다보니 가족들의 건강이 걱정됐다. 집에 돌아가 샤워하고 소독을 해도 불안한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성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시댁에 맡겼다. 그는 "코로나 이후 강제로 이산가족이 됐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또 다른 보건소소속 방문간호사인 하근우(가명·50대)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 역시 지난 2020년 2월부터 일주일에 3~4번 선별진료소로 출근했다. 오전 7시 30분~12시까지, 오후 2시~8시, 오후 5시~9시. 보건소에서 정해준 스케줄대로 움직였다.

"선별진료소에서 역학조사를 했어요.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를 파악하고, 접촉자를 확인하며 발열체크도 했죠. 호흡기 질환은 없는지, 고혈압·당뇨는 없는지 확인하니까 한 사람 당 10분 넘게 시간을 쓰죠. 한 시간에 평균 6명을 검사해요. 100명여 넘게 같은 설명을 하면, 입에서 단내가 나요. 방호복을 입고 화장실을 못 가니까 물도 안 마시고 마른 침 삼키면서 일하죠."

하씨는 선별진료소로 출근하는 날은 아예 끼니를 걸렀다. "혹시나 화장실을 가게 될까 미리 조심해요. 방호복을 입고 벗기도 어렵고, 또 제가 화장실 가면 다른 간호사가 더 고생하게 되잖아요"라면서 "선별진료소는 똥싸는 시간도 조절하며 일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별진료소에서 반나절 일한 후, 다시 출근을 준비해야 했다. 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업무를 마치는대로 방문간호사 일을 하라"고 했다. 방문 할당량도 있었다.

"제 일이 지역의 취약계층을 만나는일이에요. 독거노인, 장애인 등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아파요.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그 분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조심스럽겠어요. 그분들도 '다음에 와라'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보건소는 매달 방문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고 하니 어쩌겠어요. 서로 위험을 감수하고 만나는거죠. 그런데, 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위험수당은 0원
 
지난 1월 11일 오전 용산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이동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오전 용산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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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와 하씨는 모두 선별진료소 업무에 '간호사'라는 이유로 동원됐다. 이들 모두 '국가적 질병이니 어쩔 수 없다'라며 1년여 선별진료소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보상은 없었다. 정부는 코로나를 국가 재난상황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응 업무를 하는 공무원에게 위험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선별진료소·보건소 역학조사, 접촉자 관리 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건소 간호직공무원의 경우 한 달에 6만5000원 정도의 비상근무수당(위험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성씨와 하씨처럼 공무직 간호사들은 지급 대상이 아니다. 공무직에는 수당 지급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수당은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지급한다. 위험수당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발생으로 비상근무 명령을 받고 근무하는 공무원'만 받을 수 있다. 결국 공무직 간호사는 간호직 공무원과 같은 업무를 하고도 수당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위험수당을 받죠, 그것뿐인 줄 아세요? 제가 일하는 보건소에 공무원들은 3층이 사무실이고 1층이 선별진료소인데, 선별진료소에서 일할 때 출장처리를 하더라고요. 출장비 받으려고요. 그런데 우리는 아무 보상도 못 받는 거죠."

하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방문간호사는 총 790명이다(2020년 12월 기준). 이중 하근우·성진희씨와 같은 무기 계약직이 500명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기간제·시간제다. 무기계약직의 임금은 정규직 공무원의 약 85% 수준으로 알려졌다. 공무직이기에 공무원연금이 아닌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하고, 의료업무수당(월 5만원)도 받지 못한다.

이에 일부 방문간호사는 코로나 이후 업무 과중과 차별적 보상에 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하씨는 "파견 간호사로 코로나 업무를 맡으면 하루 수당이 30만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면서 "당장이라도 (보건간호사를)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방문간호사가 겪는 차별적인 처우와 관련한 글이 올라왔다. 군단위 보건소 공무직 간호사라고 밝힌 A씨는 청원글에서 "저희도 1년 넘게 코로나로 버텨온 간호사"라면서 "위험수당 한 푼 못 받고 1년을 근무하면서 차라리 자원해서 일하는 간호사로 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 버텨왔다, 억울함을 말해도 니가 바꿀 수 있으면 바꿔보라며 기본적인 대우도 해주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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