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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1992년 '학교선택제'를 도입했다. 1991년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가 집권하자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학교선택제를 만들었다.
 스웨덴은 1992년 "학교선택제"를 도입했다. 1991년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가 집권하자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학교선택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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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법인에 의해 운영되는 스웨덴의 자유학교는 이익을 창출한다. 일부 자유학교 기업은 주식회사로, 주주에게 일 년에 수백억에 달하는 이익금을 배당하고 있다. 모든 교육은 무상이고 자유학교도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공공재원인 세금으로 운영된다. 어떻게 주식회사가 교육시장에 뛰어들고 이익을 창출하여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 가능해졌을까?
  
스웨덴은 1992년 전격적으로 '학교선택제'(School choice)를 도입했다. 1980년대 대처(Thatcher)와 레이건(Reagan)의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을 휩쓴 우파 바람 때문에, 스웨덴은 1991년 그야말로 오랜만에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가 집권했다. 우파 정권은 전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했고, '학교선택제'는 이 정권의 대표적 산물로 자리 잡았다.
   
학교선택제 도입은 간단히 얘기하면 '교육을 시장화'한 것 또는 '교육에 시장을 도입한 것'으로 경쟁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하여 교육효과, 즉 성적을 높인다는 논리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교는 서로 경쟁하고, 이 경쟁에 이기기 위하여 교사들은 자신의 교수 방법을 되돌아보고 아이들을 잘 가르쳐 학교 성적을 올린다.

이는 다시 학생들 유치에 강점으로 작용해 인기 있는 학교 또는 좋은 학교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학교는 도태되어 퇴출당한다. 이런 시장 메커니즘을 통하여 국가 전체의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와 결합한 학교
   
우파 정권은 학교선택제를 실질적이고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자유학교'(fristående skola) 제도를 도입했다. 자유학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립학교와 달리 개인, 재단, 법인(주식회사) 등이 요건을 갖추어 허가를 받아 학교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학교를 매입하여 운영하는 학교다. 국가기관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 보니 초기엔 자율학교로 불렸으나, 지금은 아예 자유학교로 불리고 있다.

자유학교의 정착으로 인하여 학교선택제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공립학교뿐만 아니라 자유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학교선택제를 일부 지역에 한정하여 도입한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도입하면서 이론적으로는 전국의 어느 학교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학교라고 해서 학부모가 등록금, 입학금, 수업료 등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모든 자유학교에서의 교육도 무상이며, 세금으로 운영된다. 자유학교의 재정은 자신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부터 나온다. 각 지자체는 학생 한 명당 '교육지원금'(skolpeng)을 산정한다. 이는 대체로 학생 한 명당 책정된 기본 지원금에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특별지원금을 추가하는 형태로 산정된다.

이렇게 산정된 교육지원금은 학생이 학교를 선택할 때 따라다닌다. 어느 학생이 자신의 소속 지자체 자유학교를 선택하거나 다른 지자체 공립학교, 자유학교를 선택할 경우, 그 학생의 원적 지자체가 자유학교나 다른 지자체에 이 교육지원금을 지불하게 된다.

지자체마다 학생 한 명당 교육지원금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2019년 초·중학교 학생 한 명당 1년 평균 비용이 11만 8500크로네(kr)로, 한화로 약 15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학생 수에 따라 학교재정이 결정되기에 모든 학교는 정원 내에서 최대한 많은 학생을 유치하려고 하고, 특히 자유학교는 많은 학생을 유치하여 계속해서 학교를 확장하려 한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학교선택제는 현재 학기 초 모든 학부모에게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공립학교라도 선택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물론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로 배당된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아닌 공립학교나 자유학교를 선택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지만, 중·고등학교로 진학할수록 학교선택 비율이 높아진다.

2019~2020년 현재 전국적으로 초·중학교 수준에서 자유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전체의 약 15%이고,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28% 정도다. 상당한 비율의 학생이 자유학교에 다니고 있고, 학교선택제가 도입된 이후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또 자유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율은 학생 수가 많은 대도시에서 높아, 일종의 '대도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파산한 학교, 내몰린 학생

  
사회적으로 가장 큰 공분을 사고 있는 학교선택제의 문제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 형태의 교육기업 출현이다. 이들 교육기업은 새로운 교수 방법 등을 내세우며 공립학교와 경쟁하여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익 창출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여 파산하는 교육기업도 있다. 존 바우어 고등학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적으로 가장 큰 공분을 사고 있는 학교선택제의 문제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 형태의 교육기업 출현이다. 이들 교육기업은 새로운 교수 방법 등을 내세우며 공립학교와 경쟁하여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익 창출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여 파산하는 교육기업도 있다. 존 바우어 고등학교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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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선택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중 하나는 학교 선택으로 인하여 동기 부여가 잘 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회경제적 배경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스웨덴 학생과 외국인 배경의 학생 사이의 분리 현상(segregation)이다.

물론 주거지 분리 현상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최근의 평등교육 정부연구조사위원회(Likvärdighetsutredningen, 아래 평등교육위원회)는 분리현상의 3분의 1은 학교선택제 때문이라며, 학교선택제가 분리현상을 심화시켰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서 완전히 스웨덴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외국인 또는 중동 배경의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도 많다. 뿐만 아니라 학교선택제로 인하여 학교 사이의 평균 성적이 점점 벌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들이 몰리는 인기 있는 학교에서의 학생 선발 문제다. 초·중학교 차원에서 성적에 의한 학생 선발은 교육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줄 선 기간과 형제가 다니는 기준 등을 토대로 선발하는데, 교육열이 높고 정보력이 강한 학부모들은 자녀 출생과 동시에 줄을 서는 경우가 있어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평등교육위원회는 모든 학교는 동일한 날짜에 선발하고 정원 초과 신청 시 추첨에 의하여 선발하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가장 큰 공분을 사고 있는 학교선택제의 문제는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회사 형태의 교육기업 출현이다. 이들 교육기업은 새로운 교수 방법 등을 내세우며 공립학교와 경쟁하여 학생들을 유치하고, 이익 창출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여 파산하는 교육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존 바우어 고등학교(John Bauergymnasiet)는 2000년에 설립되어 2013년에 파산된 교육기업으로, 2013년 파산 당시 전국적으로 20여 지역 30개 고등학교에 1만 500명의 학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세금으로 지출되는 교육지원금으로 거부가 되었다는 설립자는 수준 낮은 교육 질 때문에 언론과 교육감사청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오다 결국 일부 학교는 다른 교육기업에 팔고 나머지는 폐쇄했다. 폐쇄된 학교의 학생들은 졸지에 다른 공립학교가 떠맡아 교육해야 했다.

파산하지 않고 매년 수십, 수백억 원의 이익금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교육기업도 많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스웨덴 경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에도, 이들 교육기업은 학교라는 안정된 시장에서 큰 수익을 창출하고, 2020년 12월 주주에게 거대한 이익금을 배당하여 많은 공분을 샀다. 대표적인 두 교육기업을 예로 든다.

하나는 국제영어학교(IES)다. 현재 전국에 초·중학교 45개와 고등학교 하나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 3만 명의 학생이 재적 중이다. 스웨덴에서 5위 내에 드는 큰 교육기업으로 2020년엔 전년도에 비해 14% 더 많은 2억4600만kr(한화 약 320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다른 하나는 아카데미(AcadeMedia)로 전국에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8만 명과 성인교육 학생 10만 명을 보유한 스웨덴 최대의 교육기업이다. 노르웨이와 독일에도 학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엔 전년도에 비해 20% 더 많은 1억5800만kr(한화 약 205억 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이러한 주식 배당에 대해 스웨덴 의회 교육상임위원회 사회민주노동당(아래 사민당) 위원장 스반토르프(Svantorp)는 "이 돈은 주주에게 배당될 것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며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한다", "공공재원인 세금으로 교육을 하는데 낮은 교사 비율이나 정규 교사를 채용하지 않아 이익을 남기고 이를 주주에게 배당하는 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국제영어학교와 아카데메디아(AkadeMedia) 총수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교육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반격했다.

평등교육위원회도 이익배당을 문제 삼으며 '자유학교에 지불하는 교육지원금을 현재 공립학교와 똑같은 수준으로 지불할 것이 아니라 공립학교보다 10%까지 낮게 지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유는 공립학교는 자유학교에 만족하지 못하여 돌아오는 학생, 이민·난민 학생, 학기 중 이사 오는 학생, 자유학교 파산으로 돌아오는 학생들 모두를 받아들여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반면 자유학교 총연합, 스웨덴 경제인연합, 자유학교 기업들은 이 제안이 실현되면 교육 분야의 새로운 투자, 확장 또는 발전을 저해한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교사보다 주주... 자유학교의 이익 창출 방법
  
돈이 주주가 아닌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하지만, 스웨덴 학교선택제는 거대한 교육기업의 출현으로 교육재정이 학교 밖으로 새어 나가는 데도 손수무책의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돈이 주주가 아닌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하지만, 스웨덴 학교선택제는 거대한 교육기업의 출현으로 교육재정이 학교 밖으로 새어 나가는 데도 손수무책의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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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유학교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까? 스웨덴 '의회조사실'(Riksdagens utredningstjänst)의 통계 조사에 의하면, 자유학교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첫째, 자유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교사 대비 학생 수가 많다. 자유학교는 공립학교보다 교사 한 명당 약 2.2명의 학생이 더 많다.

둘째, 자유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교사 봉급이 낮다. 초·중학교 교사는 월평균 1100kr(14만 원), 고등학교 교사는 2500kr(33만 원), 실업계 교사는 3000kr(39만 원), 초·중교 교장은 1200kr(16만 원), 유치원 원장은 무려 6900kr(90만 원)이나 낮다.

셋째, 교사의 교육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 자유학교 교사 중 교사자격증을 가진 비율이 공립학교 교사들보다 12~14% 정도 낮다. 결국 자유학교는 정교사가 아닌 교사 또는 외국 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채용하고, 교사들에게 낮은 봉급을 지급하며, 교사 한 명당 학생 수를 높여 비용을 절감하여 창출한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학교의 교육 질이 공립학교보다 낮지 않은가? 학생들의 성적은 어떤가? 자유학교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공립학교 학생들의 평균 성적보다 조금 높다. 그 이유는 자유학교가 교육을 잘 시켜서 성적이 높아졌다는 가치부가(value-added) 현상이라기보다, 처음부터 교육열이 높고 동기부여가 잘 된 학생들이 자유학교를 선택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나아가 동기부여가 잘 된 학생들은 대체로 학교생활에도 문제가 적어 학교비용을 더욱 절감한다.

1991년 우파가 집권하며 1992년 학교선택제를 도입할 때 사민당은 모든 학교가 좋은 학교면 선택할 필요가 없다며, 재집권하면 학교선택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민당은 아직도 학교선택제를 폐지하지 못했고, 그동안 거대 교육기업들이 출현하여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기에 이르렀다.

사민당은 이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돈이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막지 못했다. 세금으로 지원되는 돈이 주주에게 배당되는 것을 막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방법은 법으로 교육기업이나 이익 배당을 금지하거나, 학교선택제를 폐지하고 자유학교를 매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법이 아닌 경제활동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 그리하여 스웨덴 학교선택제는 거대한 교육기업의 출현으로 교육재정이 학교 밖으로 새어 나가는 데도 속수무책의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태그:#스웨덴, #학교선택제, #자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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