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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남대문 시장은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았다.
 25일 오후, 남대문 시장은 손님보다 상인들이 더 많았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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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남대문 시장의 한적한 모습.
 25일 남대문 시장의 한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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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야 선거철 앞두고 매번 오는데 뭐... 별 관심 없다. 코로나로 1년 가까이 손님의 발길이 끊긴 시장에 정치인들이 오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

25일 <오마이뉴스>가 만난 남대문 시장 상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2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시장 출마를 앞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이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을 찾은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정치인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충을 듣는다며 전통시장을 방문했지만, <오마이뉴스>가 만난 시장 상인들은 "기자들과 몰려온 정치인보다 손님을 만나고 싶다"라고 입을 모았다.


"손님 생기게 코로나 잡았으면" "꼭 나쁜 건 아니다"

25일 오후 남대문시장 5번 출구 앞은 한산했다. 지나가는 손님 대여섯 명이 군고구마, 떡 등을 한 봉지씩 사갈 뿐이었다. 상인들은 몇 안 되는 손님을 붙잡기 위해 "잠깐 보고 가라"라고 했지만, 제 갈 길을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25년째 이곳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한 이준신(가명·60대)씨는 "임대료를 3개월째 못 내고 있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 돼 죽을 거 같은데, 정치인들은 자기들끼리 우르르 몰려왔다 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괜히 속 시끄럽게 시장을 방문하지 말고, 손님 좀 생기게 코로나나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과일·채소를 파는 김상이(가명·50대)씨도 "이낙연 지나간다고 앞에 물건 다 치우게 해서 불편했다"면서 "정치인들이 와서 가게 장사를 방해하기만 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날 정치인들이 어묵을 먹은 가게 상인은 "우리와 대화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묵만 먹고 갔다"라면서 "정치인이라 특별할 거 없다. 우리에게는 그냥 어묵 먹고 간 손님"이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이 대표 등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래도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양말을 산 상점의 김근선(가명·60대)사장은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렵지만, 그게 어디 정부 탓이냐"라면서 "정치인들이 와서 상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면 상인들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과일을 파는 김명화(가명·50대)씨도 "정치인들이 방문해 텔레비전에 남대문시장이 한 번이라도 나오면, 손님들도 남대문시장을 찾아오지 않겠나"면서 "정치인들의 시장 방문이 꼭 나쁘지는 않다"라고 했다.


"민주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서는 우상호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가를 둘러보다 어묵을 맛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나서는 우상호 의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2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가를 둘러보다 어묵을 맛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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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등은 왜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을까. 민주당 내부에서 영세 상인들의 고충을 듣기위해 장소를 물색했을 때, 이 대표가 남대문 시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더해져 이 대표·박영선 전 장관·우상호 의원 등이 남대문시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민생투어에 대해 '과거 방식'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이 대표 등의 어묵 사진이 보도된 이후 SNS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묵을 먹으며 서민행보를 했던 사진이 소환되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손실보상제도를 추진하며, 여론수렴 차원에서 전통시장을 찾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와 설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뻔한 보여주기식 행보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코로나 방역 조치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영업 손실 보상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손실 보상 제도화 검토'를 지시했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정치인의 '민생투어'에 "오만과 위선이 역겨워 보기 힘들다"고 혹평했다. 박 교수는 24일 페이스북에 "(정치인의) 재래시장 투어는 어떻게보면 현대판 임금/귀족의 순행 같은 것"이라면서 "높으신 분이 왕림해주시고 '밑엣것'들의 음식을 한 번 잡수셔보시고 '민심'을 살피신 뒤에 '선정'을 베푸는 식이다. 민주 국가에 어울리지도 않는 쇼"라고 일갈했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전 진보신당 대표)은 트위터에 "선거철이 왔나 보다"라면서 "사고의 틀이 판박이인 이들에게서 구태정치 말고 뭘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태그:#코로나, #자영업자, #이낙연, #박영선, #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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