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CC와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KCC 전창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10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CC와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KCC 전창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KBL

 
프로농구 전통의 명가 전주 KCC가 2020-2021시즌 화려한 부활을 이어가고 있다. KCC는 최근 11연승 행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안양 KGC인삼공사 전부터 이달 19일 창원 LG 전까지 벌써 한달 넘게 연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새해 들어서는 아직 한 번도 지지 않았다.

22승 8패(.733)를 기록 중인 KCC는 현재 KBL 유일의 20승-7할대 승률팀이다. 2위권인 고양 오리온(18승12패)-울산 현대모비스(18승13패)와의 격차를 4게임 이상 벌리며 독주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10일 인천 전자랜드전 이후 휴식기를 거치며 상승세와 실전 감각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KCC는 19일 LG전에서 무려 38점차 대승을 거두며 더욱 단단해진 모습을 과시했다. 엔트리 12명이 모두 출전해 전원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다.

KCC는 이제 21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KCC의 구단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추승균 감독 시절의 2015-2016시즌 12연승에는 어느덧 1승 차이로 근접했다. 당시 KCC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KBL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은 2013년 울산 현대모비스가 작성한 17연승이었다. 이 기록은 2012-13시즌과 2013-14시즌의 두 시즌에 걸쳐 이루어졌다. 단일 시즌으로 국한하면 2011-12시즌 원주 동부(현 DB)가 기록한 16연승이 최다 기록이다.

리그 최다연승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구단 자체 연승 기록 경신은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마침 휴식기 이후 첫 일주일 동안 만나는 팀들이 LG를 시작으로 삼성-DB까지 모두 리그 최하위권(8-10위)팀들이다. 다만 삼성은 KCC를 상대로 2승을 거둔 바 있고 양팀 주포 이정현과 이관희의 악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서 쉽지만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현재 KCC는 내외곽의 조화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다. 라건아-타일러 데이비스가 버틴 빅맨진, 이정현, 유현준, 김지완, 정창영 등으로 이어지는 백코트진이 기복 없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던 토종 4번(파워포워드)의 부재는 올시즌 MVP 후보로까지 성장한 송교창이 3,4번을 넘나드는 스트레치형 포워드 역할에 익숙해지면서 장점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KCC 2년차를 맞이한 전창진 감독의 농구 컬러가 팀에 녹아들었다는 분석이다. 전창진 감독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격과 수비 모두 선수들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를 흔들어 놓는 농구를 추구한다. 강한 체력과 높은 전술이해도는 필수다.

3점과 속공-히어로볼이 현대농구의 대세가 된 시대지만, 전창진 감독은 여전히 확률높은 골밑공략과 고른 볼배분-안정적인 수비 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올드스쿨' 타입의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전 감독의 색깔을 반영하듯 KCC는 올시즌 리그 최소실점(73.9점)-최다 리바운드(42.2개)-야투 성공률(47.4%)에서 모두 1위를 기록중이며 경기당 평균 3점슛 시도(20.7개)와 성공 횟수(7개)는 가장 적다.

KCC의 재건은 곧 전창진 농구의 재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프로농구계에서 손꼽히는 풍운아다.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마감한 이후 프런트로 근무하다가 코치를 거쳐 2002년 원주 TG삼보(현 DB)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았고 부산 KT와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직 등을 역임했다. 전 감독은 3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5회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동갑내기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과 함께 프로농구판 '586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승승장구하던 전 감독은 2015년 승부조작 의혹에 휩쓸리며 농구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이했다. 2018년에야 법적으로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으며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하여 한동안 KBL에서 제명되고 농구계를 떠나야하는 등 3년여간이나 우여곡절의 시간을 거쳐야했다. 전 감독은 이후 KCC의 고문직을 거쳐 2019-20시즌부터 감독직을 맡아 현장으로 복귀했다.

전 감독이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승부조작 의혹은 논외로 하더라도 과거 지도자 시절 보여준 다혈질적인 성향이나 비매너 문제를 놓고 여전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팬들도 많았다. 전임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이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음에도 KCC 구단이 불과 한 시즌만에 결별하고 전 감독을 선임하면서 그 과정에 벌어진 여러 논란으로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오랜 공백기로 인한 현장감각에 대한 우려, 시대에 뒤처진 리더십과 훈련방식을 고집하며 달라진 현대농구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의구심을 자아냈던 대목이다. 2019-20시즌에는 초반 선전하다가 대형 트레이드로 라건아-이대성을 영입하며 슈퍼팀을 구축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오히려 트레이드 이후 팀성적이 주춤하고 우승에도 실패하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2년차에 접어들며 자신의 지도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성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승부에 대한 집착으로 선수들을 과도하게 몰아붙이거나 심판 판정에 빈번하게 항의하던 격한 모습은 줄어든 대신, 경기흐름을 짚는 냉철한 안목과 전술운용능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송교창과 타일러 데이비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부상으로 고전하던 이정현-에이스 역할에 익숙하던 라건아를 다독여 이타적인 팀플레이에 녹여낸 것은 전창진 감독이 이룬 가장 큰 성과라고 할만하다.

KCC는 통산 챔프전 5회 우승, 정규리그 4회 우승에 빛나는 KBL의 명문이지만, 2010-11시즌 챔프전 우승, 2015-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끝으로는 더 이상 타이틀을 추가하지 못했다. 전창진 감독도 원주 동부에서 2007-08시즌 통합우승, 부산 KT에서는 2010-1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전 감독이 KCC를 다시 한번 정상에 이끌며 명가재건과 본인의 명예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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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전주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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