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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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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올해 1월 초에 실시된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윤 총장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율이 응답자의 30.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적어도 범여권의 이낙연, 이재명과 3파전을 기대할 수 있는 대선주자가 등장한 이상, 야권에서도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정권 탈환의 희망이 생긴 셈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021년 1월 12일 "(윤 총장에겐)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며 윤 총장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일단 윤 총장으로서는 향후 야권의 대선주자로 나설 환경이 무르익어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그가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선거라는 빅 이벤트에 뛰어들 것인가?  그가 지금까지 정치에 뜻을 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는 이상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 준 그의 행보로 미루어 현재와 같은 대망론이 꺼지지 않는 한 그는 대권을 위해 주사위를 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 총장의 임기는 오는 6월 24일까지다. 그가 퇴임하는 날로부터 약 11개월 후인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그를 야당의 대선주자로 옹립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필요할 것이고 야인으로 돌아온 윤석열의 입장에서도 대선의 꿈을 꾼다면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서 좌고우면하거나 우물쭈물거릴 틈이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2022년 그의 대선 도전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실시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실시된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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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도전의 전제 조건: 지지층, 메시지, 정치력

그의 대선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해 보자. 모름지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대선 주자를 뒷받침할 지지층이 있어야 한다. 민주 국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당연한 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온갖 고난과 변화 속에서도 그 주자를 투표 당일까지 믿고 따라가 줄 강력한 지지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재의 지지율이 높다 하더라도 선거를 눈앞에 두고 터지는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주자를 뒷받침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어야 한다. 이런 핵심 지지층은 적어도 30%는 돼야 한다. 이런 지지층은 주자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그대로 남아 국정 운영의 동력이 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져 38% 내외를 오가는 데 남아 있는 이 지지층은 말 그대로 소위 '대깨문'으로 불리는 문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이다. 이들은 일종의 '팬덤'인 까닭에 여간한 악재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대선을 치를 당시의 열성 당원 이상의 선거운동원이었을 뿐 아니라 그 후 국정 운영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임기 말 레임덕을 방지하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이런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있었고, 하다못해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직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있었다(박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은 현재 태극기 부대로 생존하고 있다).

둘째, 확실한 대선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이 메시지는 당시 시대 상황이나 국민적 욕구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대선 주자의 정치적 경험과 밀접히 체화(體化)돼 있어야 한다. 이른바 명실상부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국민의 여망과 돌풍처럼 나타난 노무현이란 정치적 신선함이 결합했다.  '바보 노무현'.  그는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지역타파를 위해 적대적 지역구에서 거듭 총선에서 출마하는 불굴의 정신을 가진 신념의 정치인으로  각인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른바 '777' 공약이 말해주듯 경제적 성장과 번영이라는 메시지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그의 대선 캐치프레이즈는 대기업 CEO로 성공 신화를 이룬 입지전적인 신화와 결합해 대국민 신뢰감을 높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와 육성수라는 향수에 접목된 강력한 보수적 메시지에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진보적 어젠다가 어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메시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정신 계승'이란 강력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했다. 그는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인 동시에 후계자로서 정의와 공정을 회복할 최적의 적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셋째, 정치적 경험과 정치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정치적 능력(정치력)이다. 정치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경제 사회의 여러 다양한 의견을 듣고, 설득하고, 타협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확정하는 일이다. 모든 사회 경제 활동도 이러한 이해관계의 조정을 수반하지만, 정치는 이러한 이해관계 조정을 전담하는 강력한 권력과 권위를 가진 집단의 장(場)이다. 

정치의 정점에서 최고의 권위와 권력을 지닌 대권을 꿈꾸는 자라면 정치적 경험이야말로 필수적이다. 정치적 경험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치판에서 쌓아 올린 경험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 버금가는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정치인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국가 사회의 이해관계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자신과 다른 이념과 이해관계를 가진 상대편의 거친 언사에 노출되거나, 교묘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심하면 중상모략을 당할 수도 있다.

정치인은 이 모든 것을 각오하고, 감내하고, 돌파하고 때로는 매섭게 반격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적절한 타이밍과 적절한 강도 그리고 명분을 갖추어야 한다. 고도의 정신적 작용과 순발력,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연히 정치적 감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감각이나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가? 결코 아니다. 정치적 능력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능력이란 것은 앞서 설명하였듯이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이를 조정함으로써 사회 전체 구성원의 통합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한 마디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끌어내는 정교하고도 섬세한 예술적 감각과 같은 능력이다. 결국 정치적 야망을 지닌 사람이 일찍 정치권에 뛰어들어 정치 선배로부터 전수받고, 동료로부터 익히고, 경쟁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 속에서 다듬어지면서 내면화돼야 한다. 거기서 정치력이란 것이 나온다. 타협할 때 타협하고, 저항할 때 저항한다. 그리고 결단한다.

한국은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른바 '3김'을 통해 정치적 능력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한다. 한국은 이들을 '정치9단'이라 불렀다.  DJ와 YS  두 분  다 젊은 시절 정치권에 투신해 군부독재의 암울함 속에서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시련 속에서 그들은 특유의 정치적 감각을 가다듬었고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의 존재는 군부독재에 손에 박힌 가시였고, 목에 낀 생선 뼈였다. 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독재에 신음하는 민중에게는 희망이었다.

1986년 전두환 군부독재를 타도하는 데 이 두 거물의 역할을 빼고 논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대권에 관한 한 두 사람은 각자 승부수를 걸었다. YS는 3당 통합이란 수를 들고 대권의 틀을 닦았고, DJ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절치부심 다시 복귀해 대권의 기회를 잡았다. 모두가 절묘한 타이밍, 정확한 판세 분석을 거친, 가히  예술에 가까운 정치적 결정들에서 나온 것이었다. JP는 5·16쿠데타의 주역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군부독재 시절은 물론이고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적 지분을 유지하면서 2018년 사망할 때까지 한국 정치사의 실력자로 남았다. 논란은 있지만, 그의 처세술과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인, 시대정신 읽는 눈은 필수

그렇다고 정치적 능력을  단순한 정치 공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오산이다. 여기는 국민들의 열망을 알고 공감하는 능력, '시대정신'을 읽는 눈을 겸비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이런 공감 능력과 예측력이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전략 전술을 가지고 있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더라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정치인이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오랜 기간(적어도 십 년 정도)은 정치판에서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되고 성숙한 나라일수록 더욱더 그렇다. 그리해 아예 이런 정치적 경험과 감각을 익히도록 제도화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화가 정당이다. 정당 참여를 통해  정치적 야망을 품은 젊은이들이 정치의 시스템을 익히고 이념을 가다듬으며 선배와 동료 정치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치를 배운다. 정당은 수많은 정치 지망생을 발굴하고 그 지망생은 정당이란 시스템에 힘입어 발전한다.

유수 민주국가들의 수장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모두 젊은 시절부터 정당 활동에 투신하였다. 이른바 정치판에서 '굴렀던'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Angela Dorothea Merkel) 수상,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덴(Jacinda Ardern) 총리, 영국의 데처(Margaret  Hilda Thatcher) 수상 등 여성의 신분으로 최고 통수권자에 오른 이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흔히 이와 같은 정치적 수련 과정을 거쳐 주목받는 정치인을 가리켜 한국은 직업정치인  혹은 기성 정치인이라고 부르며 식상하다고 비난할 수 있다. 반면 그만큼 검증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오랜 기간 정치적 경륜을 갖추고 검증을 받지 않은 인물이 대권을 잡을 합법적인 방법은 매우 드물다고 보아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인의 폐해

물론 광풍 같은 인기를 등에 업고 혜성같이 정치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기는 하다. 이 경우 기존 정치권의 식상함에 신선함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 기존 정치인에게 반성과 자각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설령 검증받지 못한 정치인이 성숙되지 못 한 인격과 능력으로 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찍히더라도 그 폐해가 국가 사회적으로 감수할 수준이면 상관없다.  하지만, 이런 인물이 대권까지 거머쥔다면?  실로 위험천만한 모험이 된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행정 권력과 군 통수권, 한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근현대사에서 정치적 경험이 일천하면서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권을 쟁취한 역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결과는 대체로 참담했다.  통수권자의 부족한 정치적 능력은 재임 기간 실정으로 드러나 국가와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 대통령.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이끈 장군으로 전쟁영웅이었다. 그는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정치적인 식견이나 감각이라고는 없었다. 그는 1933년 1월 나치 당의 히틀러를 총리로 임명해 나치당의 독재의 길을 열어 주었다. 그의 치명적인 실수는 독일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최근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 대통령을 들 수 있다. 그는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가기 전까지 정치판에 발을 담근 적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쟁쟁한 공화당 정치 거물들을 물리치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고 마침내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전 세계가 놀란 반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정치적 감각만큼은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 개발업을 하면서 어떻게 대중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언론을 이용할지에 대한 방법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미국 NBC의 "Apprentice"라는 일종의 실제상황극을 통해 미국 전역의 아이돌로 떠올랐다. 그는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라는 이미지를 통해 누구든 자기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미국 국민의 욕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구현할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기존 정치 세력인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외면 받아 오던 백인 저학력 노동자층을 공략했고 이는 주효했다. 그는 재임 기간에 자신의 공약을 충실히 밀고 나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미국에게 불리한 국제협약과 조약을 뒤집었다. 불법 이민을 막는다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웠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감행했다. 그의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계속했고 아무도 그의 재선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위기가 닥치자 정치력의 밑천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코로나가 창궐했다.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코로나를  막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문가의 말을 귀담아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타협, 양보란 없었다.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미 하원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도하는 CNN 갈무리.
 미 하원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도하는 CNN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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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코로나 감염국으로 40만 명 가까이 사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공감 능력 부재였다.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이 숨을 거두는 와중에도 그는 골프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며 수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서자 그들을 폭도라 불렀다. 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어린 갓난아이들을 부모와 생이별시켰다. 그 몰인정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재임 기간에 그가 보여준 행태는  미국의 국격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그는 대중과 여론을 조작할 능력은 있었으나, 국가와 국민을 제대로 이끌 정치적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음이 드러났다. 그것이 미국의 불행의 씨앗을 잉태했고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검증 실패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정치적 능력이나 공감 능력이 부족했던 예에 속한다. 최순실이란 개인에 의해 수렴청정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친에 후광에 가려져 있던 적나라한 실체를 알지 못한 채 국민들이 그에게 대권을 맡겼다. 국가 중대사가 비선조직에 의해 농단 되었다. 특히, 세월호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감 능력 부족은 여실히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은 탄핵으로 이어졌다. 국가와 본인 모두에게 불행한 결말이었다.

윤 총장이 가진 것, 준비할 것... 갖추지 못한 것

그러면 윤 총장이 대선에 도전할 조건을 갖추었는가? 현재 상황으로 첫째 요소인 지지층의 형성은 가히 고무적이다. 현재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에 나서기도 전에 이미 여권의 다른 대선 잠룡과 나란히 견줄만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지층이 확장성을 가질지 아니면 거품 될지는 윤 총장이 정치인으로서의 출발을 하면서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인 30%에 달하는 팬덤에 가까운 강력한 핵심지지층이 형성되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이런 지지도가 대선 승리의 충분조건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나머지 두 조건에 좌우된다.

두 번째 요소인 대선 메시지의 가능성을 보자. 윤 총장이 국민의 힘의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어떤 대선 메시지를 던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대정신에 합당한 메시지를 띄어야 할 것이고 이것이 윤 총장과 체화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일단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 원천은 현재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거나 반감을 갖는 국민들의 불만에서 찾을 수 있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주거 문제 악화, 청년과 노년층의 일자리 부족, 빈부격차의 심화 등이다. 상당 부분 경제 문제다. 특히 경제적 문제와 더불어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정화 이슈에 여전히 민감한 상황이다. 조국 사태나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해소 과정에서 공정화 이슈가 얼마나 폭발력을 가졌는지 확인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 문제와 공정화 이슈를 해결할 메시지를 대선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경우 윤 총장의 개인적 특성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현재 윤 총장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그가 추미애 장관과 소위 '맞짱'을 뜨는 장면에서 지지층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가능성에 기인한다. 그에게는 현 정권의 부당한 탄압을 이겨내고 극복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따라서 그에게는 권력에 저항하는 정의의 투사라는 이미지로 투영된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경제 문제 해결과 공정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욕구와 괴리가 있다. 더욱이, 그의 처가는 상당한 재산가인 데다가 그 재산 형성 과정에서 드러난 장모와 처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대선 메시지를 잘 못 채택하면 대선 주자의 실체와 그림자가 따로 노는 현상이 생길 것이고, 상대방에게 반격의 빌미를 줄 염려가 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9개월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짧은 기간에 지지도를 뒷받침하는 이미지와 대선 메시지를 결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셋째 윤 총장에게 정치적 능력이 있는가? 가장 커다란 의문이 여기서 출발한다. 윤 총장은 반평생을 관료로 지냈다. 그것도 검찰 공무원으로 검찰 권력을 휘두르며 범죄자를 수사하고, 구속하고, 기소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에 깃들여 있었다. 상당 기간 이런 관료 사회의 틀에서 살아 온 관계로 사고방식과 행동거지도 여기에 굳어 있을 개연성이 크다. 반비례해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이른바 타협과 협상의 경험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조직에 충성하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과 '법과 원칙'의 비타협성은 정치적 능력이나 감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서 철저한 검증은 필수적이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윤 총장이 서울지검장 시절에 운전기사와 함께 순댓국을 먹는 모습이 뒤늦게 회자되고 있다. 윤 총장 서민성을 부각하려는 보수 언론의 속셈이 보인다는 시각도 있으나, 이유야 어떻든 그의 공감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는 아닐까. 이 역시 검증 과정의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반면교사: 반기문, 황교안

윤 총장의 정치적 경험 부족은 대선 도전 과정에서 약점으로 노출되거나 어떤 경우에는 불리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례를 찾자면 어렵지 않다.

정통 관료 출신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소환해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제연합의 수장 임기를 마치고 2017.1. 금의환향한 그는  20%를 넘나드는 지지도에 힘입어 확실한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대선 행보는 그의 일방적인 포기 선언으로  20일 만에 갑작스레 중단되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한순간 불꽃처럼 피워 오른 지지도에 도취되었을 뿐 대선 과정에서 당연히 파고드는 집요한 검증 과정을 버틸 '멘탈'이 갖추어지지 못했다. 자신의 국정 철학이나 비전이 준비돼 있지 않았던 관계로 보수와 진보 진영을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어느 쪽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당시 국회의원들은 그를 '반반(半半)'이라고 불렀다). 그의 20일간의 대선 실험은, 정치 능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노출하고 막을 내렸다.

더 범위를 좁혀 보자. 윤 총장과 같은 검찰 출신으로 대권 주자로 거론된 인물로 황교안 전 총리와 홍준표 현 의원이 있다.

황교안 전 총리는 검찰총장이라는 후광으로 박근혜 정권 하에서 법무부 장관에서 그리고 국무총리로 발탁되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변호사 수임료가 도마 위에 올랐으나 무사히 넘겼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거센 파고 속에서 대통령 직무대행을 무난히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의전 논란과 황교안 기념 시계 논란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수진영의 차기 지도자로서 물망에 올라 끊임없이 정치권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그가 긴 침묵을 깨고 정치인으로의 출발을 선언한 때가 2019.1 경인데, 직후 자유한국당 당대표를 맡아 정치 일선에 나섰다.
  
2020년 1월 31일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환담하고 있다.
▲ 황교안 손 덥썩 잡은 하태경 2020년 1월 31일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환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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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정국은 여야의 대결과 반목으로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국회는 격렬한 정쟁 속에서 식물 국회 아니면 동물 국회로 전전했다. 그는 정통 우익 기독교 세력과 손을 잡았고 태극기 부대 등 극렬 보수진영과 결별하지 못 했다. 그는 끊임없는 리더십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9월 이른바 조국 사태가 한참일 때 한 대선 지지도 1위(26.8%)를 기록했으나, 일시적 인상에 그쳤다. 결국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고배를 마셨고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역사상 대참패를 기록했다.

한 마디로 황교안의 정치는 실패로 끝을 맺었다. 이유는? 그의 짧은 정치 경력에서 빚어진 정치 능력의 부재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을 불러들인 것은 어찌 보면 고육지책이었을 수도 있다. 그의 치명적 정치력 부재를 보완하려는 시도였으나 너무 늦었던 셈이다. 만약 그가 당 대표 시절, 여당과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물러날 것은 물러나는 대화의 정치를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평생 검사라는 외길을 걸어오면서 상명하복, 법과 원칙에 익숙한 그에게 정치라는 새로운 환경은 적응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반면교사는 홍준표 현 의원이다. 그는 2017년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대선 선거 유세까지 펼쳤다. 초반의 열세를 딛고 24.03%라는 득표를 해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했다. 이미 충분한 정치적 토양을 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처음 정계에 입문한 것은 1996년 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때이니 그가 대선에 출마할 당시 이미 20년 이상의 정치적 경험이 축적된 이후였다. 그 역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의 대중적 지지도에 힘입어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 정치적 경험을 쌓고 정치적 감각을 연마했다. 경남도지사 시절에는 강력한 보수정치색을 띠는 도정을 펼쳐 보수정치인이란 확실한 자리를 굳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지리멸렬한 보수정당을 이끌고 19대 대선에 출마해 문재인 후보에 이어 2위라는 성적을 거둠으로써 그의 정치적 능력을 입증했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별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보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재 지지도를 통해 보면 대선주자로 나설 환경은 조성되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출사표에 담을 대선 메시지와 그의 이미지가 결합하지 않는다. 일부 국민들이 그를 지지한 이유와 막상 국민이 바라는 시대적 요구와 합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그의 부족한 정치적 경험과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능력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대선에 도전하기까지의 시간은 대선 주자로 요구되는 정치적 감각을 쌓기에는 너무 짧고, 그의 정치적 능력을 검증하기에는 지나치게 촉박하다. 그런 점에서 윤 총장이 야당의 20대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경우,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에 하나 그의 대권 도전이 성공한다면?  그의 일천한 정치적 경험에 비추어 재임 기간 중 커다란 과오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검증 실패가 부른 불행한 역사를 염두에 두자.)

그런 점에서 20대 대선에 관한 한, 그에게 별의 시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대권을 향한 꿈을 버리지 않는 한,  2022년 대선에 도전하는 것이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본다. 정치 신인인 그에게 취약한 정치적 경륜을 쌓고 정치적 감각을 다듬을 최고의 기회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그에게 이는 영광의 고배요, 새로운 대장정을 기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태그:#윤석렬 검찰총장, #20대 대통령 선거, #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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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동안 법조계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습니다. 다소 답답한 일상 속에서 오마이 뉴스를 접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사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좀더 성숙한 시민의 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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